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유동규, 2011년부터 대장동·위례 개발 ‘별동대TF’ 운영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성남시설관리공단(공사 전신) 본부장 시절인 2011년부터 신입 직원을 대거 채용해 ‘기술지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장동 개발 및 위례신도시 개발을 추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 준비를 위해 2014년 10월 꾸렸던 전략사업팀(별동대)보다 3년 전 또 다른 별동대를 운영했던 셈이다.

중앙일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JTBC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1일 중앙일보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TF 일일업무일지 등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과 성남시 대장동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10월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된 유 전 본부장은 이듬해 7월 기술지원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같은 달 이 TF에 새로 채용한 직원들을 대거 파견했다.

이기인 성남시의원(국민의힘)이 확보한 2011년 12월 ‘기술지원TF단 직원 현황(※신설 후 명칭 변경)’ 문서에 따르면 단장 유모씨, 팀장 이모씨 등 특정 건설사 출신 신입 직원 5명이 입사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TF에 파견됐다. 이후 8월, 10월 두 차례 6명을 추가 파견해 TF 인원을 전체 11명으로 늘였다.

중앙일보

성남시설관리공단(현 성남도시개발공사)이 2011년 12월 성남시의회에 제출한 기술지원TF단 직원 현황 자료. 이기인 성남시의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성남시설관리공단은 2011년 6월 성남시장 승인이 필요한 정관 개정을 통해 공단 안에 개발사업본부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시의회의 예산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라 본부 인력을 충원할 수 없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이 TF같은 임시 조직을 만들었다는 게 당시 사정을 아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TF에 개발업에 정통한 건설사 출신 직원과 기존 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을 함께 배치하고 눈속임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원(原)소속팀은 경영지원팀·성남종합운동장·탄천종합운동장 등으로 다양했다.

성남시의회도 기술지원TF를 의심했다. 시의회 행정기획위의 2011년 12월 사무감사 회의록에 따르면, 새누리당(옛 국민의힘) 소속 박권종 시의원이 “(TF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준비하기 위한 준비단 아니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 전문성이 있는 시설물 관리 측면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개발공사에 대한 티오(TO·정원)를 받았지만,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서 관련 인원은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2012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 산하 기술지원TF단이 생성한 일일업무일지 중 일부. 같은 해 7월엔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시장님 기자회견문 검토'를 업무 내용에 기입했다. 김은혜 의원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 산하 기술지원TF단이 2012년 9월 25일 작성한 일일업무일지엔 전일과 금일 각각 '성남시 방문'이란 내용이 담겨 있다. 김은혜 의원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F의 일일업무일지에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이나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준비와 관련한 업무가 자주 등장한다. ‘대장동 사업추진 일정표 작성’(2012년 4월 9일) ‘대장동 SPC 설립 및 출자방안 검토’(2012년 4월 10일)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 관련-사업추진 현황 및 주민 동향 파악’(2012년 6월 4일) ‘대장동 주민 동향 파악-결합개발에 대한 주민 동향’(2012년 7월 19일) ‘공사설립 관련 협조자료 작성’(2012년 8월 10일) ‘위례신도시 사업 재검토 및 현황 정리’(2012년 11월 14일) 등이다.

일지엔 TF가 ‘시장님 기자회견문 검토’ ‘시장님 기자회견문 보고’ 등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취임 2주년 기자회견문을 검토한 흔적도 담겨 있다. 2012년 6월 27일 기자회견에서 이 시장은 “대장동 지역 30만평 개발사업을 공영개발로 전환해 개발이익을 성남시가 확보하고 (신흥동) 1공단과 대장동 구역을 묶어 '결합개발'을 시행해 1공단 전역을 공원화하겠다”라고 밝혔다.

같은 해 9월 24~25일엔 ‘공사 설립 관련 동향 파악’ ‘임시회 관련 동향 파악’ 등을 이유로 성남시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와 관련, 당시 성남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이나, 단장 유씨가 시장실에 직접 보고를 간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지사(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 국감에서 TF와 관련해 “제 기억으로는 그런 일을 들어본 일이 없다”며 “이번에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중앙일보

2012년 6월 27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1공단(신흥동) 결합 도시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F는 2013년까지 존속하다 그해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된 뒤 해체됐다. 당시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단장 유씨는 사직 후 9월 12일 황무성 전 사장과 함께 1호로 공사에 입사해 개발사업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유원’ 유 전 본부장에 이어 ‘유투’로 불렸던 유씨는 현재 포천도시개발공사 사장으로 영전해 있다.

같은 건설사 출신인 TF 단원 3명도 사직서를 내고 10월 14일 기술직으로 공사에 채용됐다. 팀장 이씨도 뒤이어 공사로 넘어와 개발사업2팀장을 맡았다. 이들을 포함한 TF출신 직원들은 2014년 이후 대장동 개발 업무에 관여했다. 다만, 개발사업2팀장 이씨는 2015년 2월 돌연 대장동 사업에서 배제되고 그 자리를 유 전 본부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모 개발사업1팀장이 맡았다.

중앙일보

지난 2014년 9월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올린 직원 공개채용 모집 공고. 전문직 2명 모집에는 정영학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 근무 이력이 있는 김민걸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의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가 나란히 합격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무렵 또 다른 ‘별동대’인 전략사업팀(현 전략사업실)을 설치했다. 2014년 10월 설치된 이 조직에는 김민걸 회계사와 정민용 변호사를 각각 전략사업팀장, 투자사업파트장으로 채용했다. 김 회계사는 정영학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일했고, 정 변호사는 남욱 변호사의 서강대 법대 후배다. 이와 관련,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선정·사업협약 과정에서 ‘신(新)별동대’ 전략사업팀과 ‘구(舊)별동대’ 기술지원TF 출신 직원 사이의 소통만 허락했다고 한다.

복수의 공사 관계자는 “개발사업팀 직원이 정 변호사에 ‘공모지침서가 일방적으로 특정 업체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검토 의견을 e메일로 보냈을 때도 유 전 본부장이 ‘이런 걸 왜 기록으로 남기느냐’며 화를 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15년 5월 민간의 초과이익을 환수 조항이 담긴 사업협약서 수정안도 공식 결재라인을 통한 회신 없이 신·구 별동대 사이 협의에 따라 해당 조항을 빼도록 했다. 한 전직 관계자는 “당시 대장동 개발팀에서 뭘 하는지 타 부서 직원들은 일절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