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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첫 자율주행 카레이싱… 가장 빠른 AI 드라이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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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 개최

동아일보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IMS)에서 23일(현지 시간) 열리는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 경기를 앞두고 심현철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팀이 자율주행차로 개조한 경주용차 ‘달라라 AV-21’ 앞에 서 있다(아래쪽 사진).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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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모터 스피드웨이(IMS)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율주행 자동차들의 경주대회가 열린다.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쏜살같이 달리는 고속 자율주행 차량들의 경주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에는 9개국, 21개 대학에서 총 9개 연합팀이 참여해 1등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7700만 원)를 놓고 경쟁한다. 한국에서는 심현철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팀이 도전장을 냈다.

○AI 포뮬러원 드라이버 실력 겨뤄

대회가 열리는 IMS는 세계 3대 자동차 경주대회 중 하나인 인디카 레이싱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인디카 레이싱 대회는 미국판 포뮬러원(F1)으로 불릴 정도의 최상급 대회로, 2.5마일(약 4km)에 이르는 트랙을 200바퀴 돌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차량과 선수가 우승컵을 거머쥐는 ‘인디500 경기’가 대표적이다.

이번 자율주행 챌린지에서도 인디카 레이싱과 동일한 트랙에서 동급의 고성능 자동차들이 경쟁한다. 인디카 레이싱 공식 경주용 모델인 달라라를 개조한 ‘달라라 AV-21’이 사용된다. 자율주행 레이더와 라이다(레이저 레이더), 광학 카메라 센서 등을 장착한 차량 가격만 대당 100만 달러에 이른다.

다만 주행거리는 인디500의 10분의 1인 20바퀴(약 80km)에서 승부를 겨룬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이 출발 신호인 녹색 깃발을 드는 역할을 맡았다. 주최 측은 도착 시간을 25분 내로 제한했다. 평균 시속 192km를 유지하면서 달려야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일반 레이싱 대회라면 시속 350km에서 차량 추월을 위해 10cm 거리까지 바짝 달라붙는 뛰어난 운전 실력을 갖춘 드라이버가 탑승하겠지만, 자율주행 챌린지에서는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이 이를 대신한다. 참가팀들은 차량을 받아 저마다 개발한 자율주행 AI 운전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

고속 자율주행 레이싱은 일반 차량처럼 달리는 보통의 자율주행차보다 훨씬 복잡한 기술을 갖춰야 한다. 시속 300km 이상 빠르게 달리는 주행을 정교하게 제어해야 하고 다른 팀 차량과 경쟁하며 달려야 한다. 일반 자율주행 차량과 달리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앞차의 뒤에 바싹 달라붙는 주행 전략도 써야 한다. 레이더와 라이다, 카메라로 순식간에 수 cm까지 바짝 붙은 경쟁 차량을 빠르게 인식해 충돌도 피해야 한다. 강력한 8기통 420마력의 엔진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바람의 저항을 이겨내며 센서가 고장 나지 않고 작동하도록 정교한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

참가팀들은 주최 측에 소프트웨어 능력과 개발 상황을 논문 형태로 제출해야 한다. 심 교수는 “엔진 제어 소프트웨어 등은 전 팀이 같이 개발하지만 항법이나 레이싱 전략은 각자 마련해야 한다”며 “차량이 고속으로 갈수록 제어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되면 다른 차들도 다 망가지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각 팀은 이미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도 끝냈다. 6월부터 진행한 시뮬레이션 예선에서는 16개 팀이 참여해 14개 팀이 52초 내외 랩타임(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록했다. 평균 시속 약 277km를 기록한 셈이다. 단 4개 팀만이 충돌이나 실격 없이 레이스를 마칠 정도로 격렬했다. 심 교수 팀은 52.199초 랩타임으로 10위를 기록했다. 2019년 처음 참여 의사를 밝힌 팀은 30개였는데 현재 9개 팀으로 추려졌다. 심 교수 팀은 연구실 대학원생 6명이 1년간 현지에 체류하며 레이싱을 준비했다.

○자율주행차 극한 기술 검증의 장

주최 측은 이번 대회가 고속 차량뿐 아니라 일반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성과 성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인디500 역시 1901년 처음 열린 이후 자동차 기술 혁신의 데뷔 무대 역할을 해 왔다. 1911년 공개된 백미러와 1922년 적용된 안전벨트, 1933년 공개된 사륜구동 기술 등 현대 자동차에서 표준이 된 기술 중 상당수가 이 대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더글러스 볼스 IMS 의장은 “경기장 내 혁신과 도로 위 차량의 개선에는 근본적 연관성이 있었다”며 “이번 챌린지를 통해 IMS가 차세대 차량 기술을 위한 촉매로서의 역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 자율주행이 활성화하면 새로운 프리미엄 미래 교통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심 교수는 “도심항공교통(UAM) 같은 다양한 미래 교통수단이 등장하고 있지만 연료 비용을 감안하고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바로 갈 수 있는 장점에서는 고속 자율주행이 가장 유망하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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