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오은영의 ‘토닥토닥’] 아들은 소리질러야 말 듣는다? 작게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이가 행복입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종종 “우리 애는 꼭 소리를 질러야 말을 듣는다”고 말한다. 남자아이라 워낙 행동이 거칠고, 시끄럽고, 말도 잘 안 들어서 좋게 말하면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자아이에 비해 행동이나 목소리가 큰 남자아이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아이를 여자아이와 다르게 대하는 것이 맞을까? 그렇지 않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가 큰 소리를 낼수록 부모는 그보다 오히려 작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부모가 작은 목소리로 “엄마가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라고 하면, 아이는 눈이 동그래져 “뭐라고요?”라고 좀 작은 목소리로 되묻는다. 이때 부모가 더 작은 목소리로 “잘 들어봐”라고 하면 아이는 부모 목소리를 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조용하게 된다. 그럴 때 “네가 조용히 해주니까 엄마가 훨씬 말하기가 쉽네”라고 말해주자. 그러면 아이도 소리를 지르면 안 되는 이유 하나를 배우게 된다.

조선일보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행동이나 목소리가 큰 것은 신체 발달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지, 성향이 달라서가 아니다. 남자아이 중에서도 소극적이고 소심하며 섬세한 아이들도 많다. 그런데 남자아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칠게 대하면 아이가 굉장히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겉으로 드세 보이는 남자아이도 마찬가지다. 이런 아이들 중에 의외로 마음속에 두려움과 불안감이 높은 경우가 많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 때문에 겉으로 거칠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가 이런 아이를 제압하기 위해 거칠게 대한다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해서 더욱더 거친 행동을 할 것이다.

부모는 남자·여자아이 모두에게 다정하고 친절하게 말해야 한다. 부모가 거칠게 말하면 실제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아이는 부모가 자기를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대하는 말투에 따라 아이와의 거리가 좁아질 수도, 멀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