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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누리호-우주개발 독립]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21일 발사...모사체 분리 성공에도 위성 궤도 진입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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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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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돼 모사체 분리에는 성공했지만 더미 위성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발사체 개발 기술은 국가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로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 및 미국의 수출 규제(ITAR) 등을 통해 우주발사체기술 이전이 통제돼 있어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 필요한 데, 누리호는 독자 우주 수송능력을 확보해 국가 우주 개발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누리호 1조9572억원 투입돼 개발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수 있는 발사체 개발 및 우주발사체 기술 확보를 목표로 지난 2010년 3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조 9572억원이 투입돼 개발됐다.

2015년 7월까지 진행된 1단계 개발에서는 시스템 설계 및 예비설계로 7톤급 액체엔진을 개발했으며, 2019년 2월까지 진행된 2단계 개발 과정에서는 상세설계 및 제작, 시험 단계로 발사체 및 엔진을 상세 설계하고 75톤급 지상용 엔진 및 시험 발사체 개발을 완료했으며, 2022년 10월까지 진행되는 3단계 개발에서는 발사체 인증 및 발사 운영 단계로 3단형 발사체 시스템 기술 개발을 완료하게 된다.

누리호를 개발할 때 한국형발사체의 주 엔진인 75톤급 및 7톤급 액체엔진을 개발했고, 엔진 연소시험을 통해 엔진의 신뢰도를 높였다. 75톤급 엔진은 개발 초기에는 기능과 성능 위주로 설계해 목표 대비 25% 무겁게 설계됐으나 이후 반복적인 엔진 연소시험 등을 통해 엔진 기능과 작동 환경에 대한 데이터 축적, 무게 감량을 위한 설계 개선,구조 해석, 경량 소재 등을 적용해 최종적으로 무게를 줄였다. 75톤급 액체엔진은 누리호 발사 전까지 모두 33기의 엔진을 시험한 바 있으며. 7톤급 액체엔진은 모두 12기의 엔진을 시험, 총 93회를 수행했다. 75톤급 엔진은 한국형발사체 개발 이후 성능개량 및 클러스터링을통해 대형·소형 발사체 개발에 지속 활용될 예정이다.

우주 발사체는 지구 표면에서 우주 공간의 정해진 위치까지 인공위성 및 우주 구조물 등 탑재물을 이동시키기 위한 운송 수단을 말한다. 미사일과 비슷한 구조와 원리로 움직이는 우주발사체의 제작·발사 기술은 안보·전략적 측면에서 중요한 국가 전략기술로서,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들은 자국 발사체 기술 이전 및 물자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우주 개발 및 우주 공간 활용을 위해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2013년 발사된 나로호는 러시아가 개발을 주도한 반면, 누리호는 연구개발,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전 과정을 국내 기업들이 참여했다.

누리호는 내년 5월 무게 180kg의 성능 검증용 위성과 위성 모사체를 싣고 한 번 더 발사된다. 이후엔 실전에 투입되는 공공·민간 목적의 진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사업에 활용될 전망이다. 향후 2024년 2026년, 2027년 등 거의 매년 실제 인공위성을 탑재해 궤도로 올리는 운반선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독자적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자력으로 우주로 띄어올릴 수 있게 된다.

◆누리호 기술 민간 이전…민간 스페이스 시대 앞당길 것

누리호 기술이 민간에게 이전되면 국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 시대에서 민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이끄는 민간 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길 전망이다.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발사체 개발을 해왔는데 앞으로 5번의 발사를 통해 발사체 계획을 민간에 이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은 미국 주도의 달·우주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약정에 10번째로 가입해 누리호가 독자 달 탐사의 꿈을 실현하는 도약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앞으로 달과 소행성, 화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탐사에 뛰어들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은 "누리호 개발 계획은 국내 우주 과학기술 역량이 총동원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우주개발 30년 역사의 새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액체 엔진 기반 누리호 발사 성공과 함께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로 고체 엔진 우주 발사체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면 우리나라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급변할 것이며, 민간기업의 상업 목적 우주 발사체 발사도 앞당겨질 것이고, 초소형 위성 등 시장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선주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누리호 발사에 일부 성공해 확보된 발사체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국가우주개발계획의 안정적·독자적 수행은 물론이고, 발사체 기술의 민간 이전 및 후속 사업 추진 등을 통해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와 세계시장 진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태성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박사는 "우리나라는 매우 짧은 기간에 위성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우리 위성을 직접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발사체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일부 성공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과 우주산업에 있어서 일대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종빈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정책연구1팀장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기계, 장비, 신소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높였고, 국내 산업체의 세계 우주 시장 진출 가능성도 커졌고,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도 전략적 자산을 확보한 것"이라며 또 "새로운 형태의 발사체를 만들 때 지금 우리가 확보하고 개발한 누리호의 기술력이 활용되고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대일 AP위성 사장은 "발사체나 위성 등 우주산업 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수익을 쉽게 낼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생태계가 조성돼야 민간기업들도 가격 경쟁력과 속도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자동차 산업을 늦게 시작했지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우주산업도 출발은 늦었지만 앞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 누리호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우주로 나가는 수단인 발사체 기술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기술 이전이 금지된 분야인 만큼 우리가 독자적으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개발했다는 것은 굉장한 성공이 아닐 수 없다"면서 "선진국들도 우주개발을 단순한 기술 개발이라기보다 국력을 결집하고 국가가 더 발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데, 우리도 이제 지난 30년 동안 우주개발로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완성됐으므로 이 발사체 기술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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