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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사설]“고발장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위험” 이 정도면 공작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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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아일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안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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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지난해 4월 3일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 씨와 통화한 내용이 공개됐다. 김 의원은 조 씨와의 이날 첫 통화에서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두 번째 통화에서는 고발장 제출 장소를 대검으로 바꾸라고 하면서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라고 했다.

“내랍니다”, “위험하대요”라는 말에는 누군가가 고발장을 제출할 장소를 판단해서 김 의원에게 이야기했고, 김 의원은 이를 조 씨에게 전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검찰의 관여가 최종적으로 확인된다면 사주를 넘어 정치공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 김 의원이 텔레그램으로 조 씨에게 전달한 고발장 관련 메시지에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있다. 당시 손준성 검사는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위치에 있었다. 손 검사와 ‘윗선’의 관여 여부가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하는 이유다.

김 의원은 통화 내용이 보도되자 “제가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저희’가) 검찰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그 사람(조 씨)과 통화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까지 (내가) 기억하고 있진 못할 것 같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것이다. 없던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났다는 말인가. 또 김 의원은 앞서 손 검사에게서 고발장을 받아서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도 “문건을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손 검사로부터 연락이 왔고 (자료를) 전달한 것 같다”, “내가 받고 넘긴 게 아닌데 조작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등 수시로 말을 바꿔왔다. 법적인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실을 감추고 비트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동안 수사를 통해 고발장의 실체와 관련된 내용들은 대부분 확인됐다. 이제 누가 고발장을 작성했고 누군가의 사주가 있었는지만 남았다. 공수처는 김 의원과 손 검사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철저히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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