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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핵심 ‘단 분리’ 기술력 입증… “마지막 한걸음 남았다” [누리호 발사 '미완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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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의미·남은 과제

1·2단, 페어링 성공적 분리·점화 수행

3단 엔진 조기종료로 위성 임무 실패

위성모사체 등 호주 남해상 떨어진 듯

가압 시스템 문제·밸브 오작동 추정

항우연 “엔진 자체 결함은 아닐 듯”

원인 규명해 2022년 5월19일 재도전

세계일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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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부분을 이루었기에 성공에 무게를 싣고 싶다.”(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성공까지) 한걸음 남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1일 오후 7시 전남 나로우주센터.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미완의 성공을 전하는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300t급 클러스터링 엔진 연소·자세 제어 등 까다로운 과제들을 정확히 이행했기에 안타까움이 더했으나 내년 5월 재도전을 다짐했다.

이날 누리호 3단 엔진은 고도 700㎞에 도달했으나 계획된 521초가 아닌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이로 인해 초속 7.5㎞가 나오지 않아 1.5t의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발사체 3단과 위성모사체는 호주 남쪽 해상에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관계자들은 엔진 자체 결함이 아닌 탱크 내부 압력 부족, 밸브 오작동 등 다른 원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원인 분석에는 수일이 걸릴 전망이다.

임 장관은 이날 발사 2시간 후 브리핑에서 “금일 발사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국내 독자 개발 발사체의 첫 비행 시험으로서 주요 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기술을 확보한 의의가 있다”며 “1단부 비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1·2단과 페어링의 성공적 분리와 점화를 통해 단 분리 기술을 확보한 점도 소기의 성과”라고 말했다.

임 장관은 “이는 국내 상당한 발사체 기술이 축적되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정부는 발사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규명하고 2차 발사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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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 엔진 연소시간이 부족했던 원인을 파악하려면 계측 데이터를 수일간 분석해야 한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엔진 조기 종료 원인은) 탱크 내부 압력이 부족했거나 종료 명령이 잘못 나갔다든지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며 “원격 계측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하고 탑재된 모든 밸브와 전자 장비들의 입출력 데이터를 같이 분석해야 결론 내릴 수 있다”고 전했다.

3단의 7t급 액체엔진은 누리호 심장인 75t급보다 10분의 1 정도라 개발이 쉬울 듯 하나 실제로는 더 까다로웠다. 고 본부장은 “노즐의 확대비 같은 게 75t보다 더 가혹한 조건이라 개발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러나 항우연은 엔진 자체의 결함은 아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3단 추진제 시스템에 밸브 40∼50개가 들어가고 7t 엔진에도 자체 밸브나 컴포넌트가 43개 이상이라 하나가 기능을 못해도 원했던 추력을 낼 수 없다”며 “충분히 충전했기에 연료가 부족하진 않았을 것 같고 가압 시스템 문제나 밸브 오작동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발사체) 자세 제어, 처음 적용해본 목표 궤도에 들어가기 위한 유도 알고리즘까지 정확하게 원했던 대로 한 것이 확인됐기에 정말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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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남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누리호(KSLV-ll) 발사 모습을 방송을 통해 다시보고 있다.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누리호는 길이 47.2m에 200톤 규모로, 엔진 설계와 제작, 시험과 발사 운용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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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는 그 자체로 국내 우주기술 발전을 이끈 집합체다. 국내 연구진은 자력으로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한데다 이번 발사에서 75t, 4개를 묶은 300t급 클러스터링 엔진을 오차 없이 쏘는 데 성공했다.

또 누리호 발사 초기 엔진시험을 해외에 기대야 했던 상황이었으나 이제는 미국, 러시아와 대등한 수준의 액체엔진 시험설비를 구축했다. 제2발사대 역시 설계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을 국산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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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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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주 도전은 누리호 이후에도 계속된다. 내년 8월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이 달을 향해 떠난다. 달 궤도선은 미국 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쏘아 올려져 내년 말 달 궤도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이후 2023년 1월부터 달 상공 100㎞에서 1년간 머문다. 2024년에는 민간 주도로 개발된 첫 고체연료 발사체를 쏜다. 나로우주센터에는 고체연료 발사장을 지어 민간기업에 개방한다. 3.5t급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3호도 2027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정부는 또 개발 기간이 짧고 저렴한 초소형위성을 2031년까지 총 110여기 개발할 계획이다.

송은아 기자, 고흥 나로우주센터=공동취재단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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