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약간 올리신다는 거죠?" 이재용 공판 '주가조작' 진실공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주주 주식 부양 위한 시세조종 의혹 제기... 삼성증권·제일모직 실무자 녹취록 공개

오마이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5년 8월 6일 오전 10시 50분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직전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던 삼성증권 직원과 제일모직 담당자의 50초가량 짧은 대화가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공판 법정 화면에 등장했다. 이날은 양사 합병의 성패를 가늠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전화 끊자마자 손으로 써넣은 '고가매수'... 검찰 "시세조종"

삼성증권 실무자 (증인) : "제일모직 주 한 2% 넘게 빠졌어요. 저희가 좀 보수적으로 사가지고. 너무 빠지는 것도 보기가 안 좋아서."
제일모직 실무자 : "약간 올리신다는 말씀이죠?"
삼성증권 : "네."
제일모직 : "네, 알겠습니다. 진행 부탁드립니다."


검찰은 이들의 통화 직후 급격히 변동된 자사주 고가 매수량에 주목했다. 8월 6일 오전 10시 54분 17초, 27초, 47초. 삼성증권 실무자가 당시 세 차례 걸쳐 매수한 주식은 각각 350주, 700주, 3000주. 기존 자동 주문이 아닌 손으로 직접 써넣은 가격이었다. 마지막 3000주 중 매도1호가 물량 1357주까지 체결된 후, 제일모직의 호가는 16만5500원에서 16만6000원으로 한 단계 올라간다. 당일 제일모직의 주가가 종일 하락세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인 정황이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이 제일모직 주가 부양을 위한 인위적 시세조종의 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증인이 보수적으로 사고 있다고 할 땐 주가가 떨어졌는데, 통화 후 매매 패턴을 바꾸고 나선 주가가 반등했다"면서 "오전 주가 상황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삼성증권이) 영향을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증인은 "이때의 경우엔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시점 외 전체 주가 변동은 "시장 호가에 의해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 삼성 간부진들의 지시로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 완성을 위해 삼성증권을 통해 고가매수, 물량소진, 단주 주문 등의 방법으로 제일모직의 주가를 조작했다고 보고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심리로 열린 이날 19차 공판에서는 이를 입증하기 위한 검찰의 신문과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이 치열하게 부딪혔다. 7년 전 7월과 8월, 제일모직 주가 상황을 담은 수많은 숫자들이 증거로 제시됐다. 같은 호가창 도표로 정반대의 해석이 이어졌고, 현직 삼성증권 직원인 증인 강아무개씨의 증언은 변호인 측의 논리에 더 가까웠다.

이 부회장 측 "검찰, 몇몇 순간만 집중... 결론은 큰 차이 없어"

이 부회장 측은 특히 한 시점이 아닌 당일 전체 거래량 대비 평균 자사주 거래량과 일반 거래량을 비교해야 자사주 매입에 의한 주가 변동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제일모직 실무자 : "저희 매물이 계속 쌓이네요."
삼성증권 실무자 : "3% 안에 들면 그때..."
제일모직 직원 : "아 저는 뭐 그렇게 급한 건 아닌데(웃음)."
삼성증권 직원 : "아 위에서 그러시는 거에요? 일단은 오전에 한 번 올리는..."


2015년 7월 31일의 대화도 마찬가지로 해석했다. 검찰은 이날 통화 종료 후에도 매도1호가 잔량을 모두 소진하며 자사주를 대거 사들여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에 이날 전체 거래량 대비 평균취득 단가를 제시했다. 자사주로 취득한 평균 단가는 16만 7120원, 일반 거래 평균 단가는 16만 7219원으로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반박이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은 몇몇 순간을 보여주며 제일모직 자사주 거래가 시세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고 하지만 결국 평균적으로 보면 일반 투자자의 거래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인은 이에 "시장 대비 자사주 매입이 더 싸게 매수했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종일 큰 변동이 없다면 자사주 매입이나 일반인 거래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단순히 가격 변동 유무가 아닌, 특정한 '몇몇 순간'의 이유를 통해 혐의를 밝히는 것이 주가조작 범죄 기소의 목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은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은 당시 시간대별로 어떤 상황인지를 보고, 그 상황으로 인해 가격이 인위적으로 올랐는지 또는 특정한 목적이 있었는지 판단해 적발하고 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28일 열리는 20차 공판에선 당시 증인과 같이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 업무를 담당한 삼성증권 증인 김아무개씨가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에게 "김씨와 같은 사무실을 쓰냐"고 물으면서 '부서가 다르다'는 증인의 대답에 "오해를 살 수 있으니 김씨가 뭘 물어본다거나 한다면 특별한 반응을 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조혜지 기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마이뉴스에서는 누구나 기자 [시민기자 가입하기]
▶세상을 바꾸는 힘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