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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우리가 쏜 꿈, 우주를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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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술 누리호 ‘절반의 성공’

고도 700㎞까지 발사체 도달

더미 위성, 궤도 안착은 못해

세계 7대 우주강국에 ‘성큼


한겨레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성층권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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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우주 비행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과제를 남겼으나 모처럼 많은 국민이 환호하며 저 먼 우주를 내다본 ‘15분의 리허설’이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21일 저녁 7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오후 5시에 발사된 누리호가 전 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3단 엔진이 일찍 연소가 끝나 위성모사체가 고도 700㎞의 목표에는 도달했음에도 초속 7.5㎞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사체가 700㎞ 지점에 도달했다는 소식과 함께 ‘사실상 성공’으로 알려졌던 누리호의 성과가 좀 더 정확히 수정된 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서다. 문 대통령은 발사 1시간10여분 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발사 관제로부터 이륙, 공중에서 벌어지는 두차례 엔진 점화와 로켓 분리, 페어링과 더미 위성 분리까지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완전히 독자적인 우리 기술이다. 다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분석 결과 누리호는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고 밝혔다. 부족한 46초가 누리호의 운명을 결정한 셈이다.

다만 누리호는 1단과 페어링, 2단의 분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마지막 위성모사체 분리까지도 원활하게 이뤄져 발사체 운용 면에서는 거의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이어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나로호의 1단은 러시아에서 구입한 엔진이었다.

임 장관은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2차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누리호 1차 발사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5월19일 2차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모든 계측된 데이터를 다 보는 데는 며칠 더 걸릴 것이다. 조기 연소 종료 원인은 3단 연료 및 산화제 탱크 압력 부족, 연소종료명령 잘못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텔레메트리(원격자료전송장비)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탑재된 밸브 등의 입출력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리호 3단에는 기체공급계 밸브만 49개, 엔진공급계에만 35개의 밸브가 있다.

누리호는 발사 하루 전인 20일 오전 7시20분 조립동에서 이동해 제2발사대에 세워졌다. 21일에는 각종 전기·전자장비 등을 점검하고 연료와 산화제를 충전했다. 오후 4시50분께 발사자동운용(PLO)에 들어간 누리호는 10분 뒤인 5시0분에 발사됐다.

누리호는 이날 애초 오후 4시에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발사체와 외부 시스템 사이를 연결하는 밸브와 관련한 이상 현상이 감지돼 점검하느라 발사 시각을 한 시간 늦췄다. 하지만 오후 4시50분 자동발사 시스템으로 돌입하면서 ‘12년 프로젝트’의 첫 비행은 가시화됐다.

위성모사체가 비정상 비행을 함으로써 우리나라는 7번째 실용위성 발사국 등극을 한발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첫번째 발사로 대번에 성공한 네번째 국가라는 타이틀도 잠시 미뤄두게 됐다. 누리호 발사를 성공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애초 목표를 100% 이루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부분은 거의 달성했기 때문에 성공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연소 시간이 짧았던 부분은 이른 시간 안에 원인을 찾고 대책 수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정환 항우연 본부장도 “발사체 자세제어나 유도알고리즘 등 모든 발사 진행 과정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는데 마지막 3단 엔진 연소 시간이 짧아 궤도에 못 들어간 것이 아쉽다. 3단의 조기 연소 종료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며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우주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은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된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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