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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700㎞까지 쏜 75t 엔진 성능은 ‘합격’…뉴스페이스 시대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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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 부장이 누리호 발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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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 자체가 하나의 산업이다.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렸다.”

21일 누리호 발사 직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 중 일부다. 우주 사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국가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제시한 것이다.

비록 누리호가 이날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진 못했지만, 75t 액체엔진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은 증명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은 “가장 우려했던 문제는 75t 엔진이 실제 비행에서 작동하는지였다”며 “그 부분은 아주 완벽하게 잘됐다”고 평가했다.

자체 개발한 75t 엔진의 성능을 증명하면서 한국 기업도 뉴스페이스 시대에 동참할 기본 역량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페이스의 전제는 민간의 기술 역량이다. 한국도 누리호 개발 과정에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민간부문의 전문인력 40여 명이 항우연에 상주하며 협업했다. 총사업비의 80%(1조5000억원)가량을 기업이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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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개발 참여 주요 산업체 현황. 그래픽 박경민 기자





엔진부터 발사대까지 100% 한국 기술



엔진 분야의 경우 연소기는 비츠로넥스텍, 터보펌프는 에스엔에이치 등이 개발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 총조립을 맡는 식이었다. 동체는 한국화이바·테크항공·에스앤케이항공, 고압탱크는 이노컴이 각각 제작했다. 전자장치도 마찬가지다. 넵코어스가 위성항법 수신기, 단암시스템즈가 전자탑재 시스템, 스페이스솔루션이 구동장치 시스템을 각각 개발했다.

발사대도 전부 토종 기술이다. 누리호는 아파트 15층(47.2m) 높이인 데다 3500℃까지 연소해 추력을 얻기 때문에 이를 견딜 발사대가 중요하다. 현대중공업·한양이엔지 등이 설비를 구축하고, 영만종합건설 등이 토목을 맡아 모든 과정을 국산화했다.

현재 러시아·미국·프랑스·중국·일본·인도·이스라엘·이란·북한 등 9개국이 자력 발사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이란·북한은 300㎏ 이하 발사 능력만 갖고 있다. 중대형 엔진과 부속장치를 자체 개발·조립해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 국가는 6개다.

누리호 발사의 또 다른 의미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했다는 점이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는 300여 개 기업 5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나로호가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통해 2013년 발사에 성공했다면, 누리호는 순수 독자 기술로 발사체를 개발했다는 차이가 있다”며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기초 역량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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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단별 구성. 그래픽 박경민 기자





민간기업 소형 발사체 개발 추진



향후 정부는 민간기업이 발사체 설계→제작→개발→발사 등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그간 항우연이 청사진을 제시하면 민간기업이 이 중 일부 부품을 제작·조립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뉴스페이스 시대에 동참할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우선 내년 5월 누리호 2차 발사를 진행한다. 이때는 0.2t 성능검증 위성과 1.3t 더미 위성을 각각 싣는다. 이후 2027년까지 4번 더 누리호를 발사한다.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총 5번 발사하면서 발사체 기술을 민간에 완전히 이전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과 발사체 제작, 발사를 공동 수행하면서 기술·노하우를 이전할 계획이다. 오는 2027년까지 발사체의 전체 주기 관련 기술력을 갖춘 우주 종합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6874억원을 투입한다.

이날 누리호 발사 후 권현준 과기부 거대공공국장은 “이번 발사는 개발 과정에서 첫 번째로 ‘시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성공이냐 실패냐로 규정짓긴 어렵다”며 “내년 5월 2차 발사에는 성공하도록 격려해달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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