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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낙동강에서 본, 기적과 부활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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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모래톱... 4대강 재자연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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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보 수문개방으로 합천보 아래 드러난 넓은 모래톱. 4대강사업 이전의 낙동강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적의 현장이 아닐 수 없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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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을 헤치고 합천창녕보(이후 합천보) 아래 낙동강으로 들어섰다. 드넓게 펼쳐진 모래톱이 눈앞에 다가온다. 모래톱을 걸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었다. 사각사각 모래 밟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분이 좋았다.

이곳은 그간 강물에 잠겨 있었던 곳이다. 합천보 30㎞ 아래 창녕함안보(아래 함안보)의 수문을 연 결과 상류인 합천보 바로 아래인 이곳에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난 것이다. 기적의 현장이다. 그 현장을 지난주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 모니터링팀과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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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보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모래톱. 기적과 부활의 현장이다. 수달 발자국이 보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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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 드넓게 펼쳐진 모래톱, 도대체 이게 얼마 만에 보는 풍경인가. 만 12년 만에 보는 풍경이 아닌가. 4대강사업 전 낙동강에서 봤던 바로 그 모습. 드넓게 펼쳐진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유유히 흘러가는 살아 있는 강의 모습. 바로 그 모습이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는 모래톱을 따라 계속 상류로 걸어 올라갔다. 맨발로 전해지는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계속 걸었다. 왜가리의 발자국과 수달의 발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모래톱에 낮은 물길이 형성되니 새들과 동물들도 돌아온 것이다. 보로 물길을 막아놨을 때는 왜가리나 백로 같은 새들도 찾지 않는 낙동강이었다. 그러나 보가 열리자 이렇게 생명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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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가리와 수달의 발자국이 함께 찍혀 있다. 물길이 낮아지니 생명들이 돌아온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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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부활, 여울목도 돌아오다

상류로 더 올라가자 물살은 좀더 빨라진다. 여울목이 나타난다. 아 여울목, 이 또한 얼마 만에 보는 풍경인가?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는 역동의 공간. 보로 막힌 낙동강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서있게 된다. 강은 이렇게 여울과 소가 반복해서 펼쳐지면서 그 안에 다양한 생명들이 깃들어 사는 공존의 공간이어야 한다.

4대강사업은 그 공존의 공간을 앗아가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강의 부활의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그렇다. 낙동강이 부활한 것이다. 단지 수문을 열었을 뿐인데, 그 효과는 확연했다. 강에서 흐름이 이렇게 중요하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말이 만고의 진리인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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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울목도 돌아왔다. 강이 힘차게 흘러간다. 낙동강이 되살아났다. 부활의 현장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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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보가 막혀 있을 때는 수위가 굉장히 높아서 저 끝에서만 볼 수 있었는데, 지금 강 안으로 들어와 보니 여울 같은 게 보인다. 그런 걸 보니 살아 있는 강이란 생각이 든다. 보를 개방하는 것이 재자연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동행한 대구환경운동연합 김민조 사무처장의 말이다. 그렇다. 낙동강 재자연화는 궁극적으로는 보를 없애는 것이겠지만 그 시작은 보의 수문을 여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수문만 열어도 이렇게 강이 살아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를 당장 철거하기 어렵다면 지금과 같이 상시 개방을 해서 지금과 같이 낮은 수위를 계속 유지를 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좀더 강하고 친밀하게 이용할 수 있는, 그게 뭐 인간의 이익이나 레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모습을 직접 한번 느껴 보는 그런 시간이 될 수 있게 그런 낙동강이 되었음 좋겠다."(김민조)

▲ 낙동강의 부활, 모래톱을 걸었다 ⓒ 정수근


그렇다. 그의 말처럼 강을 직접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몸으로 강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4대강사업은 그런 '생 체험'으로서의 강과의 교감의 시간을 깡그리 없애 버렸다. 그것을 되살려내야 한다. 이렇게 강으로 걸어들어와 볼 수 있어야 그 생 체험을 할 수가 있다. 그런 교감의 시간이 늘어나야 비로소 '강 문화'란 것이 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바닥에 드러난 녹조

여울을 지나 다시 모래톱이다. 모래톱을 걷다가 다시 강물 속으로도 들어갔다. 그런데 강바닥이 온통 초록빛이다. 자세히 보니 녹조다. 강바닥에 녹조가 그대로 눌러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랬다. 한여름 창궐하는 녹조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시야에서 사라진다. 강물 위를 뒤엎었던 녹색이 일순간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게 사라진 녹조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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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녹조. 녹조가 강바닥에 그대로 붙어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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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라앉아 있다가 다시 수온이 올라가는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면 녹조는 다시 피어나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녹조 씨앗'인 셈이다. 이 녹조 씨앗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라도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연 상태에서 큰 비나 태풍이 와서 강을 완전히 휘저으면 이 녹조 씨앗이 사라지고 더 이상 녹조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강이 흐름을 회복하면 녹조는 절로 사라지게 된다. 녹조는 막힘의 산물이다. 보로 막혀 있으니 녹조가 피어나고 그것이 녹조 씨앗이 되어 계속 반복되는 것이 지난 10년간 낙동강에서 그 모습을 목격한 바 있다.

다시 닫히는 함안보

열린 강과 닫힌 강, 그 차이는 확연하다. 막힌 강은 생명이 없는 강이다. 반면 열린 강은 생명이 돌아오는 강이고, 생명이 만발하는 강이다. 막힌 강은 녹조라떼의 배양소고 열린 강은 맑고 역동적인 강이다. 어느 강을 원하는가. 닫힌 강을 원하는가 열린 강을 원하는가 그 선택은 자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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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창녕보로 막힌 낙동강. 모래톱도 여울도 생명의 흔적조차 없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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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열린 강은 다시 닫힌 강이 된다. 그동안 열려 있었던 함안보는 10월 중순 이후 수문을 조금씩 닫기 시작한다. 그래서 11월 20일 수문을 완전히 닫게 된다. 다시 닫힌 강의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이유는 경남 합천 일부 지역 수막재배 농가들 때문이다. 지하수를 살수한 뒤 그 물로 수막을 형성해 난방을 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농법 때문에 열린 강은 다시 닫힌 강이 된다.

다시 모래톱은 잠길 것이고 여울도 사라질 것이고 생명들은 흔적을 감출 것이다. 강은 다시 죽음의 수렁으로 빨려들 것이다. 다시 녹조가 창궐할 것이고, 녹조가 뿜어내는 치명적인 독소를 다시 걱정하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이 짓을 반복해야 하는가?

4대강 재자연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문제다. 농민들의 반대란 핑계를 대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풀어가면 된다. 그런 노력들을 안 했다. 정부가 결단을 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칠 때 낙동강의 수문개방은 가능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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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조 사무처장(좌)와 곽상수 이장(우). 낙동강 여울목에 서서 강의 변화를 느껴보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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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고령 우곡면 포2리 이장이자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인 곽상수 농민의 말이다. 그렇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수문 개방의 효과는 자명하다. 이미 금강과 영산강에서도 증명이 됐고, 이곳 함안보 개방으로 낙동강에서도 입증이 됐다. 그렇다면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가 결단을 해야 한다.

4대강 재자연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국민과의 큰 약속이다. 문재인 정부가 의지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옛날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인근에 모래가 있고 물고기가 뛰어놀고 거기서 사람들이 필요한 물로 농사도 짓고 멱도 감고 이렇게 되는 게 제일 좋은 게 아니겠나?"

대대로 이곳 낙동강변에 터를 잡고 살아온 곽 이장의 소박한 꿈이다. 이 소박하고도 '오래된 꿈'이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부활한 모래톱을 걸으며 간절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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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와 자갈과 여울이 공존하는 낮은 물길의 낙동강. 이런 낙동강을 원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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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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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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