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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주중 美대사 지명자 "중국 힘 세지만 친구 없어…동맹 가진 美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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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니컬러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 대사 지명자가 20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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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번스(65) 중국 주재 미국대사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중국을 21세기 미국에 최대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미국 등 서방이 실질적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지전능하지 않고 미국의 비교 우위는 동맹에 있다면서다.

번스 지명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은 동양이 부상하고 서양이 쇠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우리나라에 자신 있다"면서 동맹과 파트너와 협력하면 중국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신과 같은 힘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not an Olympian power)"라면서 "경제적, 정치적으로 상당한 약점과 과제를 안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번스는 "중국은 엄청난 힘이 있지만, 친구가 거의 없다. 진정한 동맹이 없다"면서 "우리는 캐나다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조약 동맹'을 가져 비교 우위가 있다"고 거론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 대표적 동맹으로 한국과 일본, 호주 등을 언급했고,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국 협력체인 쿼드(Quad)와 미국·영국·호주 간 오커스(Aukus)의 역할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번스 지명자는 '경쟁할 때 경쟁하고, 협력할 때 협력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외교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협력 가능한 분야로 기후변화, 대 마약정책, 국제 보건, 핵 비확산을 꼽았다.

하지만 이날 상원의원들은 기후변화 외에는 대중 협력 분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중국과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번스 지명자는 중국이 신장 위구르 지역의 집단학살과 티베트의 인권 침해, 대만을 괴롭히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장 지역 인권 침해에 미국이 침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장 주목받은 문답은 대만 문제였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번스 지명자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옳지만, 현상을 훼손하는 일방적 행동에 반대하는 것 역시 옳다고 밝혔다.

홍콩 사례에서 보듯 "대만 문제에 있어 중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진단하면서 중국이 "대만을 되찾을 의도가 분명하다"고 봤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명시적인 발언은 없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대신 대만이 충분한 자기방어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번스는 "대만을 다루기 힘든 나라로 만드는 것은 우리 책임"이라면서 "대만에 무기를 제공하는 등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 우리 임무는 대만을 깨부수기 어려운 견과(nuts)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과 한국에서 미군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한, 주일 미군이 대만 문제에서 대중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베이징 겨울 올림픽 보이콧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 선수들이 그곳에 가게 될 경우,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불안감을 키우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코로나19 기원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 경쟁은 군사 분야 외에 경제와 기술 분야에도 있다면서 공격적인 대중 정책에 관한 초당적 지지를 호소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번스 지명자를 후하게 평가한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 직후 중국의 친정부 성향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번스를 "중국에 대한 의견이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외교관들처럼 극단적이고 딱딱하지 않으며, 비교적 균형이 잡혀 있다"고 평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번스는 그리스·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한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미소 냉전이 끝날 무렵인 조지 H W 부시(아버지) 행정부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소련(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유라시아 정책을 담당했다.

한편 람 이매뉴얼 주일 대사 지명자는 이날 별도 인사청문회에서 일본 대사로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이매뉴얼이 일본 대사직을 중국에 대한 방어벽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대사 지명자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야당인 공화당도 초당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미국의 중국과 일본 주재 대사가 나란히 중국 견제를 주요 임무로 여기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미뤄 주한 대사 역시 비슷한 인식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주한 대사를 지명하지 않았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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