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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정부, 집값 고점이라 외치더니…내년 예산안에 "수도권 5%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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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집값 고점론'을 외치며 국민에게 집을 사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정작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을 미리 계산하면서 수도권 집값이 5% 이상 오른다는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공개한 기재부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22년 국세수입예산안에 국토연구원의 부동산 가격 상승 전망을 반영했다. 정부는 내년 양도소득세 예산 22조4380억원에 수도권 주택가격 증가율 5.1%와 지방 주택가격 증가율 3.5%를 반영했다. 종합부동산세 6조6300억원을 추계(미루어 계산)할 때에도 5년 평균 공시가격 증가율 5.4%를 포함했다.

내년 수도권·지방 주택가격이 올해보다 모두 상승한다는 전망이 국세 추계에 녹아든 셈이다.

유 의원은 "내년 국세 수입을 추계할 때 시장 전망을 반영하는 건 당연한 절차"라며 "기재부는 내년 부동산 가격이 오를 줄 알고 국세 전망에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대외적으로 내년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표리부동한 태도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이달 6일 기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2022년 국세수입예산안에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그는 지난 7월 28일에는 "주택가격 수준과 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섰다"며 집값 고점론을 펼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당시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다는 객관적 지표 등에 귀 기울이며 진중하게 결정해달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기재부가 내년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추계하면서 코스피 평균 3470, 코스닥 평균 1100이라는 자본시장연구원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기재부가 추계한 내년 증권거래세 예산안은 7조5380억원, 양도소득세는 22조4380억원이다.

최근 코스피는 이달 들어 3000선 아래로 후퇴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적극적 유동성 공급으로 펼쳐진 장세가 끝나고 내년부터는 기업의 실적 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재부가 내년 주가 상승 전망을 낙관적으로 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국세수입예산안에 포함한 내년 부동산·증시 전망이 "정부의 공식 전망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공식 자료를 통해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큰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은 기재부가 직접 전망하지 않고 분야별 전문연구기관의 전망치와 의견을 받아 세수추계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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