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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윤석열, 뒤늦게 "유감" "송구"...'5공의 강'에 빠진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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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유감을 표명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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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5공화국 옹호’ 논란 사흘째인 21일 유감을 표명했다. “옳지 못했다” “송구하다”고도 했다. 사과를 거부하는 정면돌파 기조에서 물러났지만 “무책임한 유감 표명”,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유력주자의 역사관 논란으로 ‘5공의 강’에 끌려들어간 국민의힘 지도부 내부에서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정당의 어두운 과거사가 대선 경선 전면에 불려나오면서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공약을 발표하기에 앞서 “(문제가 된 발언의) 설명과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많은 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저는 헌법개정을 할 경우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4·19(혁명) 정신과 마찬가지로 헌법 전문에 넣어야한다고 강조해왔다. 5공 정권을 옹호하거나 찬양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내가 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했더라도 받아들이는 국민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비판을 수용하는 게 맞다는 것”이라며 발언의 취지는 정당했다는 기조는 유지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부산에서 당원들과 만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했다.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앞 뒤 빼고 (비판)한다”(19일), “곡해해서 말하지 말라”(20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유감 표명 이후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4시간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재차 입장을 밝혔다. 그는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면서 “독재자의 통치행위를 거론한 것은 옳지 못했다.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기존 입장에서 ‘유감’ 표명을 거쳐 한 단계 더 물러선 것이다.

이날 두 차례 입장표명으로 수습을 시도했지만 불씨가 꺼질 지는 미지수다. 윤 전 총장이 거듭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해하면서 입장 표명은 적기를 놓쳤다. ‘문제발언 → 정면돌파 기조 →해명’ 사례가 누적되면서 유력 주자로서의 메시지 전달력, 역사인식, 수습 능력에 의구심을 확산시켰다. 보수, 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야권 빅플레이트론(큰 접시)’, 중도확장을 강조해 온 초반 메시지와 모순된 행보이기도 하다.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발언 당일 수습을 했어야 하고, 늦어도 (20일) 방송토론에서는 정리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친 건 맞다”면서 “윤 전 총장 본인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확고하고,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인데 사과할 일이냐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캠프 내부에서는 이날 사과 수위를 두고 자칫하면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의 ‘노인폄하’ 발언 사례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명확히 사과할 경우 윤 전 총장이 전직 대통령 전씨를 두둔한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최종 대선 후보 선출을 보름 앞두고 ‘5공 그림자’가 어른거리게 되면서 당 분위기도 어수선해졌다. 이준석 대표는 보수정당의 ‘5공 단절’ 노력을 강조하며 윤 전 총장 발언과 선을 그은 반면 지도부 내에서는 이날도 전두환 정권의 ‘공’을 5·18과 분리해 바라보는 공개 메시지가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전남 여수·순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어떤 취지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전달이 됐겠지만, 다소 그 의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전 전 대통령은 ‘통치’를 했을 뿐 정당간 의견 교류를 만들어내는 ‘정치’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본적으로 저희 당에서 정치를 하는 분들은 특히 호남과 관련된 발언을 할 때 최대한의 고민을 해서 발언을 해야한다”고 경고 메시지도 냈다.

반면 이날 이 대표가 빠진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은 다른 결의 목소리를 냈다. 김 최고위원은 “부동산, 원전 정책 두 가지만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한테 배웠으면 좋겠다”면서 “역사적으로 모든 것이 암울했던 5공 전두환 정권이었지만, 적어도 부동산·원전 정책은 문 대통령이 훨씬 더 암울하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두환 시대 때는 하다 못해 군사정권이어서 경제 모른다고 하면서, 경제정책은 일류 수석에게 맡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씨의 인재용인술에서는 배울 점이 있다는 윤 전 총장 발언과 비슷한 취지다.

당내 대선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을 재차 강하게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제가 당대표였다면 (윤 전 총장은) 제명 감”이라면서 “어차피 사과할 일을 가지고, 깨끗하게 사과하면 될 일을 가지고, 무책임한 유감표명으로 얼버무리는 행태가 한 두 번인가. 참 어리석다”고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석열 후보는 전두환 정권 옹호 발언에 대한 ‘사과’ 요구를 받고 있던 어제 공식 인스타그램에 돌잡이 사진을 올렸다”면서 “국민을 조롱하는 후보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자격도, 국민의힘 후보로서 자격도 없다”고 했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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