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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주로 첫걸음 뗀 누리호, 비행 성공했지만 위성 궤도 안착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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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 /고흥 나로우주센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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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국산 로켓(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통해 우주 진출의 첫걸음을 뗐다.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최고난도 기술인 ‘클러스터링’이 적용된 1단 엔진의 성능 검증과 단 분리, 페어링(로켓 앞부분의 원뿔 모양 위성 덮개) 분리에 성공해 비행을 무사히 마쳤지만, 마지막 3단 엔진의 오작동으로 인해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당국은 로켓 기술의 핵심인 엔진 성능이 실전에서 검증된 만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 내년 5월 2차 발사를 대비해 남은 과제 해결에 집중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10분쯤 누리호 발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며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하게 도달하진 못했지만 충분한 성과를 얻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륙, 단 분리, 페이링 분리가 차질 없이 이뤄졌다. 완전히 독자적인 기술로 이뤄냈다”라며 “다만 더미위성(가짜 인공위성·위성모사체)을 궤도에 안착하는 일은 과제로 남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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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6시 10분쯤 누리호 발사 참관을 마치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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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 높이 도달했지만 3단 엔진 오작동으로 충분한 공전 속도 못 얻어

누리호의 임무는 1.5t(톤) 무게의 위성모사체를 700㎞ 상공에 띄워올리는 것이었다. 로켓 맨 앞 부분에 위성모사체를 싣고 이륙했다. 공중에서 각각 300t, 75t, 7t급 추진력을 갖춘 1, 2, 3단 엔진이 차례로 연료를 소진하고 분리돼 떨어져나간 후, 위성이 목표 궤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추진력을 공급했다.

이륙 후 목표 궤도에 도달하는 데 약 15분이 걸렸다. 계획대로 오후 5시 3분에 1단, 오후 5시 4분에 페어링과 2단을 차례로 분리시켰다. 오후 5시 5분에 목표 고도(700㎞)의 중간 지점인 300~400㎞ 상공을 통과했다. 오후 5시 15분 목표 궤도인 700㎞ 상공에서 3단이 분리되고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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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 /고흥 나로우주센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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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약 30분간의 추적 결과,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안착해 정상적으로 공전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지막 추진력 공급을 담당한 3단 엔진이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성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궤도를 공전하려면 충분한 공전 속도가 필요한데, 3단 엔진이 이를 위한 추진력을 위성에 충분히 주지 못한 것이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위성모사체가 목표에 도달했지만 (목표 공전 속도인) 초속 7.5㎞에 도달하지 못했다”라며 “3단 엔진의 연소가 조기에 종료돼 충분한 속도를 얻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과기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전문가로 구성된 발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단 엔진의 조기종료 원인을 규명하고, 이 결과를 활용해 내년 5월 2차 발사를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3단 엔진의 조기종료 원인으로, 연료가 연료 탱크에서 연소실로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압력이 부족했거나, 지상 제어시스템의 연소 종료 명령이 조기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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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 /항우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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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난도 기술 ‘엔진 클러스터링’은 실전 성공…뉴스페이스 시대 ‘한발짝’

한국은 로켓의 핵심 기술인 중대형 액체엔진을 지난 2010년부터 12년 가까이 독자 개발하고 이날 실전 비행에서 기술력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엔진을 만들기 위해선 아직 선진국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연소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 엔진 여러 개가 하나처럼 작동하도록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안정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날 발사를 통해 한국이 이 기술을 확보했다는 게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완벽한 성공까지) 이제 한걸음만 더 나아가면 된다”라며 “이제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켓)에 정확히 쏘아올릴 날이 머지않았다”라고 평가했다. 개발 실무자인 조남경 항우연 엔진시엄평가팀 책임연구원도 “비행 과정에서 3단 분리까지 제대로 작동하는 걸 확인하고 추가로 분석할 데이터를 얻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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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 /고흥 나로우주센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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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실무진의 평가대로 한국이 이번 발사를 통해 국산 로켓 기술 검증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게 됐다는 게 항공우주업계의 반응이다. 국가 전략기술인 수십t급 추진력의 중대형 액체엔진을 만들고 이것을 수십만개 부품으로 이뤄진 부속 장치들과 조립한 로켓을 개발, 이를 통해 무게 1t 이상의 실용급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자력으로 쏘아올릴 수 있는 국가는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일본, 인도 등 6개국뿐인데 한국이 7번째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300여개 민간 기업들이 누리호 개발에 참여했고 앞으로 계획된 후속 국가 우주 사업들에선 더 비중있게 활약할 예정이다. 미국처럼 달 이내의 지구 저궤도 진출은 스페이스X처럼 혁신 기술을 가진 자국 기업에 맡겨 상업화하고, 정부는 달 너머 화성, 소행성, 외행성 등 심(深)우주 탐사에 집중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한국도 진입하는 계기가 이번 발사를 통해 마련됐다는 게 학계·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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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 /고흥 나로우주센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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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국장)은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누리호 개발 사업의 민간 참여는) 미국 스페이스X처럼 여러 정부와 기업의 로켓을 대신 발사해주는 발사체 기업을 키우려는 목적이다”라며 “우리 기업이 스페이스X 수준의 사업 경제성을 가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방향은 맞게 가고 있다. 누리호 후속 사업이 민간 주도의 우주종합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도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의 예산과 자원이 달라 스페이스X 같은 국내 기업이 탄생할 시점을 구체적으로 예상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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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 /고흥 나로우주센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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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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