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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만나줘" 스토킹, 이젠 진짜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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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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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는 김태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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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행위를 현행보다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21일부터 시행됐다. 그동안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로 분류돼 처벌이 미미했고, 이로 인해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늦게라도 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일부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한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날부터 시행되는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한다. 구체적으로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는 행위, 주거·직장·학교 등 일상을 지내는 장소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나 제3자를 통해 글이나 그림·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 주거지 등에 놓인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

이 같은 행위를 지속적·반복적으로 저지르면 ‘스토킹 범죄’가 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를 때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들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스토킹 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실과 사회의 인식 개선이 있다. 경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전국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018년 2772건에서 2019년 5468건, 2020년 4515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3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여성을 스토킹한 끝에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여성과 그 가족까지 살해한 김태현 사건처럼 충격적인 강력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피해가 이토록 심각한데도 국회는 수십 년간 스토킹 범죄를 방치해 왔다. 스토킹처벌법은 1999년부터 꾸준히 발의돼 왔지만 최초 발의부터 시행까지 22년이나 걸렸다. 그동안 발의된 법안들은 모두 국회 임기 만료 폐기돼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스토킹이라는 행위는 적절한 시기에 제어되지 않으면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그동안 적극적인 구애행위 또는 경범죄로만 취급돼 왔기 때문에 법안 발의가 늦어졌다”며 “수십 년 동안 피해가 있었음에도 최근 심각한 사건들이 벌어지고서야 법안이 통과된 건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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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스토킹이라는 엄연한 범죄행위가 늦게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한 쪽이 원치 않는 스토킹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그동안 많이 부족했다”며 “일본 등 외국은 예전부터 관련 법을 시행해 왔다. (한국도) 늦은 감이 있지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법안이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안이 스토킹이라고 규정한 행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피해 당사자를 피해자의 동거인 또는 가족까지만 좁게 설정했다는 것이다. 권김 소장은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스토킹 행위가 너무 쉬워졌고, 위해를 원격으로 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피해 대상이 늘어나고 가해 행위도 용이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

사회의 인식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김 소장은 “스토킹에 노출된 당사자들도 이게 범죄인지 아닌지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상대방의 스토킹과 집착이 범죄화되는 순간이 언제인지, 어떤 행위가 상대의 일상을 파괴하며 집착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교육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법률의 미흡한 점은 법을 개정하면 되지만 결국은 법 집행자인 수사기관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며 “스토킹 범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접근하면 법이 적용되기조차 어렵다. 공권력의 법 집행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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