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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한 달 만에 돌아온 고3 "현장, 설명과 너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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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운군 사망사고 후 '실습 폐지' 요구 높아졌지만... 학생들 "폐지 안돼, 법 지켜지는 현장으로"

오마이뉴스

▲ 14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 마리나 요트장에 현장실습 도중 숨진 故 홍정운 군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홍 군은 지난 6일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제거를 위해 잠수를 했다 납벨트를 풀지 못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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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2일 오후 6시 45분]

특성화고 3학년 김재홍(가명·18)군은 지난 9월 초 집과 학교를 떠나 차로 4시간 이상 거리에 있는 인천에 위치한 반도체 하청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떠났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집을 떠나 살아본 적 없지만 '기숙사를 제공하고 급여 역시 최저시급 이상 맞춰준다'는 업체의 이야기를 듣고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부푼 꿈을 안고 인천으로 향했던 김군은 정확히 37일 만에 다시 고향 학교로 돌아왔다. 그 이유에 대해 김군은 20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내 의지대로 회사에 갔지만 현장실습 현장은 처음 들었던 설명과 다른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며 "하루 8시간 이상 한 번도 앉지 못하고 서서 일하다 보니 무릎이 너무 안 좋아졌고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답했다.

이런 김군도 지난 6일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사망한 특성화고 3학년 홍정운군의 이야기를 들었다.

"계속 일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그 친구 이야기를 들었어요. 처음엔 현장에서 사고로 죽었구나 했죠. 그런데 나중에 친구들 통해 자세히 들어보니 우리와 나이가 같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다 죽었다는 걸 알았죠. 그 순간, 여수 사고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김군은 사망한 홍정운군의 친구들이 촛불시위를 진행한 것에 대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나도 내 친구가 그렇게 사고로 죽었으면 촛불을 들었을 거다. 현장실습을 가는 학생들이 현장을 정확하게 알아야 대비가 가능한데 그런 것 없이 무조건 가서 부딪혀야 알 수 있으니 포기하거나, 아니면 버티다가 이렇게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정운군은 현장실습 현장인 여수 'ㅅ요트'에서 선착장에 정박중인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등을 긁어내는 작업을 하다가 물에 빠져 숨졌다. 1년에 두세 번씩 이뤄지는 이 작업은 애초에 잠수부를 불러 시행해야 하며 배의 크기와 작업 인원에 따라 대략 2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ㅅ요트는 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홍군을 바다로 내려보내 작업을 시켰고,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은 지난 12일 ㅅ요트 업체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용노동부도 18일 해당 업체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필수불가결 현장실습, 없애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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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한 홍정운군의 친구들과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회원 등 100여 명의 시민들은 홍군이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마리나 요트선착장 앞에서 지난 8일부터 저녁마다 추모집회를 진행 중이다. ⓒ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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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군의 사망사고가 알려진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이하 사업장,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으로서 상당한 지식이나 숙련도가 요구되는 작업 등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특성화고 현장실습피해자 가족모임'도 지난 20일 여수 사고 현장을 방문해 홍군 유족들을 만나 위로한 뒤 "학생들이 성인이 된 후 진로를 정해도 늦지 않다"라며 "현장실습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주장에 대해 특성화고 학생들 내부 의견은 둘로 나뉘는 상태다. 현장실습을 중도 포기한 김군조차 <오마이뉴스>에 "현장실습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나를 포함해 우리들 목표는 좋은 곳 취직해 돈을 많이 버는 거다. 이를 위해선 미리 경험을 쌓아야하고 그것이 바로 현장실습이다. 여건만 맞으면 나는 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12월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 '일 경험' 제도 운영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현장실습 경험이 도움 된다고 밝힌 응답은 전체 조사인원 354명 중 274명인 77.4%에 달했다. 반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부정적 응답은 전체의 22.6%(8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학생들은 '현장실습 업무가 전공과 관련될 경우 직무수행에 도움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학생들은 '지원한 업무와 전공영역이 달라서', '실제 업무와 관련은 있지만, 활용도가 떨어져서'라고 답했다.

바꿔 말하면 전공과 관련된 현장실습이 전공과 관련해 제대로만 이뤄지면 학생들도 만족하는 현장실습이 이뤄진다는 것. 하지만 정운군의 경우처럼 해양레저 전공을 살려 현장에 투입되더라도 안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것이 다반사다.

2012년 울산 신항만 공사 작업선 전복 사고, 2014년 울산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공장 지붕 붕괴 사고로 특성화고 재학생이 현장실습 중 목숨을 잃었다. 2017년에는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3학년 이민호군이 제주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압착기와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2015년 충북 진천의 한 공장과 2017년 전주의 한 고객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특성화고 학생들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울산 지역 특성화고등학교 취업지원 담당 A교사가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이들 현장실습 보낸 뒤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음료수 박스를 들고 업체로 찾아가 '잘 좀 봐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현장실습에 대한 아이들의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마련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다"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현장실습, 법 지켜지는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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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한 요트 정박장에서 잠수작업 실습중이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회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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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운군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책이 모색돼야 한다"면서 "▲유해 위험 작업 관련 직종 및 산업안전 고위험 직종 현장실습 금지 ▲운영 중인 현장실습 안전 문제 전수조사 ▲현장실습 기업체 대한 관리·감독 대책 마련 ▲고용노동부 관리감독 대책 마련 ▲현장실습생 노동자성 인정 및 노동법 전면 적용, 최저임금 적용 등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홍군 사망사고 후 교육부도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이뤄지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현장실습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21일 전라남도교육청과 여수고용노동지청 현장 방문을 통해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권익보호 강화방안' 제도개선 권고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11월 말까지 특별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나 홍군 사례에서 드러났듯 현장실습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들은 이미 완비돼 있는 상태다. 일부 현장에서 '학생들을 싸게 굴릴 수 있는 저임금 노동자'라 생각해 법과 제도를 위반한 채 업무에 투입하다 사고가 반복되는 거다. 사망한 홍군 역시 잠수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업체는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홍군에게 잠수작업을 요구했고, 홍군은 이를 수행하다 사망했다.

홍군이 ㅅ요트와 맺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는 "현장실습기관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해 및 위험한 사업에 현장실습을 시켜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근로기준법에도 '잠수작업에 대해 만 18세 미만 청소년을 고용할 수 없다'라고 강조됐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역시 "사업주는 근로자가 스쿠버 잠수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잠수작업자 2명을 1조로 하여 잠수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적혔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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