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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유신비판 억울한 옥살이 47년만에 위자료 1억 확정…판결 4일 뒤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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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원금 수령이유로 손배청구 기각되자 헌법소원…일부위헌

헌재 결정 근거로 재심청구해,1억1500만원 확정…판결 나흘 뒤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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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유신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고문수사를 받고 3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에게 47년만에 1억여원의 정신적 피해보상금이 인정됐다.

고(故) 오종상씨는 1974년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중앙정보부 직원에게 영장 없이 강제연행 돼 약 1주일간 조사를 받았다.

오씨는 조사과정에서 중앙정보부 직원들에게 폭행·협박, 잠을 재우지 않는 등의 고문을 받다가 견디지 못하고 허위자백했고, 이를 근거로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은 후 1977년 만기출소했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오씨의 긴급조치위반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오씨의 사건은 재심이 개시됐고 2010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오씨와 가족들은 2011년 국가를 상대로 중앙정보부 수사관의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2012년 5월 "오씨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서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에 동의하고 생활지원금을 수령했기 때문에,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소를 각하했다.

다만 오씨를 제외한 가족들의 위자료 청구를 인정해 국가가 오씨의 자녀들에게 각 4000만원, 전처에게 1000만원, 오씨의 동생에게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2012년 12월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성립이 간주되는 재판상 화해 효력 범위에 위자료 손해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국가가 오씨에게도 1억15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가족들의 위자료 금액은 1심과 같이 유지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2016년 5월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오씨가 입은 피해는 모두 구 민주화보상법에서 정한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이므로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미친다"며 "오씨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이상 위자료 청구 소송은 부적법하다"며 2심 판결 중 오씨의 위자료 청구 승소 부분을 파기하고 가족들의 위자료만 인정했다.

한편 오씨는 상고심 진행 중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오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8년 8월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일부위헌 결정을 했다. 그러나 이 선고는 오씨의 상고심 판결이 이미 확정된 이후였다.

오씨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최근 "오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한 일부 위헌결정이, 청구의 계기가 된 오씨의 사건에 소급효를 가지는 것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 해석상 당연하다"면서 2016년 대법원 판결 중 오씨의 대한 부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2심 판결에 따라 오씨에 대한 1억1500여만원의 국가배상책임이 확정됐다. 오씨가 1974년 국가로부터 불법 강제수사를 받은지 47년만의 일이다.

오씨는 대법원 판결 나흘 뒤인 이달 4일 8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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