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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생수 사건' 동기·과정 오리무중…경찰, 사망 직원 특수상해 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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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직원 원룸서 독극물 약병 발견…유서 없으나 극단선택 가능성

경찰, 생수 성분 분석 의뢰·시신 부검…"사건 규명에 시간 걸릴 수도"

뉴스1

서울 서초경찰서. 뉴스1 DB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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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서울 서초구 양재동 회사 사무실에서 발생한 '생수 사건'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이 극단선택으로 사망한 직원을 정식 입건하면서 범행 동기, 경위 등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쓰러지기 전 "물 맛 이상하다"…동료 집에선 독극물 약병

사건의 시작은 18일 오후 1시30분에서 3시 사이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 A씨(44·남)와 B씨(35·여)가 호흡곤란과 마비증상을 보이며 연달아 쓰러진 것이다. 이들이 1시간 전쯤 사무실에서 생수병에 담긴 액체를 마시고 "맛이 이상하다"고 말한 게 유일한 단서였다.

두 사람은 동료 직원의 신고로 출동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B씨는 곧 의식을 회복해 늦은 밤 퇴원했지만 중환자실에 입원한 A씨는 며칠째 깨어나지 못한 채 위독한 상태다.

그날 밤 10시쯤 병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두 사람이 마신 330㎖짜리 생수병 3점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회사의 또 다른 직원이 2주 전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시고 병원을 찾은 사실도 그때쯤 밝혀졌다.

사건은 이튿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직원 C씨(35·남)가 관악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C씨가 무단으로 결근했다"는 말을 듣고 오후 6시7분쯤 그의 원룸을 찾은 경찰은 인기척이 없자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C씨의 사망을 확인했다.

원룸에서는 여러 종류의 독극물 약병이 발견됐다. C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에서는 독극물 검색 기록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휴대전화 포렌식에 들어갔던 경찰은 21일 특수상해 혐의로 C씨를 정식 입건했다.

경찰은 C씨가 극단선택을 한 것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외상과 타살 정황은 없었다. 경찰은 약병을 국과수에 감정 의뢰했으며 21일 부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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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의 생수 코너.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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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아질산나트륨 등 거론…범행 동기는 오리무중

해당 생수는 회사가 대량 구비한 시중 판매 제품으로, 독극물이 인위적으로 주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조사 관계자는 "피해가 특정 장소에서 집중 발생했기 때문에 생산과정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독극물의 성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거 비슷한 범죄나 사고에는 시안산소듐(청산가리)이나 육가공품 발색제로 쓰이는 아질산나트륨 등이 쓰였다. 2011년에는 20대 여성이 청산가리를 먹여 아버지를 살해했고 2013년에는 아질산나트륨을 소금으로 착각해 넣은 국을 먹고 1명이 숨지고 4명이 호흡곤란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성분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병의 내용물이 외관 포장지와 같은 것인지 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왜 이런 독극물을 투입했는지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같은 사무실에서 벌어진 만큼 직장 내 괴롭힘이나 금전관계 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B씨와 C씨는 함께 경영기획팀에 근무했으며 A씨는 바로 옆 재경팀의 팀장이다.

회사 측은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날 직원 4~5명은 회사 문을 걸어잠그고 불 꺼진 사무실에서 근무를 이어갔다. 이들은 전날도 불을 끄고 외부 접촉을 차단했다. A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대기하는 직원들 역시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회사 측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직원 대부분은 사고 상황을 보지 못했고 목격 직원들은 현재 경찰서에서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오늘 부검…독극물 성분 파악 주력

경찰은 21일 C씨의 시신을 부검한다. 경찰은 C씨가 독극물을 마셨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A씨와 B씨에게 같은 성분을 사용했는지도 파악할 계획이다. 이 독극물이 앞서 국과수에 감정 의뢰한 생수병에서 검출된 성분과 동일한지도 들여다 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외상이 아닌 만큼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에 대한 진술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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