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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말하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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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상징적인 인물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섰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이 20일, 출범 5주년을 기념하는 ‘THE창업가 컨퍼런스’를 온라인 행사로 개최했다.

이날 크래프톤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이승건 대표가 무대에 올라 ‘창업가정신’을 주제로 노변정담(Fireside Chat)을 나누었다. 창업과 엑싯, 투자 등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장병규 의장과 아홉 번 만에 내놓은 아이템(토스)으로 기업가치 8조 2천억 원의 유니콘 기업을 키운 이승건 대표는 이날 창업가정신과 창업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하 대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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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과 이승건 비바퍼블리카(토스) 대표가 20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출범 5주년을 기념하는 ‘THE창업가 컨퍼런스’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 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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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부터 이야기 해달라. 혹은 최근 제일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장병규 의장 : 크래프톤은 김창환 대표가 일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많이 벌이고 있다. 크래프톤은 자급력이 생겼고 일을 열심히 해야 될 때다. 나는 김창환 대표가 일을 벌리면 이사회 의장으로 체크 & 밸런스를 하고 있다.

최근에 시간을 많이 쓰는 건 엔지니어 양성 프로그램인 SW사관학교 ‘정글’이다. 산업계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많이 모자라잖나. 그래서 비전공 공대생들이 가장 빠르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게 잘 되면 크래프톤도 좋고 한국스타트업 생태계도 좋고 대한민국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승건 대표 : 정글 아카데미는 비바리퍼블리카도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한지 11년 됐고, 토스를 시작한 지는 7년 됐다. 사실 우린 장병규 의장이 힘써준 생태계의 근간이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회사다.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본인들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녹인 물리적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한 꿈이 있다. 이런 바람을 크래프톤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최근 크래프톤이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 사옥을 매입했다. 관련해 공유해 줄 수 있는 내용이나 생각이 있다면.

장병규 의장 : 크래프톤 내에도 보안 속에서 진행된 일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힘들다. 결국 조직이라는 건 굉장히 다양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협업하는 거잖나. 근데 협업할 때 함께 모여서 하는 게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은 재택근무 같은 것도 굉장히 많이 하니까. 전통적으로 하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하는 걸 계속 고민해야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굉장히 많은 건물이나 사무실이 전통적 방식에 기반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게임업, 크레이티브업에 필요한 공간 스타일이 분명히 이전과는 다를거다. 김창환 대표는 CEO가 되기 전부터 이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 고민들의 여러 과정 중에 하나가 이마트 본사를 미래에셋이랑 콘소시엄 형태로 인수한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업무 공간, 업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고민의 하나로 지켜봐주면 좋겠다. 새로운 것이 등장할거다.

장병규 의장이 이승건 대표에게, 이승건 대표가 장병규 의장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장병규 의장 : 이 대표는 우선 건강을 챙기길 바란다. 일에 빠져있고 좋아하는 건 안다. 하지만 스트레스 정말 많을거다.

이승건 대표 :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는 늘 있다. 매일매일이 어떻게 보면 실시간 MMORPG 게임 같다. 메타버스의 세계에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게임을 실시간으로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만큼 재미와 중독성과 흥분감으로 떨리는 하루하루다. 다음 미션에 대한 도전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장병규 의장 : 목숨이 하나라고 하니 무섭다. (웃음)

본인에 대한 세간의 오해가 있다면. 바로잡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장병규 의장 : 아무래도 ‘주당 100시간’에 대한 오해를 좀 바로 잡아야 되지 싶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내가 주당 100시간 얘기를 하면 남이 강요해서 착취하는 걸로 오해한다. 내가 말한 건 “당신의 인생, 어떤 순간에 주당 100시간 정도 몰입해서 할 수 있다면 스스로 선택해라.”이다. 자기가 선택하는 주당 100시간은 스스로의 결정인데, 이게 착취와 강요의 수단처럼 곡해되는 경우가 많다. 각자가 선택하는 것이고 각자의 인생에서 주당 100시간을 일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수도 있잖나.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도 우리 사회의 멋진 구성원이란걸 양해해 줬으면 좋겠다. 그 오해는 꼭 바로잡고 싶다.

이승건 대표 : 사실 나도 비슷한 얘기를 하려고 했다. 일하는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선물이길 바란다. 그래서 우린 이 오해를 바로잡고 싶어서 ‘워라밸 및 보상강화’, ‘단기 평가 폐지’를 키워드로 하는 신인사제도를 시행한다. ‘금요일 조기퇴근 제도’가 정례화돼 사실상 주 4.5일 근무제가 실시된다. 또 지난해 도입한 연말 휴가 제도 ‘겨울방학’도 정례화된다. 휴가 사용과 재택 근무, 출퇴근 시간 등 근태를 별도의 승인 없이 구성원 자율에 맡기는 기존의 원칙은 변함없이 유지키로 했다. 현행 포괄임금제는 내년 초 비포괄임금제로 전환된다.

여러 가지 인사 제도의 변경을 통한 우리의 전략은 직접 와서 실제로 경험해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몰입에 점점 빠져드는 그런 삶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일 안 하고 정말 나만 잘하면 되는 일을 하게 하는 거다. 일에 집중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체계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위대한 성취를 하려면 한 번쯤은 인생에서 남다른 몰입의 경험은 필요하다고 본다. 결국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있느냐이겠다. 그 자유가 전제되어서 한 얘기였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5년 전과 현재 창업가의 현실은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

장병규 의장 : 굉장히 많이 풍성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창업가는 5년 전에도 외로웠고 10년 전에도 외로웠고 지금도 외로울거다. 5년 후라고 해서 안 외롭지는 않을거다. 그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창업가들이 많아졌다는 거다. 그리고 그런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는 좀 자연스러워졌다.

이승건 대표 : 5년 전이면 내가 토스를 시작할 때다. 2015년 즈음 당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나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는 사람의 다음 인생 목적지로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집 안에서 말리던 때다. 지금은 고경력직과 전문직에게 스타트업이 대안이 되는 것을 본다. IB뱅커들도 스타트업으로 많이 유입되고 있다. 아직 메인 스트림은 아니지만 중요한 선택지 중에 하나가 된 것 같다.

장병규 의장 : 직업 선택, 커리어 선택지 중에 스타트업을 넣은 사람들이 진짜 많아졌다.

이승건 대표 : 그리고 요새 스타트업들 투자 받는 걸 보면 ‘지금 창업할걸’ 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밸류에이션도 높다. 요새 창업하는 창업자들은 시리즈 A 투자 받기 전에 훌륭한 제품과 전략을 짜서 할 정도로 실력도 출중하다. 시장 환경도 굉장히 좋아졌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내년이나 내후년에 보수적으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창업자들이 많다.

장병규 의장 : 스타트업 생태계가 풍성해지고 커진다는 것은 거시경제 흐름의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10년 전, 20년 전에는 아무도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신경 안 썼고 시대 흐름과 동떨어져서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결국 글로벌 경제의 흐름 자체가 약간 수축되는 경향으로 가면 자금 흐름이나 유동성 등 이슈에 스타트업들도 영향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 버블은 아니겠지만 약간 수축될 가능성이 있다. 스타트업들이 내년, 내후년은 조금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승건 대표 : 공감한다. 이미 미국 연준에서도 테이퍼링 얘기가 나오고 2023년에는 결국 퍼블릭 마켓이 많이 다운사이드를 경험할거라 본다. 그래서 우리도 그전에 최대한 쟁여놓자는 생각이다.

요즘 가장 주목하는 창업가는 누구인가. 한 사람 꼭 찝어서 말해준다면.

장병규 의장 : 내가 본엔젤스에서 투자 과정을 지켜봤던 포트폴리오사도 지금은 편하게 연락오지는 않는다. 고문이 됐기에 아무래도 이제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에 이승재 대표다. 이 대표는 수시때때로 연락을 한다. 그런데 3, 4 년 전의 대화 주제와 최근에 대화 주제가 참 많이 다르다.

작은 스타트업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소지가 없지만 그 스타트업이 정말 커졌을 때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빨리 성장하는 것이 좋다.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겠나. 본엔젤스 포트폴리오 중에서는 버킷플레이스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에 많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이승건 대표 : 버킷플레이스는 지난 투자 라운드에서 내가 투자자 소개를 많이 했다. 그만큼 잘 하고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는 팀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생태계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이승건 대표 : 내 꿈은 대한민국이 창업가들과 기업가들의 천국이 되는 것이다. 창업 시장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뷰를 보는 미래이다. 다른 멀티버스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 같지만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나라에 혁신가들이 훨씬 더 많아지길 바란다. 지금은 기업가들을 의미 있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부족하다. 창업가들이 직원들을 홀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보기 위해서 일한다는 왜곡된 인식이 많은 것 같다.

대중 드라마를 보면 그런 인식이 보인다. 드라마에서 그리는 기업 대표의 모습은 출근하면 로비에서 다들 고개숙여 인사하고 직원에게 하대하는 게 너무 당연하게 연출된다. 그런 식의 말도 안되는 인식이 대중에게 전달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성격의 사람들이 창업하면 1, 2년 안에 다 접을 사람들이라 본다. 실제 아주 오랜 기간 인생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깨우침을 경험하며 인생을 배워나가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다. 기업가도 이제 대한민국에서 되게 중요한 오피니언 리더 그룹 중에 하나로 인정받고 제대로 된 이해와 진정한 이해를 하는 시선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런 인식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후배 창업가들과 기업가들이 계속 등장한다고 본다. 기업가들이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세력이 되는 그런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래서 한국이 정말 압도적인 창업의 천국이 되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잘하고 잘 돼야 한다. 다른 직군들보다 더 엄격한 검증을 통과할 수 있도록 더 도덕적이고 더 사회적 선에 기여하는 엄격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함께 그런 세계를 만드는 것을 제안해보고 싶다.

스타트업 관련 드라마가 하나 있었다. 제목도 스타트업이었다.

이승건 대표 : 유명한 연예인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드라마는 스타트업의 힘든 면을 보여주기보다 결국 남녀상열지사가 많았던 것 같다. (웃음)

장병규 의장 : 드라마에 스타트업이 힘들게 나오면 아무도 스타트업에 안 오지 않겠나. 본인이 스스로 선택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면 될듯싶다.

이승건 대표 :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거 너무 짜릿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지 않나. 나는 정말 흥분되고 짜릿한 경험들을 지금도 팀원들이랑 하고 있다.

장병규 의장 : 그런 순간이 있으니까 몰입하는 거다. 사실 일하는 것의 7~80%는 힘들다. 현실은 시궁창이고 늘 괴롭지만 버티는 거다. 생각해 보면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성공하겠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버틸 수 없다.

이승건 대표 : 그런 순간이 있었기에 크래프톤이 펍지 나오기 전까지 12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본다.

후배 창업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장병규 의장 : 장병규와 이승건은 창업자들의 롤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스타트업이 많아지다 보니 마치 중고등학교 시험에서 정답을 찾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해야 스타트업이 성공을 하느냐고 묻기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사실 다들 각자의 스토리로 성공하는 거잖나. 우리 사회가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해지니까 존중이 필요한거고, 다양해지니까 인권이 중요해지는 거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례가 나오고 있다. 창업자들이 자기만의 다양한 스타일로 승부하고 성공하면 좋겠다. 남을 따라하려고 한다든가 어떻게 해야 성공한다는 식의 생각은 무시할 필요가 있다.

이승건 대표 : 어떻게 보면 우린 성공하려고 일을 한 게 아니다. 멈출 수 없는 여정을 계속 갔던 것 뿐이다. 토스가 되게 잘 나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부에서 정말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아직도 어마어마한 실패를 매일 한다.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그냥 그 길을 걸으면서 얻는 경험들과 여정이 보상이라고 느낀다.

장병규 의장은 크래프톤 이전 블루홀스튜디오를 이끄는 중에도 스타트업계 지원도 병행했다. 왜 그렇게 한건가.

장병규 의장 : 세상에는 마음이 가는 일이 있다. 예를들어 좋아하는 색깔이 파란색이라면 딱히 이유가 필요한건 아니다. 그냥 좋은 거다. 스타트업이 좋은 것도 마찬가지다. 그냥 좋다.

그걸 위해서 경제적, 체력적인 희생과 노력을 할 필요긴 있나.

장병규 의장 : 그게 희생과 봉사라고 생각 안 한다. 젊은 창업자들을 만나서 얘기를 하면 에너지를 얻는다. 어디 가서 그런 젊은 에너지를 체험 하겠나. 나보다 한 열 살 연상인 사람을 만나면 당연히 연륜에 가득 찬 지혜를 얻을거다. 그런데 재미는 좌충우돌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날 때 생긴다. 그냥 그게 나의 재미다. 대단하게 의미 부여를 할 건 아니다. 그냥 좋아야 되는 게 있다.

스타트업에 마음이 가는 거다. 어려운 일을 많이 버틴 스타트업에게 물어보면 그냥 좋아서 가능했다고 한다. 기업마다 소명의식이나 사명의식도 있을거고, 당연히 기저에는 경제적인 인센티브에 대한 고민도 있을거다. 근데 정말 재미가 없으면 그렇게 오래, 꾸준히 할 수는 없을거다. 단순히 경제적인 인센티브와 단순 사명의식으로 버티기에 이 동네는 너무 거칠다.

이승건 대표 : 창업 전에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게 별로 안 남았던 것 같다. 20대 때 치과의사를 시작했으니 인정도 받았고 사회에서도 좋게 봐줬다. 돈도 좀 벌었기에 정말 많이 놀았다. 근데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게 몇 개 안 남았더라. 지금은 사업하는 것이 가장 재미가 있다. 하다 보니까 이게 사회적으로 기여도 크다. 사회적 선에 기여한다는 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좋은 의미가 부여되니까 더 좋다. 게다가 회사도 커지면서 팀원들도 부자가 될 수 있게 됐고, 나도 부자가 될 것 같다.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니 재미가 크게 온다.

창업가들의 가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장병규 의장 : 2017년에 책(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을 쓴 이유 중에 하나가 가족에게 창업에 대해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창업자가 먼저 읽고 그다음에 가족에게 선물로 주라고 했다. 혹시 창업자가 너무 이해 안 된다라면 한번 읽어봐 주길 부탁한다.

이승건 대표 : 나도 창업하고 3년 간 실패만 거듭할 때 가족이 그만하라고 충고 많이 했다. 창업을 하려 한다면 가족에 꼭 공감을 얻고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매우 중요한 디스플레이머 작업이다. 결혼을 했다면 배우자를 잘 설득해야 한다. 남편이든 아내든 창업하면 같이 가는 수밖에 없다. 동지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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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창업가 정신이란 무엇일까. 창업가 정신을 어떻게 정의하나.

장병규 의장 : 우선 제일 중요한 게 현 시대가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거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이고, 제조업에서 비제조업으로 넘어가고 있고, 딥러닝으로 인간의 지적인 노동까지도 AI가 대체할 것처럼 보이잖나. 어쨌든 인류가 만들어낸 경제 시스템이 양극화를 강화한다라는 것도 많이 얘기되고 있고 요즘은 기후 변화 같은 것도 정말 중요한 담론이 되었다. 불확실한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방법은 ‘크리에이트(create)’ 하는 것 밖에 없다. 만들고, 혁신하고, 바꾸고, 시도해야 한다. 안주하면 안 된다.

창업가 정신은 불확실성 시대에 나침반 같은 역할이라고 본다. 지금 많은 창업자들이 여러 이유로 창업을 하고 스타트업을 하며 매일 힘들어하면서도 즐겁게 일을 한다. 불확실성 시대이기 때문에 창업가 정신이 더 조명받는다고 본다.

이승건 대표 : 다수가 어렸을 때부터 안정적인 직장, 안정적인 가정, 안정적인 환경을 지향하며 살고있다. 사실 그건 거대한 환상에 불과하다고 본다. 인생은 그 자체로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직장도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로 갑자기 사라지는 시대이다. 안정적이라 불리우는 직장에 있다해도 사실 그게 다 비용이 있는 거다. 만족되지 않는 영혼의 허기가 어딘가에서 돌출이 돼서 나오기도 한다.

목숨을 걸고 직업을 수행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항상 업의 본질이 나온다. 의사는 환자를 살릴 때 군인은 국가를 수호할 때 존경받는다. 업의 본질이 의사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고 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창업가는 언제 존경을 받을까? 주주 가치의 실현, 매출 증대는 아닐거다. 창업가는 물자든 서비스든 세상이 필요로 하는 풍요를 공급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 때 숭고해 진다. 창업가라는 업의 본질은 결국 세상이 필요로 하는 풍요를 공급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창업가 정신의 정의다. 21세기, 22세기에 우리 인류가 맞이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고려할 때 창업가 그룹이 지금보다 100배는 더 많아져야 겨우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창업을 경험해본 선배 입장에서 정말 도와주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후배 기업, 창업자는 어떤 유형인가.

장병규 의장 : 내 이메일 주소는 거의 공공재에 가까워서 뭔가를 부탁하는 메일이 종종 온다. 내 사정과 입장을 고려해서 메일을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입장에서만 메일을 쓰는 사람이 있다. 후자는 내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경우고 생각보다 많다. 이해는 된다. 본인이 정말 급하기에 서둘러 뭔가를 하려고 하는 걸거다. 본인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일 수도 있을거다. 그런데 적어도 질문을 하고 도움을 요청할 때는 받는 사람이 어떤 상황일지 생각해주는 존중심은 가져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이기심만 가득찬 메일을 받으면 답장에 정성을 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내 상황을 이해하고 질문을 한 사람에게는 어쨌든 더 정성을 들여서 답장을 하게 된다. 창업자가 바쁘고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조언이나 도움을 요청할 때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 5분 정도만이라도 생각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이승건 대표 : 성장의 기회가 보일 때인 것 같다. 세상에 풍요가 공급되는 관점에서 내가 조금만 도와주면 조직이 크는 길이 보일 때 돕는다. 개인적으로 엔젤 투자를 시작했다. 올해 한 5개 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규제 때문에 고생하는 팀도 있지만 규제가 해결되어 성장로가 열린 팀도 있다. 팀들이 성장하는 걸 보면 너무 재미있다.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이 영어를 아주 잘하지도 않고 네트워크가 강하지도 않아서 투자 유치에 난관이 생길 때가 있다. 해외 투자자가 필요한 규모가 됐는데 국내에서 그 밸류를 인정해 주기는 어려운 경우다. 해외 투자자를 찾아야 되는데 네트워크가 없으니까 고생을 진짜 많이 하더라. 우리는 해외 투자자와 해외 네트워크가 많이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에 유니콘 직전 단계에 있는 기업을 투자자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천억 원 가까운 투자 사례에서 그런 역할을 했다. 그로스 스테이지였는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더라.

코스포가 설립 5주년을 맞이했다. 바람이나 당부할 것이 있다면.

장병규 의장 : 스타트업에서 5년이면 굉장히 긴 세월이다. 5년 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과 함께 해왔는데, 앞으로 5년이 훨씬 더 중요하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제 유아기적인 단계를 지나 국민들과 함께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 생태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이 사회에 녹아들어야 되고, 사랑받아야 하고, 함께 해야 하는데 그게 일개 기업이 하기에는 어렵다. 그 부분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 코스포가 출범된 걸거다. 향후 5년간 코스포가 스타트업들과 함께 우리 사회에 조금 더 녹아들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 기울여주면 감사하겠다.

이승건 대표 : 마찬가지다. 지난 2, 3년간 코스포 의장 자리를 맡았는데, 의장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기여는 제대로 못 해서 미안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 동안 코스포가 많은 걸 바꿔줘서 감사하다. 장 의장 말처럼 앞으로 5년이 대한민국이 정말 혁신가들의 천국으로 변하느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중요한 임계점이 될 거라고 본다. 열심히 돕겠다.

글: 손 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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