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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개인성적+동료들에게 재능기부' 신의 한수가 된 미란다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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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 아리엘 미란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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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대구=최민우 기자] 아리엘 미란다(32·두산)가 역대급 외인 투수가 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란다의 영입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하더라도, 사실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다. KBO리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대만 프로야구(CPBL) 출신인 탓이 컸다. CPBL이 한국과 일본에서 실패했거나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 가는 리그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또 지난해 원투 펀치였던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의 투구를 본 탓에 눈높이는 하늘 높이 치솟은 상태였다. 여러 가지 상황이 미란다의 실력을 의심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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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아리엘 미란다가 지난 3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시범 경기 때 교체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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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초반 행보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했다. 150㎞의 빠른 공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미란다는 압도적인 구위로 상대 타자를 찍어 누르고 체인지업·포크볼 등 낙차 큰 변화구로 삼진은 잡아냈지만, 조기 강판되는 날이 허다했다. 좋은 날보다 그러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당시 김태형 감독도 미란다를 두고 “제구력이 문제다. 본인도 잘던지고 싶었을 거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밸런스도 흐트러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시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지만, 마음 한편에 있는 찝찝함은 떨쳐내지 못한 듯 보였다.

그랬던 미란다가 달라졌다. 사령탑도 주저없이 ‘에이스’라고 부르는 투수로 거듭났다. 김 감독은 “제구력이 향상됐다. 카운트 싸움에서 공격적으로 들어갔고,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어 내니, 자기 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미란다의 활골탈태 배경에는 개인 트레이너의 영향이 있다는 후문이다. 미란다는 비시즌마다 메이저리그에서 파이어볼러로 이름을 떨친 아돌디스 채프먼과 함께 훈련을 진행한다. 이때 몸 관리를 맡아준 트레이너가 있는데, 미란다의 요청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트레이너가 온 뒤 미란다의 이닝 먹방, 탈삼진 쇼가 시작됐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트레이너는 미란다와 늘 동행한다. 잠실구장뿐만 아니라 원정 경기까지 모두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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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아리엘 미란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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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성적도 좋다. 이제 KBO리그 역사를 바라보는 미란다다. 지난 19일 대구 삼성 전에서 7이닝동안 10삼진을 잡아낸 미란다는 탈삼진 221개를 기록하며,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다음 등판에서 큰 이변이 없다면, 미란다는 故 최동원 감독이 1984년 롯데에서 기록한 최다 탈삼진 223개를 넘어선다. 역사의 한 페이지의 주인공이 되는 건 물론, 미란다는 자타 공인 에이스 대관식을 열게 된다.

미란다는 쉬는 날에도 바쁘다. 그의 포크볼을 배우기 위해 선수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곽빈, 최원준 등 선발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물론, 김강률 홍건희 등 필승조까지 미란다를 둘러싼다. 미란다는 “선수들이 조언을 구하는 모습을 보면, 나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제일 중요한 게 정신력이라고 강조한다. 그게 없으면 마운드에서 흔들린다. 신체적인 준비도 잘하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이어 “그립은 물론 던지는 느낌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투구할 때 내가 느낀 것들을 전수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란다는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개인 성적은 물론, 팀 선수들까지 살뜰히 챙긴다. 미란다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됐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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