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국산 첫 발사체 ‘누리호’ 카운트 다운… 발사 16분 안에 성패 판가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독자개발 첫 발사체… 기립 작업 마쳐

2시간 전부터 연료·산화제 주입

10분 전부터 발사자동장치 가동

위성 700㎞ 궤도 도달해야 성공

2010년부터 민간업체 300곳 참여

발사대 설계부터 조립까지 국산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4차례 발사

세계일보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된 누리호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우주강국의 꿈을 실은 순수 국산 첫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날아오르기 위한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누리호가 나로우주센터 내 제2발사대에 기립했다고 밝혔다. 이후 누리호는 전원 및 추진제(연료·산화제) 등을 충전하기 위한 ‘엄빌리컬(탯줄) 연결’과 연료나 산화제 충전 과정에서 막히거나 샐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인 ‘기밀 점검’ 등 발사 준비 작업을 수행했다.

누리호는 1.5t 위성을 싣고 지구 궤도 600∼800㎞까지 올라갈 수 있는 우주발사체다. 국가 간 기술 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난관을 뚫고 국내 연구진이 엔진 설계·제작부터 발사대 개발까지 독자적으로 해냈다. 21일 발사되는 누리호는 위성모사체(더미 위성)을 탑재한 것이다. 발사의 정확한 시각은 기상 여건 등을 계산해 발사 1시간30분 전에 발표된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나로우주센터 인근은 구름만 다소 낀 맑은 날씨가 예상된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7번째로 자체 기술력으로 중대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국가의 반열에 오른다.

세계일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을 출발해 제2발사대로 이송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2년 노력 16분7초 만에 판가름… 성공 땐 세계 7번째 국가

16분7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첫 발사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시간이다.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떠나는 누리호는 967초 만에 고도 700㎞까지 올라가 1.5t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다. 누리호는 12년간 국내에서 자력으로 개발됐다. 수차례 엔진 시험 등을 거쳤지만 우주로 날아오르기까지 오작동 위험이 산재하다.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20일 언론 브리핑에서 ‘진인사대천명’을 언급하며 “최선을 다한 만큼 하늘의 뜻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걷는 속도로 발사대로 이동… 기립 완료

누리호는 20일 오전 7시 20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무인특수이동차량에 실려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종합조립동을 출발했다. 길이 47.2m, 중량 200t인 누리호는 걷는 속도보다 느린 시속 1.5㎞로 이동했다.

세계일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 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8㎞ 떨어진 제2발사대에 도착한 누리호는 기지개를 켜듯 웅장한 몸체를 일으켰다. 기립 후에는 추진제와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인 엄빌리컬(탯줄) 타워에 연결돼 전기·기계적 점검을 받았다. 오 부장은 “신중을 기하다보니 연습 때보다 1시간쯤 작업이 지연됐다”고 전했다.

21일 오전에는 전기 계통과 170여 가지 밸브(유체의 양·압력을 제어하는 장치)를 점검한다. 작업을 마치면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를 주입하기 위해 먼저 탱크 등을 냉각한다. 발사 2시간 전부터 연료인 등유와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충전하고, 마무리되면 기립장치를 철수한다. 최종적으로 10분 전부터 발사자동운용(PLO)이 가동된다. 이후부터는 컴퓨터가 작업을 자동 진행해 수동으로 중지시킬 수 없다.

누리호 발사 당일에는 지상 반경 3㎞ 내에 접근이 금지된다. 해상도 2시간 전부터 좌우 총 24㎞로 78㎞ 거리까지 소개된다. 하늘 길 역시 좌우 44㎞로 95㎞ 거리까지 비워진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발사 후 30분쯤 성공 여부 판단

누리호가 지구 밖까지 나가는 데는 16분7초가 걸리지만, 성공 여부는 발사 후 30분 뒤 공식 발표된다. 누리호 임무 완수는 ‘967초 뒤 1.5t의 위성모사체를 고도 700㎞에서 초속 7.5㎞로 궤도에 올려놓느냐’ 여부로 판단한다.

누리호는 1단 엔진의 추력이 300t에 도달하면 정남쪽으로 이륙한다. 이륙 후 127초에 1단 엔진이 고도 59㎞에서 떨어져 나간다. 233초 후 고도 191㎞에서 페어링(위성 등 발사체 탑재물을 보호하는 덮개)이 분리된다. 274초가 지나면 고도 258㎞에서 2단 엔진이 모두 연소해 분리되고, 최종 고도 700㎞에서 3단 추력이 종료된 뒤 위성모사체가 떨어져 나온다. 1·2단과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는지는 제주추적소에서 모니터링한다.

누리호 발사는 37만개 부품으로 이뤄진 로켓을 우주 공간까지 날리며 ‘비행시험’하는 과정이다. 무사히 마치기까지 위험 요인이 수두룩하다. 발사 전 연료·산화제를 넣다 새거나 불이 날 수 있고, 발사 후에는 궤도이탈이나 엔진·탑재체 분리 과정에서 비정상 작동이 있을 수 있다.

오 부장은 “처음부터 원하는 속도와 궤도에 위성을 놓지 못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예상하는 결과를 낸다면 적지 않은 소득”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를 하루 앞둔 20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교동교차로 부근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나로우주센터로 향하는 차량에 대한 검문 검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상비행 땐 세계 7번째 국가 반열

누리호 총 예산은 1조9572억원으로, 2010년 3월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누리호가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7번째로 자체 기술력으로 중대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국가가 된다. 현재 1t 이상 실용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뿐이다. 국내 발사체 기술 수준도 미국과 비교해 기존 60%에서 70%까지 올라간다는 것이 과학계 평가다.

누리호는 내년 2차 발사 이후 2027년까지 4차례의 추가 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게 된다. 누리호가 상용화되면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위성을 쏘아올릴 환경을 갖추게 된다. 그동안은 매번 해외 시설을 이용해야 했다. 막대한 비용은 물론 쏘는 시기도 해외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누리호로 거둔 기술적 성과도 상당하다. 자력으로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 2018년 11월 이 엔진을 적용한 시험발사체 발사를 성공시켰다.

아울러 미국, 러시아와 대등한 수준의 액체엔진 시험설비를 구축했고, 제 2발사대 역시 설계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을 국산화했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총 300여개 민간 업체, 500여명이 참여해 기술 공유가 이뤄진 것도 값진 결실이다. 세계적으로 민간기업이 우주로 진출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린 가운데, 누리호를 계기로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도 활기가 돌게 됐다.

세계일보

◆ “누리호 첫 발사 불발돼도 실패는 아니다”

누리호 발사가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우주발사체가 첫 비행에서 성공할 확률은 30%가 안 된다. 세 번만에 성공한 ‘나로호 트라우마’도 있다. 그러나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70·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사진)은 누리호는 그 자체로 한국 기술이 세계 수준임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20일 전화로 만난 채 전 원장은 “누리호는 현재 99.9% 완성된 것”이라며 “주행시험을 앞둔 자동차와 같다. 완성된 차의 성능을 점검해서 이상이 생기면 마이너하게 수정하면 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누리호는 우주 기술이 집약된 완성품에 가까우며, 첫 발사가 불발돼도 그간 쌓은 성과가 ‘무’로 돌아가는 실패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다만 “내일 제대로 비행을 못하더라도 부품이 많은 로켓에서는 일상적으로 생기는 일”이라며 “우리는 첫 발사라 외국 발사체보다 리스크가 많다”고 전했다.

채 전 원장은 1989년 항공우주연구소 설립 때부터 합류한 원년 멤버다. 로켓엔진개발팀장을 거쳐 2002∼2005년 항우연 원장을 지냈고 2012년까지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이 기간 액체추진 과학로켓인 ‘KSR-3’를 독자 개발해 발사에 성공했다. 채 전 원장은 “당시 참여한 연구원들이 지금 누리호 개발의 핵심 인력들로, KSR-3 독자개발 경험이 누리호의 밑거름이 됐다”고 돌아봤다. 나로호와 별도로 2003년부터 30t급 액체엔진을 개발한 경험도 누리호의 75t급 액체엔진으로 명맥이 이어졌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어마어마한 로켓 시험 설비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런 시설을 만들 수 있을까’ 했다”며 “누리호 국산 설비를 직접 보니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구나 하고 실감했다”고 전했다. 채 전 원장은 “누리호를 독자 개발한 능력 자체가 한국 엔지니어링 수준이 세계 최고에 올라왔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누리호에 대해 소련·미국에서 이미 1960년대에 활용한 기술 아니냐고 지적한다. 채 전 원장은 “로켓 기술은 국제적으로 이전이 안 되기에 설령 외국에서 100년 전부터 가진 기술이라 해도 우리는 독자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정부의 지속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전 원장은 “1년만 안 해도 기술이 사장되기에 꾸준히 로켓을 제작하고 최소한 1년에 하나씩은 발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