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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더 넓게 연대한다 해도 항의 목소리, 오프라인처럼 안 퍼져 [감염병 시대, 집회의 미래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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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대체 가능할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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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가 기획한 ‘온라인 퀴어퍼레이드’에서 이용자들이 캐릭터와 구호를 만들어 행진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왼쪽 사진). 2019년 6월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인파를 이뤄 행진하고 있다(오른쪽). 인스타그램 캡처·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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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서울서 열던 퀴어문화축제
온라인 퍼레이드로 4만명 참여
거리 제약·아우팅 우려 없지만
도심 행진이 띤 상징성·해방감
온라인 집회로는 채울 수 없어

코로나19로 사람들은 광장을 잃었다. 한때 시위 인파 100만명이 모이기도 했던 광화문광장에는 이제 50명도 모이지 못한다. 함께 모여 외치지 못하는 날들이 지속되자 온라인 공간에서 비대면 집회를 여는 이들이 생겨났다.

감염병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전통적인 형식의 집회 대신 새로운 형식의 집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새로운 집회를 시도한 이들은 온라인 집회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오프라인 방식의 집회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년 6월쯤 서울에서 열리던 퀴어문화축제의 개최 여부가 불분명해지자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는 ‘온라인 퀴어퍼레이드’를 기획했다. 닷페이스가 만든 페이지에 들어가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머리 스타일, 의상 등을 차례로 고른다. 휠체어나 오토바이 등 탈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선글라스나 무지개 깃발로 캐릭터를 꾸밀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이 이미지를 다운받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는없던길도만들지’ ‘#온라인퀴퍼’ 등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했다.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도로를 배경으로 한 이미지들이 연속된다. 캐릭터들이 모여 ‘퍼레이드’를 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인스타그램에서만 4만명 넘는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온라인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온라인 퀴어퍼레이드를 기획한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는 “1년에 한 번뿐인 퀴어퍼레이드에서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워 온라인에서 광장처럼 모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했다. 온라인만의 장점도 확인했다. 거리가 멀거나, 아우팅(원치 않게 타인에게 성정체성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퀴어퍼레이드에 나서지 못한 사람도 온라인 퀴어퍼레이드에는 참여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조 대표는 “확실히 오프라인이 재밌다. 서로 지나가면서 하이파이브도 하고,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고 그런 바이브(분위기)가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각자의 공간에 있어서 외로웠다”며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났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은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지지자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서울 도심을 행진하는 것 자체가 주는 상징성과 해방감이 있다. 온라인 집회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이다.

조 대표는 “퀴어퍼레이드는 즐기고 축하하는 의미도 있지만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전하는 등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서울시청이나 광화문을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퍼레이드를 하는 것, 그리고 제주, 전주 등 각자의 지역에서 퀴퍼를 하는 것만의 의미가 있다. 이런 것들은 계속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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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문화연대 등이 메타버스에서 개최한 ‘타투 합법화’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1일부터 17일 동안 줌 화상회의로 진행된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 온라인 농성에서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오른쪽). 문화연대·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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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은 참가자만 ‘로그인’ 한계
“문제제기 동의하는 다수 보여줘
항의 대상이 부담 느끼게 해야”
독일 등 집회 금지 법적 근거 정비
코로나 관련 제한, 보다 명확해야



지난 7월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를 활용한 집회가 열렸다. 문화연대는 메타버스 ‘히든오더’를 통해 타투 합법화를 위한 집회 ‘내 눈썹이 불법이라니’를 열었다. 히든오더에서 문화연대가 구현한 공간에 접속하면 “일천만 눈썹들이여 궐기하라! 타투 합법화를 위한 타투업법을 제정하라!” 등 구호를 외치는 오디오가 들린다. 참가자는 안내에 따라 집회 코스튬인 눈썹, 머리띠, 조끼 등을 장착한 뒤 집회 현장을 둘러보고 퀘스트도 수행할 수 있다. 오프라인 집회처럼 현수막도 마련했다. 발언도 했다. 이 메타버스 집회에 2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신영은 문화연대 활동가는 “코로나19 이후 소규모로 기자회견 등을 하면서 유튜브, 줌으로 생중계를 하는 게 많아졌다. 그런 방식은 일방향적이라고 생각해 메타버스 집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점프’ 등 모션을 하면서 서로에게 호응하고, 구호를 외치면서 함께 행진을 할 수 있다. 신 활동가는 “기자회견이나 집회가 이뤄지는 도시에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에 계신 분들을 연결하는 역할도 가능했다”며 “집회의 목적 중 ‘나 혼자만의 힘은 약하더라도 이렇게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메시지를 받는 것이 있다. 그런 면에서 메타버스 집회는 굉장히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모인다’는 감각은 느꼈지만 ‘외친다’는 감각은 부족했다. 오프라인 집회를 하면 행인 등이 좋으나 싫으나 메시지를 전달받는다. 그러나 메타버스에서는 집회 참가자가 아닌 사람은 ‘로그인’하지 않는다. 온라인 집회에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기도 했다. 신 활동가는 “오프라인 집회는 당장 내일이라도 현수막을 뽑아 거리로 달려가서 메가폰을 들고 외치면 된다. 그런데 메타버스에서 현수막이나 메가폰을 구현하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이 굉장히 많이 든다. 모든 시민단체들이 이것을 구현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온라인 장기 농성도 있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은 지난달 1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에서 ‘2021 평등의 이어달리기’를 진행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달성된 뒤 국회 심사기한을 맞아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를 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온라인 방식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경험이었다”며 “62개 단체가 온라인 농성에 참여하면서 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지 더 느끼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단체들은 팟캐스트, 낭독회, 강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농성을 이어갔다.

인터넷 접근성은 과제로 남았다. 지오는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거나 나이가 있는 분들, 온라인 사용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겐 온라인에서 모이는 것 또한 장벽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온라인 집회에서는 화면을 끄면 바로 단절돼 헛헛함이 더 빨리 다가온다”며 “결국 집회는 무언가 권리를 요구하거나 무엇을 해결하기 위해서인데, 밖으로 뻗어나가 영향력을 전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했다”고 짚었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모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그것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방식을 차용할 수는 있지만, 온라인 집회가 집회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집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보이고 들리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항의의 대상, 목소리를 듣는 대상이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곳에서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집회의 원칙”이라며 “온라인에서 하면 대상이 없다. 오프라인에서는 문제제기에 동의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걸 보여줘 대상이 부담을 느끼게 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 힘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했다.

감염병 시대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집회가 벌어졌다.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진압으로 사망한 뒤 미국 시민들은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지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며칠 만에 미 50개주 전체에 시위가 확산됐다. 워싱턴에서 열린 시위에는 수만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제기되자 의사 등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서는 오히려 군중들을 좁은 장소로 몰아넣는 ‘통제’의 방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뉴욕시는 집회에 참여한 누구나 코로나19 집단 검사를 받도록 독려했다.

올해 노동절(5월1일)에도 세계 곳곳에서 노동절 시위와 행진이 있었다. 프랑스는 파리에서만 1만7000여명이 참석했고, 전국적으로 300개 이상의 시위에 10만6000명 이상 참여했다. 스페인에서도 70개 이상 도시에서 노동절 시위가 열렸고, 노동부 장관 등 정부 부처 장관들도 거리에 나섰다.

한국은 지방자치단체가 제한한 인원 이상이 모이는 집회는 모두 금지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이후 거리 두기 단계가 1단계로 하향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서울시 전 지역에서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했다. 지난 7월부터는 거리 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돼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가 금지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처럼 집회 참가를 (사실상)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조항에 의해 제한돼야 한다”며 “감염병예방법은 집회를 어느 경우에 제한하고 어느 경우에 금지할 수 있는지 규정이 없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석민 인하대 박사의 논문 ‘코로나19 공중보건위기와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 따르면, 독일·일본·영국 등은 법률을 제·개정해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은 시행령을 통해 집회 관련 법령을 정비했다. 독일과 미국 등 연방제 국가는 주별로 코로나19 관련 집회·제한 금지 조치를 내렸다. 독일은 각 주마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시행령을 제정해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미국은 각 주마다 행정명령을 발령해 위반 시 형사처벌을 한다.

해외 각국은 집회 참여인원의 상한을 정하고 조건을 달아 집회를 보장하기도 한다. 독일의 경우 브란덴부르크주는 150명, 라인란트-팔츠주는 350명, 니더작센주 등은 500명으로 집회 참여인원의 상한을 정했다. 여기에 더해 거리 두기를 의무화하거나 위생 규정을 둔 주들도 있었다. 영국의 경우 30인 이상 회합을 금지했지만 주최자가 방역조치를 할 경우 그 이상 인원이 모이는 집회도 허용했다. 독일의 일부 주는 집회 참가자 간 1.5m 거리 유지 조건을 의무화하거나 행정청이 거리 유지 조건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위스는 30명 이하 집회를 허용하면서 보건관청이 정한 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거리 두기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문은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감염병예방법상 집회 제한·금지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를 위해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 교수는 “ ‘위드 코로나’, 일상의 회복을 위해서는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인권구제위원회를 만들어 집회의 제한 등 인권이 침해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신고를 받고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오경민·민서영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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