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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재명 “초과이익 환수 보고 안 받아”… 野 “같은 사안 두고 말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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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경기도 국감서 배임 공방

“언론 보고 실무자 간 논의 내용 알아

성남도개공 결재과정서 채택 안 돼”

유동규와 관계도 “선거 도운 건 사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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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0일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은 것이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가 그때 의사결정을 했다는 게 아니다”라며 “‘부동산경기 호전시 예정이익 초과분을 추가 환수하자’는 실무의견이 있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결재과정에서 채택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잘못된 설계에 따른 배임 혐의를 벗어나려고 하다 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 계속 말이 달라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경기지사 신분으로 출석해 민주당 문진석 의원 질의에 “최근 언론에 보도가 되니까 저도 이런 얘기가 내부 실무자 간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어떻게 논리적으로 배임이 될 수 있느냐는 말씀을 드렸더니, 옛날에 제가 마치 알고 결재했다는 식으로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국감에서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가 아니라 추가하자고 하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날 “초과이익 환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는데 누가 건의한 거냐.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냐, 정진상(전 경기도 정책실장)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건의하지 않았다. 코끼리 다리를 가지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대리급 되는 신참 직원이 제안했는데 채택이 안 됐다고 한다. 언론보도를 보고 알게 된 것이다. 보고받았다고 우기지 마시라”고 반박했다.

구속된 유 전 본부장과 관계에 대해서도 말이 바뀌었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TV토론에서 “그 사람이 제 선거를 도와줬나. 그런 것을 한 적이 없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선거를 도운 것, 관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측근’이라는 점은 부인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 임명 절차에 대해 오전에는 “본부장 임명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인사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가 오후에는 “확인해봤더니, 본부장 인사는 (성남도개공) 사장이 하게 돼 있다”고 피해갔다. 하지만 이후 이 후보는 “관련 업자를 만나는 걸 알았으면 해임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당시 시장에겐 임면권이 없다고 했다가 해임했을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임면권이 있었다는 속내를 얘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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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설계자가 죄인”… 이재명 “설계자는 착한 사람”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는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감에 이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연루 여부 등을 놓고 야당과 이 후보가 재충돌했다. 국감 막판에는 재재보충질의 진행 방식을 두고 격돌한 여야 의원들은 감사반장 자리로 몰려나와 몸싸움도 했다. 배임 논란의 쟁점이 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놓고 야권은 “설계자가 죄인”이라고 맹공했고, 이 후보는 “공익환수는 착한 설계”라고 맞섰다. 이 후보는 행안위 국감에서 보여줬던 실소와 비아냥거리는 태도는 자제했지만 “직무 외 질의는 받지 않겠다”, “(질의가) 기대 이하”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이날 국감 인사말에서 “국정감사는 인사청문회가 아니다. 국가 위임사무, 국가 보조금 지급 사업에 한하여 가급적 답변을 제한하도록 하겠다”며 지난번 행안위 국감과 달리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야당 의원들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 배제로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과도한 민간 수익 배당을 허용했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민이 분통 터져 하는 게 뭐냐. 어떻게 8000만원 투자한 사람이 1000억원, 1000배 이상의 수익을 가져갈 수 있냐는 것”이라며 “전체 이익 중 75~90%가 민간으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시민의 말이다. ‘돈 받은 자는 범인인데, 설계한 자는 죄인’”이라며 이 후보가 행안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돈 받은 자는 범인, 장물을 나눈 자는 도둑’이라고 한 발언을 맞받아쳤다. 이 후보는 이에 “도둑질을 설계한 사람은 도둑이지만 공익환수를 설계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조항 삭제가 아니라 미채택한게 사실”이라고 이 후보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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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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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임명 과정과 사업 추진 경과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의 임명 과정에 대한 질의가 반복되자 “무슨 범죄인 취조하는 곳도 아니고”라면서 불쾌한 반응 보였다.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이 측근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측근인지 판단기준이 없어서 모르겠다. 선거 도움 받은건 사실이지만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을) 마음대로 그만두고 나갔다”고 답했다. 남욱 변호사와 만남 여부에 대해서는 “악수 한 번 한 일이 있다고 하는데 전혀 기억이 없다. (남 변호사는) 인터뷰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나오는 ‘그분’이 이 후보가 아니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 후보를 엄호했다. 소병훈 의원은 “‘그분’이 처음 나온 건 정 회계사의 녹취록인데, 이유 없이 ‘그분’을 이 후보라고 말하는 것에 사과하고 빠져나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강준현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개발을 의도적으로 포기시키고 민간사업자 이익 보전을 목적으로 최초로 설계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질의 중 인형을 꺼낸 것과 녹취록 공개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충돌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오후 질의에 앞서 ‘양두구육’(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내세우나 속은 변변하지 않다는 의미)의 의미가 담긴 양의 탈을 쓴 불도그 인형을 꺼내들어 “제가 대장동 부근에서 데려온 얘가 원래 본명이 ‘대동이’였다”면서 “그런데 이상한 걸 먹고 다녀서 구린내를 풍겨서 ‘대똥이’로 이름을 바꿨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이나 물건 같은 것을 갖고 오지 않기로 한 여야 간사 협의를 거론하며 “품위를 떨어트리는 것 안 하기로 했잖냐”고 항의해 회의가 1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같은 당 김은혜 의원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민간개발을 지지하며 땅을 땅으로 보상하는 환지방식 보상을 논의했다는 증언이 담긴 ‘주민 녹취록’을 폭로했다. 소 의원은 “증인 선서하지 않은 사람의 녹취를 트는 것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일부는 환지방식, 일부는 수용방식으로도 타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맞다”면서도 “민간이 100% 이익을 갖는 방식의 개발에 동의하겠다는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국회법과 국감 선례에 따라 재재보충 질의는 합의가 안 됐으므로 국감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조 의원 자리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했고, 여당 의원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잠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형창·김현우·김병관·이창훈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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