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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웅 언급 "저희" "양심선언" "윤석열"… 공수처가 풀어야 할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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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조성은 녹취록 속 수상한 정황
①고발장 작성한 '저희'는 검찰 관계자?
②'검언유착' 의혹 내밀한 정보 출처는?
③'윤석열' 언급, 검찰 의식인가 과장인가
한국일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기상청 종합국정감사에 참석하며 고발 사주 의혹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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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증거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조성은씨의 통화 녹취록이 일부 공개됐지만 의혹의 실체는 여전히 ‘안개 속’이란 평가다. 녹취록 속 김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검찰의 개입을 의심케 하는 말을 여러 차례 했지만, 정작 고발장 작성 주체 등 의혹의 키포인트를 언급한 대목은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핵심을 관통할 ‘힌트’가 몇 군데 보인다는 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 '스모킹건’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20일 본보가 확보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김 의원과 조씨가 지난해 4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나눈 통화 내용 중 의심할 부분은 세 가지 정도로 나뉜다. △고발장 작성·전달 과정에 제3자가 있었는지 △'검언유착' 의혹 관련 내밀한 정보를 어떻게 취득했는지 △검찰과 사전 교감은 있었는지 등이다.

① '저희'는 누구? 검찰?


먼저 고발장 전송 전 1차 통화에서 김 의원이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리겠다"고 말한 대목이 눈에 띄인다. 고발장을 작성한 주체를 언급한 것인데, 1인칭 단수가 아닌 1인칭 복수를 사용함으로써 은연 중에 '제 3자'의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법조계에선 김 의원이 이후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고발장 등 자료를 조씨에게 전달할 때 '손준성(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보냄'이란 문구가 남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공수처와 검찰 수사로 '손준성 보냄' 문구는 조작되지 않은 것이 드러나면서 적어도 고발장 전달 과정에 손 검사가 있다는 점은 확인이 된 상황이다. 손 검사가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는 수사로 밝혀져야 할 문제지만, 고발장 작성에까지 손 검사 혹은 또 다른 검찰 관계자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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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조성은씨 사이 통화 녹취록 속 김 의원 발언.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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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조씨에게 "고발장을 (서울)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조금 위험하대요"라며 '전언 형식'으로 말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울남부지검과 교감할 수 있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물론 '저희'를 비롯한 제 3자가 검찰 외부 인사이고, 손준성 검사 역시 김 의원이 고발장 검토를 부탁한 수준에 불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김 의원 역시 이날 기자들에게 "제가 기억하는 바에 따르면 ('저희'가) 검찰은 아닌 것 같다"고 부인했다.

② 내밀한 정보 어떻게 알았나


김 의원이 검언유착 의혹 등의 내밀한 정보를 알고 있었던 점도 수상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오늘 이동재(전 채널A 기자)가 양심선언 하면, 바로 이걸 키워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그는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언급되는 한동훈 검사장 녹취는 이 전 기자가 대역을 써서 녹음했다'는 등 이 전 기자의 대응 논리도 그대로 전달했다.

김 의원이 말한 정보 중 일부는 검찰 외부인이 알기 힘든 정보라는 점에서 검찰과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실제 김 의원이 이후 조씨에게 전달한 고발장에도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지모씨(제보자X)의 전과 △지씨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와 모르는 사이였다는 사실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손준성 검사를 거쳐 전달된 자료 중엔 지씨의 과거 실명 판결문도 있는데, 검찰과 공수처는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해당 판결문을 열람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김 의원은 "채널A 기자 관련 정보는 제 기억엔 여의도에서 받은 것"이란 입장이다.

③ 검찰 의식해서 발언?


검찰과 사전 교감을 의식한 것으로 의심되는 발언은 그 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제가 (고발장을 제출하러)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 보내고 나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준다. 이렇게 (미래통합당에 이야기)하시면 된다" "고발장 (제출하러) 가신다고 그러면 그쪽에다가 이야기를 해놓겠다" 등이다.

하지만 이를 고발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 방식의 고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장이 뒤섞인 발언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공수처 역시 현재 확보한 녹취록을 분석하는 동시에 이를 입증할 관련 증거들을 모으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뒷받침할 물증이 없다면, 녹취록은 그저 정황증거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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