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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직설] 플랫폼에도 리뷰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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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얼마 전 배달앱으로 치킨을 시켰다. 배달원은 문 앞에 두고 갔다고 알람을 보냈지만 우리집 문 앞에는 치킨이 없었다. 앱의 사진도 우리집 문이 아니었다. 바쁘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에 배달되었다면 직접 가져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배달원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치킨집에 전화하니 자신들도 배달원의 연락처를 알 수 없단다. 실시간 채팅 고객센터는 AI가 계속 영혼 없는 죄송을 외칠 뿐, 연결이 되지 않는다.

경향신문

이총희 회계사


이쯤 되니 화가 나기 시작한다. 별점에라도 반영하려고 배달의 별점을 누르니, 이건 치킨집의 별점이다. 치킨집은 아무 죄가 없다. 굳이 따지자면 이건 배달원의 죄이고, 배달원에 대한 관리책임이 있는, 연락처를 독점하고 있는 회사의 죄다. 하지만 배달앱에 대해서는 내가 리뷰를 남길 수 없다. 무수히 많은 플랫폼들이 리뷰를 활성화하여 이익을 내지만, 정작 자신들에 대한 리뷰는 남길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갈 곳을 찾지 못한 불만은 결국 고객센터의 상담원들에게 향할 것이다.

옆동에 찾아가서도 내 치킨을 찾지 못한 나는 결국 앱에서 ‘24시간’ ‘연중무휴’의 고객안심센터로 전화했다. 상담원은 나에게 기존 음식을 수거하여 배달하는 것과 재조리 배달이라는 선택지를 주었다. 당연히 추가 비용은 없으니 재조리가 나을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것도 그렇고, 나를 위해 죽어버린 닭이 음식쓰레기가 되는 것도 불쌍하다. 게다가 어느 집인지 모르지만 아침부터 음식쓰레기 테러를 받는 그 집은 또 무슨 죄인가. 그래서 나는 굳이 그 치킨을 찾아서 나에게 재배달을 요청했지만, 상담원조차 배달원과 바로 연락할 수 없었다. 한 집 배달이라고 하지만, 한 집씩 여러 곳을 다니는 배달원에겐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한참 후 연락이 와서 배달원이 자신이 어디에 두고 왔는지 기억을 못하겠다며, 어쩔 수 없이 재조리하여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고객은 재조리하여 받으면 끝나지만, 플랫폼은 음식을 회수하지 않을 것이다. 비용은 또 그렇게 외부화된다. 추가된 배달용기와 음식쓰레기만큼 환경문제는 추가될 것이고, 다음날 아침에 음식쓰레기 테러를 당한 다른 아파트 주민은 기분이 상할 뿐 아니라, 처리비용도 부담해야 할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그가 늦게 퇴근했는지 그 치킨을 발견했고 치킨집에 문의하여 먹어 없애주었다고 한다.

기업들은 항상 고용이 유연화되면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처럼 말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최저비용을 추구할 뿐이다. 최소비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손실은 공공에게 전가되거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가된다. 누군가는 꼬우면 성공하라 말하겠지만, 성공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의 반대가 실패도 아닐 뿐 아니라,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벌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플랫폼은 행복하지만, 나머지 수많은 사람들은 불편한 경험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 기업들이 성장해서 이익을 창출할 때쯤, 그들은 공유지의 비극을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사회에 돌려놓을 수 있을까. 이익은 나의 것으로, 손실은 타인(사회)의 것으로. 그 끝은 모두의 공멸이겠지만,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인간은 오늘도 현재의 이익에만 충실하게 살아간다.

이총희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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