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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outlook] 호흡 길고 리스크 큰 우주사업, 예타 대신 우주 특화제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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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우의 ‘누리호 발사 그 다음’



중앙일보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2018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 시험발사체 사진을 배경으로 섰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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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포함한 국내 산·학·연의 땀과 눈물이 섞인 누리호가 발사 예정이다. 우주 발사체 독자 기술 확보라는 측면에서 한국 우주과학사에 남을 순간이다.

국내 발사체 역사는 1993년 항우연이 1단 고체로켓인 KSR-I 발사에 성공하면서 막이 열렸다. 이후 2단 로켓인 KSR-II(1997년),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 로켓인 KSR-III(2002년) 발사로 이어졌다. 그리고 2013년에는 세 번째 시도 끝에 러시아와 협력해 개발한 나로호(KSLV-I)가 우주 궤도로 올라갔다. 다만 나로호는 발사체의 핵심인 1단 엔진부를 러시아가 개발했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은 2010년부터 순수 우리 기술로 75t급 액체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액체엔진은 연료의 공급과 제어를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해 쉽게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또 국가 방위와도 직결돼 있어 각국에서 ‘극비기술’로 다뤄진다. 미사일 통제체계(MTCR), 국제무기 거래규정(ITAR) 같은 촘촘한 규제로 국가 간 기술이전에도 걸림돌이 수두룩하다.

세계에서 중대형 액체로켓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미국·프랑스·일본·중국·인도(개발 순)뿐이다. 한국은 올해 초 누리호 1단 연소시험 성공으로 세계 7번째가 됐다. 누리호는 기존의 나로호를 크게 뛰어넘는 제원(탑재 중량 1.5t급, 고도 600~800㎞)을 자랑한다.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 10여 년 국내 우주 발사체 역사의 획기적인 진전이다. 다만 이번 발사가 실패하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기술 축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새 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률은 30%에 그친다. 나로호 역시 두 번의 실패, 네 번의 발사 연기가 있었다.

누리호는 ‘대한민국 우주강국’으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 돼야 한다. 최근 글로벌 우주산업은 정부에서 민간으로 사업 주체가 넘어가는 ‘뉴 스페이스’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정부도 우주 발사체 기술의 민간 이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첫 발사가 성공하면 내년 5월엔 성능검증 위성을 탑재한 2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후 2027년까지 총 4번에 걸쳐 반복 발사한다. 발사체를 산업용으로 이용하려면 발사 실적을 통해 품질을 검증하고, 기술 개량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해서다. 이런 과정과 병행해 정부는 그간 축적해 온 발사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설계·제작·개발·발사까지 모든 주기의 역량을 갖춘 우주종합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아쉬움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의 반복 발사와 함께 화물 적재량·고도를 키우는 고도화 계획을 제출해 예비 타당성 심사를 받았으나 이런 내용은 반영되지 못했다. 호흡이 길고 리스크가 큰 우주 사업에 예타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이를 성취할 수 있는 우주에 특화한 제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과기부는 내년 8월 발사를 목표로 달 궤도선을 개발하고 있다. 달 상공 100㎞에서 1년간 머물며 한국 최초의 달 착륙이라는 다음 목표를 위해 연구를 한다. 내년 8월엔 미국 스페이스X의 도움을 받지만, 누리호의 성능을 지속해서 향상해 ‘2030년 달착륙선 자력 발사’라는 가슴 뛰는 목표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 ◆신현우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사장

1964년생.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후 한화그룹에 입사해 방산부문 부사장, 테크윈 대표 등을 지냈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이다.

신현우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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