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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윤석열 "전두환 정치 잘했다" 파장…'서진' 공든 탑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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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전두환 씨를 옹호하는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시작으로 이준석 당대표까지 호남에 애정을 쏟으며 서진 정책을 펼치고 있어 윤 후보의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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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독재 수호하는 것" vs 윤석열 "곡해하지 말라"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런 발언으로 국민의힘의 호남 구애가 무색해진 상황에 처했다. 공든 탑에 균열이 생길까 지도부도 난감해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대통령의 역할과 조직 관리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발언을 했다. 윤 전 총장은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 왜 그러냐면 (전문가에게) 맡긴 거다.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 출신인 전 씨가 군대 조직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를 적재적소에 하는 등 조직 관리를 잘했다는 것을 설명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이 사실상 전 씨와 손절하고 '서진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윤 전 총장의 이번 발언은 당이 호남 민심에 공을 들이는 방향과도 반대된다.

윤 전 총장은 파문이 확산하자 20일 "하고자 했던 말은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서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만기친람해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서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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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윤 전 총장을 향해 "독재를 수호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역사인식에 변함이 없다. 앞에만 뚝 잘라 말씀하시지 말라"고 반박했다.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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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전두환 정권이 독재를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12.12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당시 신군부 실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사람이다. 저의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사과보다는 오해 측면을 부각했다.

같은 날 대구에서 있었던 TV토론에서도 윤 전 총장의 전 씨 발언이 도마에 올렸다. 유승민 후보는 "'5·18과 12·12만 빼면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다. 호남사람들도 이렇게 말한다'고 말씀하셨다"며 "(12·12와 5·18) 그걸 빼면 전두환이 대통령이 안 됐을 텐데 어떻게 빼고 생각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개정되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역사인식에 변함이 없다. 앞에만 뚝 잘라 말씀하시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문재인 정권한테 부동산, 조국만 빼면 잘했다', '친일파한테 나라 팔아넘기지 않았으면 잘했다'와 유사한 발언"이라며 "독재를 수호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도 같은 날 윤 전 총장의 대선 예비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더민초는 "윤 후보의 역사인식과 정치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망언"이라면서 "전두환을 닮고 싶어하고, 전두환 정치를 실현하려는 윤 전 총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윤 후보의 역사인식은 대통령 후보로써 심각한 결격사유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오늘부로 즉각 예비후보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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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전북지역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 발언에 대해 즉각 대선 후보직 사퇴 촉구를 하는 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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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당 대표도 윤 전 총장 발언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20일) "정치적인 언어로 미숙했다는 것은 제 생각엔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유감 표명이 없는 것과 관련해서는 "윤 후보 입장에선 본인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사과를 좀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속히 조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사과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던 뒤로 호남 등 취약 지역에 대한 노력이 계속돼 왔고 제가 대표된 뒤에도 김종인 위원장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며 "대선주자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대선에 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선 지난 6월 14일 이 대표는 취임 첫날 광주를 찾은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5·18 이후 태어난 첫 세대의 대표로서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면서 "전 씨의 항소심 재판이 예정돼 있는데 불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 씨)의 불성실한 협조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히 부적절하다. 다시 우리 당이 광주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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