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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학의가 순수한 민간인이냐"…'출금 의혹' 피고인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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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둘러싼 재판이 최근 본격화됐다. 사진은 3월 차규근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5일 오전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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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본격화…'내부자' 이규원·이성윤은 말 아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둘러싼 재판이 본격화됐다. 정식 공판 절차에 돌입하면서 이성윤 서울고검장부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까지 의혹의 연루자들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표했고, 차규근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당시 조치의 적법성을 강조했다.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아직 조직에 몸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광철 "비서는 입이 없다… 결론 정해진 수사에 인격살인"

이 전 비서관은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실을 파악한 뒤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을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도록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먼저 재판을 받고 있던 차 전 본부장·이 검사 사건에 병합됐다. 이 전 비서관은 대검 수뇌부 개입 정황을 파악하고도 의도적으로 '부실 수사'를 했다며 이 사건 수사팀을 정면 비판했다.

15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 전 비서관의 증언에 따르면, 봉욱 당시 대검 차장은 2019년 3월 22일 밤 11시 35분경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게 '윤대진(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김학의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보고받았다. 이규원에게 내사번호 부여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하게 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검찰이 '불법 출국금지'로 보고 있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조치를 대검 간부인 봉 전 차장이 미리 알고 있었고 검찰총장에게도 보고됐다는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은 "밤 11시 35분은 제가 급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올림픽대로 위를 달리던 때로 내사번호 생각도 못할 시기"라며 "공소사실상 이 검사가 출국금지 승인 요청서를 송부한 시간은 (다음날인) 23일 새벽 1시 50분으로, 결국 출국금지 조치 이전의 대검 수뇌부 개입이 자료로 명백히 확인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은 대검 수뇌부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정해진 결론'에 따라 자신과 이 검사·차 전 본부장만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에 따르면 수사팀은 봉 전 차장의 휴대전화를 육안 확인만 하고 문 전 총장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만 했다. 이 전 비서관은 "피고인들을 현미경으로 샅샅이 살핀 검찰은 자신들의 봉욱 차장은 망원경으로 보면서 언론보도를 철저히 차단했다"며 "수사팀은 진실을 두려워했다. 출국금지 조치가 위법하지 않다는 자기모순에 빠지거나, 대검 수뇌부를 기소할 상황에 봉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8000자 상당 분량의 모두진술을 마친 이 전 비서관은 그동안 침묵한 것에 "비서는 입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비서관은 "2~4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에 쫓기다 물에 빠지는 악몽을 거의 매일 꾸다 새벽에 출근했다. 검찰만이 알 내용의 악의적 보도에 인격살인이란 말을 실감했다"며 "그럼에도 '비서는 입이 없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짤막한 유감 표현 외에는 철저히 침묵했다. 국민이 선택한 건 대통령이지 비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에서 이 사건 문제의식의 부당성을 증명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허구성을 밝히는데 혼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규근 "김학의는 순수한 민간인 아닌 중범죄 혐의자"

출국금지 조치 실무 일선에 있었던 차 전 본부장은 김 전 차관의 조치의 적법성을 역설했다. 당시 출입국 당국의 상황과 실무를 자세히 설명하며 범죄 혐의자인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는 안전한 국경관리를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차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전 차관이 야밤에 해외도피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2019년 3월 22일은 재수사가 기정사실화 되고, 검찰총장이 (과거 수사에 대해) 부끄럽다며 사과하기 약 한 달 전"이라며 "김 전 차관은 태국 지인을 만나러 가던 길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일 오후에 갑자기 외국행을 결정하고 말레이시아 항공권을 사려했으나 발권이 되지 않자 방콕행으로 선회했다. 결국 태국에 지인을 만나러 간다는 건 거짓"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출국금지 조치 전부터 사실상 피내사자 신분이었다고도 주장했다. 검찰 사건사무규칙 224조 "검사는 범죄 기사, 익명 신고 또는 풍설, 첩보 입수 등으로 범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 내사사건으로 수리한다"는 조항이 근거다. 차 전 본부장에 따르면 2019년 3월 대검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 사건의 과거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관련자 조사까지 하던 시기였다. 법무부 역시 조치 직후 김 전 차관 측에서 피의자 신분이 아닌 점을 문제 삼자 "실질적인 범죄 혐의자라면 피의자에 해당한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차 전 본부장은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민간인이 출국금지를 당했다는데, 재수사를 앞둔 중범죄 혐의자가 순수한 민간인으로서 해외 도피할 권리가 있다는 거냐"며 "범죄자의 국외 도피를 막는 건 안전한 국경 관리의 세부 항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야권에서 제기한 '177회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차 전 본부장은 "먼저 조회 횟수도 177회가 아닌 154회"라며 "당시 검찰이 과거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의 출국금지 신청을 두 번이나 기각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국회에서 질의가 들어와 조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한 번을 조회해도 여러 번 클릭해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상 (조회 횟수가) 많이 카운트될 수밖에 없었다. 실무자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상급자가 도와주려 클릭한 것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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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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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아낀 내부자들…이규원 "대검 지시로 업무수행"

직접 모두진술에 나선 이 전 비서관·차 전 본부장과 달리 현직 검사인 이 검사·이 고검장은 말을 아꼈다. 이 전 비서관 등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검사는 첫 공판에서 "드리고 싶은 말이 많지만 검찰 조직에 몸담은 관계로 상세한 건 서면 진술로 갈음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검 수뇌부 지시를 받아 업무수행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수사 외압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 역시 20일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정의와 진실이 온전히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구체적 혐의에 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따로 진술할 것이 있냐'는 재판부 물음에도 "없다"라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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