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소비 트렌드 잘 아는 ‘MZ세대’ 사원들, 유통사 핵심 업무 접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맵부심’ ‘갓생’ 등 트렌드 겨냥
사원·대리급 주축 조직 구성
기획 상품 출시하고 투자 주도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통업체들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사원·대리급 직원들이 주로 모인 팀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내는 수준을 넘어 기획 상품을 출시하고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며 경영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 소비자를 공략하고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 위한 기업들의 행보로 풀이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21일부터 맵부심(매운맛을 잘 먹는 자부심)이 있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해 ‘불타는 버건디 햄버거(왼쪽 사진)’ 등의 상품을 선보인다. 올해 8월 또래 취향에 맞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발족한 ‘딜리셔스 비밀탐험대’ 팀이 처음 개발한 상품이다. 대중적인 맛으로 다양한 고객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편의점 식품의 성공 공식을 깨고 실험에 나선 것으로 시장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GS25도 지난달 ‘갓생기획’ 프로젝트팀을 꾸리고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 등을 직접 주도하고 있다. 카페노티드와 함께 기획한 ‘노티드우유’ 등 12종의 상품을 출시해 한 달 만에 200만개가 넘게 팔렸다. 상품 구매자 중 20대가 34%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등 젊은 세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MZ세대를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관련 조직을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2019년부터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 팀을 운영하며, 영등포 백화점을 ‘힙(hip)화점’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MTT는 아이디어를 내는 기획팀으로, 대표와 주요 경영진에게 사업 제안 후 채택되면 현업에 적용한다. MTT는 영등포점 1층 리뉴얼 당시 백화점 1층은 명품 잡화를 취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카페·편집숍 등을 모아 사진 찍고 놀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등산·라이딩·캠핑 등 취미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 ‘디그디그 액티비티(오른쪽)’를 만들었다. 지난달에는 서울 중곡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편의점 콘셉트의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나이스웨더’(스타트업)에 지난 8월 3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해 눈길을 끌었다. 투자는 MZ세대로 구성된 미래사업팀이 주도한 것으로 새로운 쇼핑 문화에 맞는 유망 스타트업이나 콘텐츠 회사를 발굴해 본업과 시너지를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e커머스 업체 중에서는 티몬이 지난 7월 20·30대로 구성됐다는 뜻과 e커머스3.0이란 의미를 함께 담은 ‘이삼팀’을 만들었다. 장윤석 대표 직속으로 발족한 ‘이삼팀’은 2개월 만에 ‘실’로 승격돼 시스템 개선과 기획·전략 등 회사의 핵심업무를 수행하며 성과에 따른 보상도 받는다.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를 또래가 가장 잘 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시에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다만 초기 수준이라 실험단계에 그치고, 수익 모델로 발전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능성 있는 사업에 도전하는 초창기 수준이다 보니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면서도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는 사업 실현 과정에서 2030세대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소통하려는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