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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피고인 이성윤 면전서…장준희 "대검 보고뒤 수사 중단 지시" [法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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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불법으로 막으려 했다는 의혹의 수사를 무마하려던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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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 공익신고자와 그의 신고로 시작된 수사로 피고인석에 앉게 된 현직 고검장이 한 법정에서 마주했습니다. 20일 열린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고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혐의 1차 공판에서입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진행하다가 외압을 받았다며 공익신고를 했던 장준희(51·31기) 당시 안양지청 형사3부장검사는 이날 이 고검장 앞에서 “안양지청에서 대검 반부패부에 수사 진행 및 계획을 보고한 뒤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바로 피고인석에 앉은 이 고검장이었습니다.



“이규원 범죄 99% 확신…수사 중단 지시에 격분했다”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밤늦게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한 뒤 ‘출입국본부 측에서 김 전 차관에게 미리 출국금지 관련 정보를 알려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언론 보도로 불거졌습니다. 법무부는 이를 수사 의뢰했고 대검을 거쳐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사건을 맡게 됐습니다.

장 부장검사가 이끈 수사팀은 그해 4월부터 6월까지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당초 수사 의뢰받은 부분과 별개의 범죄 혐의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현직 검사인 이규원(44·36기)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가 허위로 긴급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들고, 법무부 출입국본부에서는 무단으로 김 전 차관의 개인정보를 조회했다는 겁니다.

그는 그해 6월 19일 반부패강력부에 ‘검사 이규원의 (불법 출금) 혐의 발견 및 추가 수사 계획’ 보고서를 보고한 뒤 다음 날 수사 중단 외압을 받은 상황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장 부장검사는 “저와 수사팀은 이규원 검사의 범죄는 이미 99% 입증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지휘부인 배용원(53·27기) 차장검사와 이현철(57·25기) 지청장에게 이 내용을 수차례 보고해 문제없이 수사가 진행됐는데 이를 대검에 보고하자 갑자기 지휘부가 “이규원 검사 피의자 입건 및 추가 수사와 검찰총장·수원고검장에 대한 보고는 일단 중단하고 법무부에서 수사의뢰한 부분만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수사 중단 지시 이후 주임검사를 윤원일 검사에서 장 부장검사로 교체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이 지청장이 “대검에서 이 보고서를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할 테니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라고도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수사팀 검사들은 격분했다고도 했습니다.

검찰은 당시 이 고검장이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이규원 검사가 긴급출금요청서에 적은 내사사건 번호를 추인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하는 등 불법 출금 과정에 관여한 사실을 감추려고 검찰총장 보고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뒤 안양지청 지휘부를 통해 수사를 중단시킨 뒤 결국 7월 4일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 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돼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 문구를 추가한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의심합니다. 이 고검장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안양지청 지휘부를 통해 불법 출금 수사를 막고 수사팀 의중과는 다른 결과 보고서를 쓰게 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출입국본부 직원 조사하니…‘강압 수사’ 등 난리 났다”



장 부장검사는 별도로 “출입국본부 직원을 상대로 김 전 차관 정보조회가 위법한지 여부를 조사한 뒤 어떤 일이 있었냐”는 검찰 측 질문에 “난리가 났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검으로부터 조사가 적절치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여러 폭언과 강압 수사를 했다는 등 항의를 받았다”며 “그에 대해 경위서를 작성해 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서도 같은 해 7월 1일 ‘수사의뢰 대상자 S 조사 경위 및 결과’ 및 ‘출입국본부 직원 K 통화 경위’ 보고서를 각각 작성해 반부패부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이 고검장 측 주장은 다릅니다. 앞서 이 고검장 측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안양지청 수사에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익신고자인 장 부장검사 입장이 아닌 대검 입장에서 보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이성윤 측 “총장 보고 누락?…공익신고자가 어떻게 아냐”



이 고검장 측은 안양지청의 보고 내용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은 장 부장검사의 추측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증인은 대검의 단계별 보고 체계를 잘 알지 못한다면서 왜 보고 라인의 중간에 있는 피고인만 특정했냐”고 물었습니다. 장 부장검사는 “반부패강력부장이 지휘하고 있는 산하기관과 검사를 통해 말했기 때문에 그렇게 기재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알기로는 강력부장(피고인)의 의사는 분명했고, 총장에게 보고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인 이 고검장이 장 부장검사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다만 증인이 공익신고자인 점을 고려해 질문은 재판부를 통해 증인에게 전달됐습니다. 이 고검장은 장 부장검사가 말하는 ‘대검 보고’ 이후 장 부장검사가 대검과 이규원 검사의 소속 기관장이었던 한찬식 전 동부지검장 전화 조사건을 논의한 사실에 관해 물었습니다. 이 고검장은 "만약 반부패부가 수사를 방해할 의사가 있었다면 대검이 한 검사장 조사를 만류하지 않았겠냐"고 했습니다. 장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을 조사하게 했다고 수사를 못 하게 한 건 아니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장 부장검사에 대한 증인신문은 오전부터 저녁 7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신문을 마칠 때쯤 재판부는 장 부장검사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장 부장검사는 말을 아꼈습니다. 대신 그간 이 사건을 겪으며 신고와 수사, 재판 과정에 대한 심정을 소상히 기재한 진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고검장 측 주장처럼 ‘수사 외압’은 수사팀 검사들의 추측과 오해였을까요. 이 고검장은 첫 재판에 나오며 "정의와 진실이 온전히 밝혀질 수 있도록 재판에 임하겠다"고 했습니다. 2019년 6월 당시 상황을 증언할 수사팀 검사 중 한 명이 다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기로 했습니다. 수사팀과 대검 사이 직접 소통을 담당한 윤모 검사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이 고검장에 대한 재판도 중앙일보 [法ON]에서 상세히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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