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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죄인" "난 착한 사람" 심상정-이재명, 국감장서 대선 토론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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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토론회 전초전 된 국토교통위 경기도 국감
심상정 "이재명=죄인"…이재명 "정의당=국민의힘"
여권 인사, 심상정 거친 공세에 "정의당 사라져야"
한국일보

지난 3월 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청 주관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에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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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는 민주·진보진영 대선 후보 사이의 불꽃 튀는 공방전이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거칠게 몰아세운 건 국민의힘이 아니었다. 정의당의 대선 후보 심상정 의원이었다. 두 대선 후보가 공격수와 수비수로 국감장에서 마주 앉는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

심 후보는 대장동 개발 사업을 설계한 이 후보를 '죄인'으로 규정하며 공격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공격수 이미지가 강한 이 후보는 오히려 수비수가 됐다. 말수를 줄이며 방어에만 전념했다. 다만 심 후보의 비판 논리가 국민의힘과 다를 바 없다며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대선 토론회 전초전이나 다름없었던 경기도 국정감사에선 선(善)과 악(惡)을 표현하는 단어가 난무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도둑·범인·죄인' 등의 표현을 쓰며 낙인찍기에 집중했다. 이 후보는 이에 '착한 사람'이라고 맞서며 대장동 사업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심상정 "국민 70%는 이재명 책임"…이재명 "난 착한 사람"

한국일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도청에 열린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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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후보는 질의 시작부터 이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국민의 70%가 지사님의 책임론을 말한다"며 "대장동 사업이 자산 격차 해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100% 양보해서 (대장동 개발에서) 택지사업으로 한정한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으로 공익을 강력하게 추구했어야 했다"며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집어넣는다거나, 임대 아파트를 확실히 25%까지 한다는지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데 다 포기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돈 받은 자=범인, 설계한 자=죄인'이란 손팻말을 들어 올렸다. 이틀 전 열린 행정안전위 경기도 국감에서 이 후보가 국민의힘을 비판하기 위해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는데, 이를 풍자해 이 후보의 책임론을 내세운 것이다.

이 후보는 이에 사업을 설계한 자신은 착한 사람이라며 심 후보의 비판이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심 후보의 죄인 표현에 대해선 "아이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도둑질을 설계한 사람은 도둑이 맞지만, 공익환수를 설계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며 "설계를 공익환수한 부분은 성남시에, 부패설계 부분은 투자자 쪽에 물어보고 거기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이어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1,000억 원 단위를 공공환수한 사례는 없었다"며 "만약 민간이 개발했으면 공익환수를 하나도 못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심상정 '작은 확정이익', 국민의힘과 뭐가 다르냐"

한국일보

경기지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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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심 후보의 공격 방향이 국민의힘과 같다며, '정의당=국민의힘' 프레임을 씌우며 반격에 나섰다. 이 후보는 '실제 이익 1조8,000억 원에서 공공 환수한 금액은 10%다. 큰 도둑에게 자리는 다 내주고 작은 확정이익에 집착했다'고 한 심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엊그제 국민의힘 의원이 50억 원을 푼돈, 몇억 원은 잔돈이라고 말하던데, (성남시가 회수한) 5,500억 원을 작은 확정이익이라고 말하는 건 동의하지 못한다"며 "20년 넘게 전국에서 도시개발사업으로 공공이 환수한 게 1,700억 원밖에 안 된다"고 따졌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국감에서 '몇천만 원 잔돈 받은 사람, 몇십억 원짜리 푼돈 받은 사람을 저는 범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걸 비꼰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왜 분양사업을 안 했냐고 하는데 의사 판단은 당시 상황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2015년에는 미분양이 폭증했다. 집값이 폭등할 걸 예측해 분양사업을 했어야 된다는 건 당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후보의 지적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두 후보는 공방전이 뜨거워지자 감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심 후보가 수차례 이 후보의 말을 끊자, 이 후보는 "제가 말을 할 땐 들으시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심 후보는 이에 "질문도 안 했는데 왜 자꾸 대답하느냐"고 호통쳤고, 이 후보는 "물어보신 것 아니냐"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이재명 측 "정의당,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워"

한국일보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20일 경기도 국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몰아붙인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비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준호 의원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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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인사들은 심상정 의원의 거친 공세에 불만을 터트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심 후보를 비판하며 이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남영희 민주당 인천시당 동구미추홀구 지역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심 의원, 바가지 분양가 사과해야 할 일 아니냐고 하는데, 당시 분양가 상한제를 해제한 정부를 못 막은 건 입법기관인 당신이 할 소리냐"며 "분양사업을 왜 안 했냐고요? 2014, 2015년은 대출해서 집 사라던 정부였는데 돈 없는 성남시에서 위험부담을 안을 분양 사업까지 어떻게 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진짜 모르고 한 질문이면 무식한 것"이라며 "억지 주장이면 정의당은 사라져야 한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라고 비꼬았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심 후보의 이름 삼행시로 심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심'술도 '상'식껏 부려야지. '정'도를 넘어서네요"라고 적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심상정이 국감장에서 억측과 비논리로 이재명을 공격했다. 국민의힘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며 "정의당은 수명이 다했다. 진보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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