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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남일같지 않아서"…국방부 앞 공군 이 중사 분향소 추모 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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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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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20일 공군 고 이예림 중사 추모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예림 중사의 아버지가 분향소 앞을 지키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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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제복을 입은 고 이예람 중사는 사진 속에서 꽃다발을 들고 환히 웃고 있었다. 사진 앞으로 향이 피어오르고, 흰 국화가 차곡차곡 쌓였다. 20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이 중사를 기리는 시민분향소가 차려졌다. 분향소 옆으로는 조문객들의 포스트잇이 차곡차곡 붙었다. “8년 전 비슷한 일을 겪은 부사관입니다. 진상규명을 바랍니다” “그 곳에서는 아프지 않길”….

군인권센터와 유족 측은 이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분향소를 지키며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다. 시민 20여명이 분향소가 열린 오후 6시 이전부터 줄을 길게 늘어섰다. 직장인 임시영씨(26)는 서울 강남에서 퇴근하자마자 빈소를 찾았다. 임씨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왔다. 우리나라의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피해자가 죽어야만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예비역 여군 단체인 젊은여군포럼 최희봉 공동대표(예비역 중령)는 “후배의 안타까운 죽음이 너무 슬프고 국방부의 조치 결과에 분개해서 왔다”며 “한치도 변한 게 없는 여군에 대한 국방부의 인식과 시스템이 개선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여지없이 똑같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빈소 한켠에 앉아 조문객들을 맞았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흐느끼는 부인의 등을 토닥이며 조문객들의 손을 맞잡았다. 군에서 자녀를 잃은 경험이 있는 다른 유족들도 빈소를 방문해 곁을 지켰다. 2014년 선임들의 가혹행위 끝에 숨진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남의 일 같지 않아 가게 문까지 닫고 왔다. 7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군이나 육군이나 (군 당국의)은폐와 축소가 똑같다. 군 사법개혁이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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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20일 공군 고 이예림 중사 추모 분향소가 마련됐다. 시민들이 분향소 앞에서 추모 메시를 적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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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분향소는 옥외 집회라는 이유로 서울시와 용산경찰서로부터 금지 통보를 받았지만 법원이 센터 측의 집행정지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설치될 수 있었다. 조문객들은 QR코드 체크와 발열 검사를 마치고 조문을 했다.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상관의 성추행과 2차 가해를 당한 끝에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중사가 3월 초 피해사실을 신고했음에도 신속한 조사나 증거 수집 등이 이뤄지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신고 이후 가해자와 상관들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이 중사를 상대로 회유와 협박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방부 검찰단은 사건 관련자 15명을 기소했지만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과 수사계장,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준장) 등 초동 부실 수사 책임자와 지휘라인은 모두 불기소됐다. 유족과 시민단체 등은 국방부 검찰단이 의도적으로 부실 수사를 했다며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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