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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16분7초 만에 판가름… 성공 땐 세계 7번째 우주강국 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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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까지 긴장의 연속

4시간 전부터 연료·산화제 주입

10분 전부터 발사자동장치 가동

위성 700㎞ 궤도 도달해야 성공

2010년부터 민간업체 300곳 참여

발사대 설계부터 조립까지 국산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4차례 발사

세계일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 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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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분7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첫 발사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시간이다.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떠나는 누리호는 967초 만에 고도 700㎞까지 올라가 1.5t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는다. 누리호는 12년간 국내에서 자력으로 개발하며 수차례 엔진 시험 등을 거쳤다. 그럼에도 궤도 이탈·비행목표 미도달 등 곳곳에 오작동 위험이 산재한다. 발사 전부터 이륙 이후까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걷는 속도로 발사대로 이동… 기립 완료

누리호는 20일 오전 7시 20분쯤 무인특수이동차량(트랜스포터)에 실려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종합조립동을 출발했다. 길이 47.2m, 중량 200t인 누리호는 걷는 속도보다 느린 시속 1.5㎞로 우주센터 내 도로를 따라 이동했다. 제2발사대에 도착했을 때는 1시간이 훌쩍 지난 오전 8시45분이었다.

이송이 완료된 누리호는 기지개를 켜듯 웅장한 몸체를 일으켜 세웠다. 기립 작업을 마친 후에는 추진제와 전기를 공급하는 설비인 엄빌리컬 타워에 연결됐다.

누리호에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것은 21일 발사 약 4시간 전부터다. 연료탱크를 채우면 발사체 기립장치 철수를 시작한다. 산화제탱크까지 모두 차면 기립장치 철수가 완료된다. 이후 발사 10분 전부터는 발사자동운용(PLO)으로 넘어가, 컴퓨터를 통해 나머지 작업이 자동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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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 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 후 30분쯤 성공 여부 판단

누리호 총 예산은 1조9572억원이며, 2010년 3월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누리호가 지구 밖까지 나가는 데는 16분7초가 걸리지만, 성공 여부는 발사 후 30분 뒤 공식 발표된다. 누리호 임무 완수는 ‘967초 뒤 1.5t의 위성모사체를 고도 700㎞에서 초속 7.5㎞로 궤도에 올려놓느냐’ 여부로 판단한다.

누리호는 최대 추력이 300t에 도달하면 정남쪽으로 이륙한다. 1단은 이륙 후 127초에 고도 59㎞에서 떨어져 나간다. 233초 후에는 고도 191㎞에서 페어링(위성 등 발사체 탑재물을 보호하는 덮개)이 분리된다. 274초가 지나면 고도 258㎞에서 2단 엔진이 모두 연소해 분리되고, 최종 고도 700㎞에서 3단 추력이 종료된 뒤 위성모사체가 떨어져 나온다.

1·2단과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는지는 제주추적소에서 모니터링한다. 3단 엔진 종료와 더미위성 분리는 서태평양의 팔라우에 있는 해외추적소에서 지켜본다.

누리호는 발사 직전부터 700㎞ 궤도에 도달할 때까지 위험 요인이 수두룩하다. 연료·산화제 투입 과정에서 누설·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10분 동안의 자동발사운용 중 기술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엔진 점화 후 정상 작동을 확인하기 전까지 발사체를 잡아두는 지상고정장치(VHD)와 누리호가 분리되지 않거나 엄빌리컬 타워를 철수하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발사 이후에는 폭발·궤도이탈·추락이나 비행목표 미달 등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페어링이나 1·2단 엔진, 위성모사체 분리 과정에서 비정상 작동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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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비행 땐 세계 7번째 국가 반열

누리호가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7번째로 자체 기술력으로 중대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한 국가가 된다. 국내 발사체 기술 수준도 미국과 비교해 기존 60%에서 70%까지 올라간다는 것이 과학계 평가다.

누리호는 내년 2차 발사 이후 2027년까지 4차례의 추가 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게 된다. 위성발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누리호가 상용화되면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위성을 쏘아올릴 환경을 갖추게 된다. 그간 한국은 발사체가 없다보니 매번 해외 시설을 이용해야 했다. 막대한 비용은 물론 쏘는 시기도 해외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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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없이 이송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0일 오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을 출발해 제2발사대로 이송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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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로 거둔 기술적 성과도 상당하다. 자력으로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 2018년 11월 75t 엔진을 적용한 시험발사체 발사를 성공시켰다.

아울러 미국, 러시아와 대등한 수준의 액체엔진 시험설비를 구축했고, 제 2발사대 설계부터 조립까지 전 과정을 국산화했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총 300여개 민간 업체, 500여명이 참여해 기술 공유가 이뤄진 것도 값진 결실이다. 세계적으로 민간기업이 우주에서 새 사업 기회를 만드는 ‘뉴스페이스’가 떠오르는 가운데, 누리호를 계기로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도 활기가 돌게 됐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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