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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준비 마친 누리호 발사만 남았다...날씨도 도와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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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 가르는 시간 발사 후 967초(16분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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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세워진 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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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할까요. 하늘의 뜻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예정일을 하루 앞둔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마지막 각오를 묻자 오승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이 대답을 골랐다. 눈빛에는 긴장이 서렸지만 언뜻언뜻 기대감이 스쳐갔다. 나로우주센터가 자리 잡은 외나로도의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잔잔했다. 로켓을 쏘기에 나쁘지 않은 기상 조건이다.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까지 모든 과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해낸 누리호가 마침내 하늘을 향해 우뚝 섰다. 2010년 개발 시작 후 11년 7개월 동안의 준비를 마치고 발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종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누리호는 21일 오후 4시쯤 우주를 향해 나아간다.

누리호, 발사대 기립·고정 성공적으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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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일 오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을 출발해 제2발사대로 이송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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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날 오전 7시 20분쯤 종합조립동에서 무인특수이동차량(트랜스포터)에 수평으로 실려 이동했다. 3단으로 된 누리호 길이는 47.2m, 아파트 16층 높이다. 연료와 산화제가 채워지기 전 무게는 20톤 정도다. 하지만 기체 내부가 비어 있어 작은 충격도 치명적이다. 누리호는 제2발사대와 조립동 사이 1.8㎞ 거리를 사람이 걷는 속도인 시속 1.5㎞ 정도로 천천히 이동했다.

이후 기립장치가 누리호를 발사대에 수직으로 세웠고, 고정 작업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오후에는 엄빌리컬(탯줄) 타워에 연결됐다. 전원, 연료, 산화제 등 추진제를 공급하고 발사 준비를 위한 점검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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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제원 및 특징. 그래픽=박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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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개 층으로 구성된 엄빌리컬 타워는 누리호 1, 2, 3단에 각각 2개씩 연결됐다. 이날은 주로 기능 점검이 이뤄졌다. 연구원들은 발사체 각 단별로 자세제어시스템, 발사체 추적시스템, 전자장비 간 통신, 위성 모사체 연결 등 모든 기능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점검이 끝난 누리호는 선 채로 지구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당일에도 점검 또 점검...1시간 30분 전 발사시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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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세워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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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당일도 점검의 연속이다. 오전 10시부터 이뤄지는 전기 점검이 그 시작이다. 누리호는 3단으로 이뤄진 액체 추진기관인 만큼 이를 제어하는 밸브 점검도 중요하다. 누리호에는 공급계통 밸브만 170여 개가 있다. 밸브가 잘 작동하고, 정상적인 압력을 유지하는지 등이 체크 포인트다.

이후에는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연료, 산화제 주입 작업이 시작된다. 산화제인 액체 산소는 영하 183도의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산화제 탱크 냉각 작업도 동시에 진행돼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발사 2시간 전에는 엄빌리컬 타워 1층을 통해 추진제(케로신)와 산화제인 액체 산소가 동시에 주입된다.

발사 시간은 발사 1시간 30분 전 발표된다. 예정 시간은 오후 3시부터 7시까지이고 유력 시간은 오후 4시다. 날씨, 우주물체 회피가능성, 지상풍이 아닌 고공풍에 대한 분석이 종합적으로 이뤄진 뒤 결정된다. 발사 1시간 전부터는 발사체 기립을 도왔던 장치가 철수돼 누리호가 홀로 선다. 10분 전부터는 컴퓨터가 진행하는 발사자동운용(PLO)시스템이 진행돼 발사를 멈출 수 없게 된다.

첫 발사 성공률 30% 안된다는데...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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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종합연소시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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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날씨다. 온도와 습도 외에도 지상풍, 고층풍, 구름도 도와줘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행히 날씨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 물체 충돌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우주에 떠 있는 수많은 발사체와 누리호가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발사체 이륙 시점부터 목표 궤도에 진입 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유인 우주선으로부터 최소 200㎞ 이상 떨어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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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의 심장이라 불리는 1단에 사용된 75톤급 엔진 연소시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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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비행하기 위해서는 약 37만 개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지상에서 연구원들이 끊임없이 점검하는 이유다. 누리호의 전신인 나로호는 2008년 8월 첫 발사 당시 페어링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고, 2차 발사 때는 137초 만에 1단 로켓이 폭발했다.

실제로 2000년대까지 새로 개발한 우주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린 11개국의 첫 발사 성공률은 27.2%에 불과하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도 "어느 우주 발사체든 최초 발사 성공률은 30%가 채 안된다"며 "발사체는 지상뿐 아니라 비행시험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번 발사를 두고 성공·비성공을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성공, 실패 모두 축적을 위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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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비행 과정. 그래픽=박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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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가 '공식 성공' 판정을 받기 위해선 여러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3단 로켓이 각각 제 궤도와 시간에 맞춰 성공적으로 분리되고, 발사체 탑재부에 있는 1.5톤급 더미 위성(위성 모사체)이 적정한 속도로 지구 저궤도(600~800㎞)에 안착돼야 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예상 시간은 967초(16분 7초)다. 성공과 실패 여부는 이 시간 안에 판가름 난다.

하지만 과정 자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우주발사체 기술 후발그룹인 우리나라가 75톤급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엔진 클러스터링 기술, 발사대, 대형 추진제 탱크와 배관 등을 자체 제작했기 때문이다. 누리호 개발에는 1조9,572억 원이 들었다.

오 부장은 "처음부터 원하는 속도와 궤도에 위성을 놓지 못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예상한 결과를 낸다면 그 또한 적지 않은 소득"이라며 "첫 발사 리스크 때문에 이번에는 더미 위성을 싣고 가지만 내년 5월 두 번째 발사에는 성능검증위성(200㎏)과 1.3톤 위성 모사체가 탑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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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개발 일지. 그래픽=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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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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