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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성윤 재판서 “불법출금 보고하니, 대검이 수사중단 지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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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 장준희 부장검사 법정서 증언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 이성윤, 피고인석에서 들어

조선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불법으로 막으려 했다는 의혹의 수사를 무마하려던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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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중단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에 대한 첫 재판에서 이 사건 공익제보자인 장준희 부장검사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과정에서 이규원 검사와 출입국 공무원들의 비위를 포착해 대검 반부패부에 보고하자 당시 안양지청 지휘부가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 고검장이 지휘하던 당시 대검 반부패부가 수사중단 외압을 행사했다는 검찰 공소사실과 들어맞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재판장 김선일)는 20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에 대한 1회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사건 공익신고인인 장준희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 부장검사(현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수사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형사 3부는 대검으로부터 김학의 전 차관에게 출국정보를 유출한 사람들에 대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했다. 그러던 중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파견돼 있던 이규원 검사가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의 출국을 금지하고, 출입국 공무원들이 김 전 차관 출국 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 검사는 출국금지 요청서에 김 전 차관이 과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를 적었고, 허락 없이 서울동부지검장의 명의를 쓰기도 했다.

형사 3부는 이를 안양지청 지휘부를 통해 대검찰청에 보고했다. 장 부장검사에 따르면 당시 불법출금 수사 계획을 대검에 보고하는데 안양지청 지휘부의 반대는 없었다. 그는 “수사 필요성이 잘 드러나도록 수차례 보고서를 수정해 대검에 보냈다”고 했다.

그런데 대검 보고 이후 안양지청 지휘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장 부장검사는 “보고서를 보낸 이후 지청장 차장으로부터 수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현철 당시 지청장이 ‘대검에서 이 보고서를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할 테니 보고하지 말라’이런 취지의 말씀을 제게 했고, 그래서 그런 말을 주임검사인 윤원일 검사에게 전했다”고 했다. “(대검 보고 후인)20일 무렵부터는 지청장과 차장의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추가 수사를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은 이성윤 서울고검장이다. 장 부장검사의 증언은 달라진 안양지청 지휘부의 태도가 대검 반부패부의 ‘수사 중단’ 지시 때문이라는 취지다.

그는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으로부터도 수사중단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배 차장검사가 “(출금) 당일 밤 검찰국장이 반부패 강력부장에게 연락해 이규원 검사에게 출금을 하겠다고 했고 총장님도 보고 받았다”며 “이규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 젊은 검사가 무슨 죄냐”고 했다는 것이다.

장 부장검사는 “(검사 비위를 규정에 따라)수원고검에 통보하지 않으면 우리가 문제되기 때문에 (이 검사 비위를)여러 차례 보고했고 수사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 드렸는데 ‘입건·처벌하는게 가혹하니 수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는 말씀을 하셨다”고 증언했다.

이후 안양지청의 ‘불법출금’ 수사는 중단됐다. 장 부장검사는 “지청장과 차장이 승인하지 않으면 압수수색 등을 할 수 없는 부서여서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대검의 지시에)검사들이 상당히 격분했다”며 “명확한 증거와 진술이 있는데도 수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위법한 지시이고 청산해야 할 적폐가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같은 증언은 그동안 “수사중단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는 이 고검장 주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또한 당시 대검 반부패부 관계자들이 ‘안양지청이 수사하겠다는 의사표시 자체가 없었다’ ‘주임검사인 윤원일 검사가 독단적으로 보낸 보고서’라고 주장해 온 내용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장 부장검사는 “주임검사인 윤원일 검사가 지휘부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보고서를 보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현직 고검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이 고검장은 피고인석에 앉아 장 부장검사의 법정 증언을 지켜봤다. 그는 출석 전 기자들에게 “정의와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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