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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먼 꿈" 수소판 그리드 패리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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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기자]

8244억원. 올해 우리나라 정부가 수소에너지 산업에 투입한 예산이다. 이 숫자에는 장밋빛 청사진이 담겨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30년 수소사용량이 390만톤(t)에 달하고, 수소 관련 일자리만 5만개 이상인 '수소강국'으로 거듭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몇가지 의문이 생긴다. "수소에너지에 그만한 경제성이 있을까" "정부의 비전대로 수소에너지가 생활과 경제의 중심에 설 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라는 거다. 그래서 더스쿠프(The SCOOP)가 수소판 '그리드 패리티'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봤다. 놀랍게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부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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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면서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수소산업에 몰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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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마을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 검은 연기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불구름을 만든다. 같은 시각 독일에선 1000년 만에 발생한 대홍수가 도시 전역을 초토화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혹한의 땅 시베리아에서는 지표면의 온도가 48도까지 상승하고,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인도에선 수백명의 사람들이 물길에 휩쓸려 나간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 모든 건 올여름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전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기후변화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공통적으로 꺼내든 카드는 바로 '탄소중립'이다.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 상태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각국 정부는 에너지 전략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화학에너지(석유 · 석탄 ·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원료로 만들어진 에너지) 대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인데, 그 중심엔 '수소'가 있다.

세계수소위원회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수소에너지와 관련한 범국가적 프로젝트는 총 359건에 이른다. 10년 뒤 수소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투자 규모는 57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역시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에너지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6대 과제(수소 추출기술 및 수소연료전지차 연구 · 개발(R&D) 인프라 구축 안전관리시스템 마련 등)를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2020년 1월까지 1년간 총 3700억원의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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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에 기업들도 가세했다. 현대차를 비롯해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 국내 15개 기업은 지난 9월 8일 수소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을 공식 출범하고 2030년까지 수소산업에 43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쯤 되면 혹자는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왜 하필 수소일까." 답은 간단하다. 수소를 발전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화석연료와 달리 자원이 고갈될 염려가 없고, 태양광 · 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원에 비해 다양한 형태로 저장 · 운송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언뜻 수소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손색없는 듯하다. '수소 강국'을 외친 문재인 정부의 방향 설정도 적절해 보인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힘을 쏟고 있는 '수소강국 로드맵'에 긍정적이지 않다. 수소에 '큰 결함'이 있기 때문인데, 그건 비용이다. 김종원 한국에너지연구원 박사의 말을 들어보자.

"새로운 에너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 판단하려면 먼저 그 에너지를 이용하는 데 드는 총체적 비용을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에너지원이 차별화된 장점을 갖는다고 해도 기존 에너지원에 대비해 높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면 주력 발전원으로 이용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수소에너지는 그저 '환상'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수소에너지는 경제성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의 개념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리드 패리티란 기존의 화학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LCOE)이 동일해지는 시점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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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했다 는 것은 재생에너지가 전력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참고: LCOE의 정확한 명칭은 '균등화발전비용'이다. LCOE는 재무적비용(투자비 ·운송비 · 운영비 등)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에 관한 비용, 안전비용, 사회갈등비용 등 각종 환경비용과 사회적비용까지 포함한다.]

이런 맥락에서 수소에너지는 아직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지 못했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원자력발전과 수소에너지를 비교해서 살펴보자. 2020년 기준 국내 원자력 발전비용은 1㎾h당 63원이다.

수소판 '그리드 패리티' 가능할까

반면 2019년 한국전력경영연구원(이하 한전경영연구원)이 연구 · 발표한 2020년 수소에너지의 발전원가 추정치는 1㎾h당 230원으로 원자력 발전비용의 4배 수준이다. [※참고: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발전원가'라는 표현이다. 한전경영연구원은 발전원가에 재무적 비용만 포함했다. 환경비용과 사회적비용까지 포함한다면 원자력과 수소에너지의 실제 발전비용은 4배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향후 수소에너지가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느냐인데, 이를 두고 상당수 전문가는 비관적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철용 부산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수소는 생산 · 저장 · 운송까지 제반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적 장벽도 높다. 발전원가를 기존 화석연료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하다. 수소에너지 산업 자체가 아직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수소에너지로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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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의 설명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자연상태에서 독자적인 물질이 아닌 화합물로 존재하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면 복잡한 추출공정을 거쳐야 한다. 가령, 수소는 추출 원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브라운수소(석탄), 그레이수소(천연가스), 그린수소(태양력 · 풍력 등 재생에너지) 등으로 나뉘는데, 그레이수소와 그린수소의 생산비용은 가솔린 대비 각각 2배, 5배 높다.

참고로 각각 석탄 ·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브라운수소와 그레이수소는 태양력 ·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추출하는 그린수소보다 생산공정이 간단해 값이 상대적으로 싸다. 하지만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돼 천연에너지라고 볼 수 없다. 대신 그린수소는 추출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궁극적인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수소경제'에서 수소도 통상적으로 그린수소를 지칭한다.

문제는 그린수소의 생산비용을 단기간에 낮추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린수소의 발전원가를 절감하려면 먼저 태양광 · 풍력부터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국내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비용은 1㎾h당 각각 113원, 132원으로 원자력 발전의 2배 수준이다. 최근 들어 이들의 생산원가가 낮아지고 있긴 하지만 이들 역시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는 데까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수소에너지 불확실한 미래

이뿐만이 아니다. 저장 · 운송의 측면까지 살펴보면 수소에너지의 가격은 더 불어난다. 수소는 분자의 크기가 작고 가볍기 때문에 작은 틈만 있어도 금세 빠져나간다. 더구나 금속을 부식하는 성질까지 갖고 있어 저장장치를 만들기가 쉽지 않고 그런 장치를 만드는 설비도 비싸다. 당연히 운송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 6월 기준 고압기체수소 운송비는 ㎏당 2600원으로 전체 수소 도매가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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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수소의 밸류체인이 모두 높은 비용과 연동돼 있다는 얘기다. 김종원 한국에너지연구원 박사는 "그리드 패리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소 생산비용부터 낮춰야 하는데 기술적 난제가 숱한 상황에서 언제쯤 그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수소판 그리드 패리티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요원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수소 로드맵'을 다시 살펴보자.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정부가 수소산업에 투입한 한해 예산은 8244억원이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10월 7일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선도국가 비전' 보고를 통해 현재 22만톤(t) 수준인 수소사용량을 2030년까지 390만t까지 늘리고, 수소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5만개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수소강국'의 위치를 점하겠다는 건데, 여기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소에너지 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하며 2050년 12조 달러에 이를 것이다.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2000기 이상의 수소차 충전소를 구축하고 100% 그린수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급구조를 전환할 것이다(2021년 10월 7일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 보고'에 참석한 자리에서)."

하지만 수소경제가 언제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부의 '수소 드라이브'는 미래 에너지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거창한 목표에 국가예산을 냉철한 검증 없이 투입하는 건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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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는 "현재 수소에너지 분야의 연구는 '불확실성'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연구현장의 기술 개발 속도와 흐름을 반영해 정책을 기획 · 평가하고 입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현실과 비전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구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방향 설정을 다시 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수소경제'의 원년으로 삼은 2030년은 물론 2040년, 2050년에도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판 그리드 패리티', 이 어려운 문제를 다시 검증해 봐야 할 때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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