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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친자 아니다' 확정 판결, 실제 친자여도 못 뒤집는다‥ 국가유공자 아버지 두 번 잃은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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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친자녀가 아니다’는 판결이 이미 확정된 경우 실제 친자 관계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뒤집는 판결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자녀비해당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사망한 B씨와 C씨 사이의 자녀로 1950년 6월9일 출생신고됐다. 아버지 B씨는 1951년에, 어머니 C씨는 1966년에 사망했다. 1986년 숙모인 D씨는 가족 초청 형식으로 A씨의 미국 이민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가정법원에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실제로는 내 자식인데, 생계가 어려워 숙부인 B씨 밑에서 크게 하려고 그 호적에 실리게 했다’는 주장이었다. A씨는 당시 숙모의 말을 따랐다. 1986년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는 B씨와 C씨의 친생자가 아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국가유공자 자녀 수당 지급 문제를 두고 법적 분쟁이 불거졌다. 6·25 전쟁 도중 사망한 B씨는 국가유공자가 됐고, 서울지방보훈청은 이전 호적에 따라 2002년부터 A씨에게 6·25 전몰군경 자녀수당을 지급했다. 그러다 2014년 6월 가족관계등록부상 A씨가 B·C씨 부부가 아닌 E·D씨 부부의 자녀로 기록된 것을 보고 수당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A씨는 2019년 “친부모는 B·C부부로, 나는 유공자 자녀가 맞다”며 보훈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이미 1986년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됐고, 이를 부정할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확정 심판 효력에 따라 A씨가 B씨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정됐기 때문에 그에 반대되는 관계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사실상 친자관계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판결 효력이 제3자에게 미친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B씨의 자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실질적인 친자관계에 관한 판단 기준에 비추어 심히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유전자 검사, 출생신고와 부모의 혼인신고 시기, 학교생활기록부 등의 부모 기재 등을 통해 친자관계를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확정 판결의 효력을 거스를 수 없다며 1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재판부는 “법원으로서도 이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의 기판력과 저촉되는 판단, 즉 원고가 B의 자녀라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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