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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투자노트] 비트코인 1억 갈까…美뉴욕증시 첫 ETF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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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북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텍사스주 록데일의 윈스톤 US의 비트코인 채굴 시설에서 지난 9일(현지시각) 한 직원이 새로운 채굴 장비들을 설치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지로 부상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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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19일(현지 시각)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정식 데뷔했다. 상장 첫 날인 이날 ‘프로셰어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4.5% 상승 마감했다. 이 ETF는 40.88달러에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중 5.4% 오른 42.15달러까지 찍었다가 이후 상승폭을 축소해 41.89달러에 거래를 종료했다.

비트코인 ETF는 유럽과 캐나다에서 상장한 적이 있지만, 미국 금융시장 제도권에서는 최초다. 프로셰어 외에도 발키리, 인베스코, 반에크 등 3개사가 비트코인 선물 ETF를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지난 4월 증시에 상장한 데 이어 비트코인 ETF까지 증권시장에 진출하면서 비트코인 등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제도권에 한 발 더 다가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비트코인은 20일 오전 7시 기준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 전일 대비 3.15% 증가한 6만395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한 달 새 약 30% 이상 상승 랠리로 역대 최고치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6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상승가도에 진입하면서, 지난 4월 14일 기록한 6만4895달러까지 약 600달러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에 승인된 ETF는 선물에 투자하는 것이다. 선물 기반 ETF는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특정 날짜에 사전 약정된 가격으로 비트코인을 사거나 팔 수 있는 선물 계약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선물 ETF 진출에 이어 실물 ETF 승인도 기대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일단 선물 ETF 승인으로 제도권 편입의 역사적 첫발을 뗐다”면서 “결국 현물 ETF도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 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가 갈린다. 한때 비트코인은 튤립버블(거품)에 비교되기도 했다. 튤립버블은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최초 자본주의 투기 현상으로, 귀족과 신흥 부유층이 이제 막 수입된 튤립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며 1개월만에 약 50배 이상 가격이 급등한 사건이다. 비트코인이 “빛 좋은 개살구(fool’s gold)”에 불과하다고 말했던 JP모건은 “금을 대체할 통화”라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투기라고 생각하고 단기 매매에 집중했던 개인투자자들도 장기 투자로 선회하는 추세다.

비트코인 ETF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기관투자자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포함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높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인해 혜택을 본 기업들도 있다. 비트코인 상승으로 테슬라가 1조원이 넘는 평가이익을 올렸다. 가상화폐 전문 사이트 비트코인 트레저리에 따르면 테슬라는 비트코인 약 4만3200개를 보유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비트코인에 약 1억달러를 투자하자마자 급락장을 만나 약 40%의 손실률을 기록했던 넥슨이 원금 회복을 넘어 약 8%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올해 말까지 1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CNBC는 18일(현지 시각) 투자전문업체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창립자의 말을 인용 “비트코인이 연말까지 10만달러(약 1억1800만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이 ETF에 진출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투자 접근성이 높아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등의 ETF가 출시됐을 때 수요가 급증한 바 있다. 또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서 가상화폐가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점도 한 몫 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수요처 등장도 비트코인의 상승을 견인한다는 평가도 있다. 엘살바도르는 자국 법정화폐로 비트코인을 도입했으며, 브라질에서도 자국 내 거래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수용하는 법안이 표결을 거쳐 하원에 상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의 일종이며, 변동성 우려가 높은 종목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 2017년 말 비트코인 버블이 터졌을 때 비트코인 가격이 80% 수준까지 급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분산투자를 권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이 투자자산으로서의 효용이 높지만,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나 금의 대체재는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 새로운 자산은 잘만 활용한다면 금융시장 위험관리나 자산운용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전문가들도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거두고, 분산 투자를 통해 활용한다면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변동폭이 큰 비트코인을 가질 준비가 되었는지, 냉철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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