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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김만배, 수원서 '제2 화천대유' 꿈꿨나…수표 결제하며 주변 땅 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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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올 6월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예정지 600평 구입

먼 지역 부동산에서 토지주들에 먼저 접근해 "땅 팔라" 제안

예정지 내 다른 땅 구입하려 한 정황도…모두 산 뒤 개발 노렸나

핵심요약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올해 6월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개발 예정지 약 600평을 구입하면서 14억 6천만원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씨는 두 개 필지를 각각 구매한 뒤 하나로 합쳤는데, 이 중 한 필지를 6억 2천만원에 구입하면서 전액 수표로 지불했습니다. 해당 토지들은 매물로 나온 적도 없는데, 먼 지역의 부동산에서 먼저 토지주들에게 접근해 땅을 팔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씨가 '제2의 대장동'을 계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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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 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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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 이한형 기자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올해 6월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개발 예정지 약 600평을 구입하면서 14억 6천만 원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두 개 필지를 각각 구매한 뒤 하나로 합쳤는데, 이 중 한 필지를 6억 2천만 원에 구입하면서 전액 수표로 지불했다.

특히 해당 토지들은 매물로 나온 적이 없는데, 먼 지역의 부동산에서 먼저 토지주들에게 접근해 땅을 팔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자주 거래하는 부동산을 통해 해당 지역을 콕 집어 구입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거래된 토지 외에도 인근 토지들까지 전부 구입하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김씨가 '제2의 대장동'을 계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올해 6월 25일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의 농지 1342㎡(약 405평)와 590㎡(약 178평)의 농지를 동시에 구입하면서 14억 6천만 원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각 토지의 기존 주인들이 해당 토지를 담보로 수천~수억 원의 대출을 받았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약 178평짜리 땅을 판매한 박모(85)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쓰는데 지금 언론에 나오는 김만배씨는 아니었던 것 같다. 동생인가 대리인인 것 같았다"면서 "땅을 사고파는데, 커피 한 잔도 안 마시고 그냥 계약서만 쓰고 가더라. 돈을 다 수표로 끊어서 줬다"고 말했다.

이어 "땅을 팔라고 찾아온 부동산이랑 계약서를 쓴 부동산이랑 달랐다"면서 "나중에야 땅을 산 사람이 뉴스에 나오는 김만배씨라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토지를 구입할 때 사용한 자금은 화천대유·천화동인을 통해 받은 수천억대 배당금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또는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수차례에 걸쳐 457억 원을 대여한 바 있는데, 여기서 흘러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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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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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연합뉴스앞서 김씨가 구입한 땅은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사업 대상지다. 앞서 수원시는 2014년부터 해당 농지를 포함해 입북동 일대 35만 7천㎡ 부지에 에너지 기술(E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연구 집약시설인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계획을 발표하면서 2019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해당 토지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나오면서 사업이 계속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린벨트 해제의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는데, 그린벨트 해제 면적의 일부만큼 훼손지를 녹지로 복구하는 문제 등으로 국토부와 수원시가 문제를 빚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해당 토지 이외에도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예정지 내 다른 농지들도 구입하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토지주 등에 따르면 김씨는 당시 바로 옆에 있는 농지 830㎡도 함께 구입하려고 했으나, 해당 토지주가 평당 1천만 원 이상 주지 않으면 안 판다고 해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주들에 따르면 올해 6월쯤 한 부동산의 중개업자가 찾아와 땅을 팔라고 했다고 한다. 이 부동산은 멀리 떨어져 있는 권선구 정자동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김씨가 거주한다고 밝힌 곳도 정자동의 한 아파트로, 김씨가 주로 이용하는 부동산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한 토지주는 "개발 예정 소식이 알려진 지는 꽤 됐다. 김씨가 직접 농사를 짓기 위함보다 투기를 목적으로 산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인근 땅값이 평당 1천만 원~1300만 원 정도에 형성돼 있는데, 여기도 그린벨트가 풀린다면 그 정도까지 오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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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올해 6월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예정지 농지를 구입하면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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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올해 6월 '수원 R&D 사이언스파크' 예정지 농지를 구입하면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 제공최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이 경기도로부터 입수한 김씨의 '농업경영계획서'에 따르면 김씨는 스스로 농사를 지을 예정이라면서 '영농경력 20년'이라고 기재하기도 했다. 영농 착수시기는 '취득 즉시 7월경', '2021.8.20'이라고 적었지만, 현재 농사는 이전 주인이 그대로 짓고 있었다. (관련기사 : [단독]김만배, 수원 개발 예정 농지 600평 구입하며 "영농경력 20년")

이를 두고 김씨가 개발 예정지를 모두 구입한 뒤 '제2의 대장동 개발사업'을 계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수원 R&D 사이언스파크'는 수원시가 공영개발을 할 예정이지만, 그린벨트가 풀리지 않고 답보하는 사이 민영 또는 민관개발로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이 과거 대장동 개발사업이 공영개발에서 막히고 민관 합동개발로 넘어가던 시점과 유사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씨가 본인 이름으로 땅을 구입한 만큼 이후 그린벨트가 해제될 때 발생하는 지가 상승을 통해 단순 시세 차익을 얻으려고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씨는 600평을 평당 평균 약 240만 원에 구입했는데, 인근 그린벨트 외 지역의 땅값 시세인 평당 1천만 원으로 계산해도 4배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토지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땅이라면 모르겠는데, 시가 수용해서 공영개발 방식으로 할 것이기 때문에 김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수용에 대한 이의제기밖에 없다"라며 "특히 주거지로 개발할 것도 아니기 때문에 김씨가 대장동에서처럼 사업에 관여하거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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