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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오세훈, 주민참여 예산마저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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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주민참여 기구 민관협치회의

자치구마다 최대 11억 지원받는데

시 “220억 중 170억 삭감” 일방 통보

협치회 “시민들 노력 헛수고 만들어”


한겨레

19일 오전 서울시 민관협치회의가 서울시의회에서 최근 서울시의 주민참여 예산 대폭 삭감 방침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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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각 구에 설치된 대표적인 주민참여 기구인 민관협치회의의 예산을 전액 내지 대폭 깎는 방안으로 내년 예산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달 13일 오 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 마을공동체 사업, 청년 사업, 사회투자기금, 엔피오(NPO)지원센터, 사회주택 등 민관협치 사업에 대해 ‘시민단체형 다단계’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에이티엠(ATM)’이라는 등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하며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서울시와 서울시 민관협치회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8일 시는 “내년 민관협치회의의 주민참여예산 220억여원 중 170억여원을 삭감한다”는 뜻을 각 자치구에 통보했다. 민관협치회의는 서울시가 2016년 제안해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 설치된 기구로, 민간 의장과 각 구청장이 공동의장을 맡아 주민 주도로 신규 사업을 제안·심사·선정하는 과정을 맡고 있다.

일단 서울시는 주민참여 사업을 위한 △교육 △공론장 형성 △운영 △인건비 등에 투입되는 ‘민관협치 기반 구축’ 관련 예산은 한푼도 못 준다는 입장이다. 자치구마다 9억~11억원을 시로부터 지원받는데,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시는 또 7~8월 주민참여로 확정된 나머지 70%인 사업비도 절반 이상 깎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시는 동 단위에서 진행되는 44억여원 규모의 주민자치회의 예산은 아예 전액, 100%가량 깎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임시장 시절 2022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하겠다던, 주민참여예산(2021년 700억원) 가운데 3분의 1가량(170억+44억원)이 오히려 삭감되는 것이다.

최정옥 민관협치회의 의장(송파구 민간 의장)은 <한겨레>와 만나 “예년 같으면 예산이 이미 확정돼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시에서 이달 1일 삭감 얘기를 꺼내더니, 8일에는 ‘80% 가까이 깎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며 “올해 6년 차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제서야 정착 단계인데, 사업을 할 수 없는 수준까지 깎겠다고 해 민관협치회의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경우, 올해 2200여개의 주민 의견을 10개 과제로 추렸고, 그 가운데 ‘코로나19 시대 신빈곤층 청년’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기존의 시·구 중심의 복지·행정체제로는 찾아내기 어려운, 지속적인 주민 소통에서 나온 정책과제로 꼽힌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170억원은 시작일 뿐, 서울시가 복지·교육·주거 등 전 분야에서 깎으려는 협치 예산을 다하면 2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22개 자치구 민관협치회의는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협치 예산 80% 삭감은 지난 7개월간 사업 발굴을 해온 시민들의 노력과 기대를 꺾어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미정 서울시 시민참여과장은 “확정된 바 없다. 사업부서·재정부서가 예산을 협의 중인 단계라, 언급이 부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이달 중 예산편성을 마무리한 뒤 다음달 1일 서울시의회 정례회 개회에 맞춰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오 시장 시정에서 민관협치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날 서울마을자치센터연합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은 시민이 주도하는 민관협치의 시대임에도 오 시장은 서울시민이 주체적인 노력으로 쌓은 성과를 부정하고, 정치인·행정 중심의 관치로 나아가겠다는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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