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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가계빚 규제 3개월…부작용 속출에 대출원칙도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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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취임 후 엄격해진 가계부채 총량 규제
중·저신용자 고금리 시장 몰리고 대출 원칙 왜곡
"총량 관리는 쉬운 규제, 관치금융 떠올라"
한국일보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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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도안신도시 아파트에 다음 달 입주 예정인 A씨는 인근 은행에 잔금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은행권 대출총량 규제로 은행이 대출 상담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에 이튿날 다른 은행을 서둘러 방문했는데, 여기 사정도 비슷해 결국 금리가 높은 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잔금을 치러야 했다.

정부가 지난 3개월간 시행 해온 고강도 대출 규제책이 시장에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출 절벽' 사태로 고 신용자가 돈을 빌리기 위해 2금융권과 대부 업체에 몰리고, 신용도나 상환능력이 아니라 '선착순'으로 돈을 빌려주는 등 상식적인 '대출 원칙'도 훼손됐다.

'가계부채만 잡으면 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시장 상황 등을 전혀 고려치 않은 고질적인 정부의 '관치 금융' 관행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승범식 가계빚 규제에 대출 시장 혼란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빚투 등의 영향으로 가계빚이 빠른 속도로 늘자, 올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 6%대로 묶겠다는 금융권 대출 총량 관리제를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특히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내정된 8월 이후로는 각 은행의 대출 증가 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대출 문턱을 조이라고 은행권 전반을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8월 말 NH농협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후, 특정 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크게 축소하는 '대출절벽' 사태는 은행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한국일보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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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승범식 총량 관리'는 가계 부채 증가 속도를 뚜렷이 제어하지도 못하고 대출 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금융권이 대출 총량제를 맞추기 위해 급하게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금리를 대폭 올리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대출 실수요자인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3.031~4.67% 수준인데, 이는 지난 8월 말과 비교하면 상단 기준으로 0.48%포인트나 높다. 2개월 만에 금리가 0.5%나 뛴 것이다.

그나마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A씨 사례처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심지어 사채를 쓴 사람도 여럿이다. A씨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출 규제로 시중은행보다 3% 이상 비싼 이자를 내야 한다는 게 억울하다"며 "빚투를 하라고 돈을 마구 빌려주던 은행들이 정부 말 한마디에 담보가 있는 주담대에도 돈을 안 빌려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환 능력에 따라 차례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원칙도 왜곡되고 있다. 지난 5일 출범한 토스뱅크는 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선착순으로 계좌 개설 신청을 받았다. 지점별로 월별 대출 한도를 정해놓은 은행도 늘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차주보다 은행에 먼저 접촉한 사람의 대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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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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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 관리 부작용 "필연", 더 강화한다는데…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총량 관리가 일으킨 부작용은 필연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상을 정밀 조준해야 하는 금융 정책에 어울리지 않는 거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외통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고 조종을 하려니깐 스텝이 꼬였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금융권과 협의해 설정하는 대신 하달하는 방식을 가장 문제 삼았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저마다 다른 은행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목표를 제시하면서 금융권이 서로 경쟁하듯 대출을 조였다"며 "대출은 선착순 게임이 되고, 가수요까지 나타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하향식(탑다운)으로 전달한 가계부채 증가율 마지노선 6%대 역시 잘못 설정한 목표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성장률 등을 감안해 결정했다"는 입장이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권을 다 모아놓고 반드시 필요한 실수요 대출을 따져본 후 산출해야 하는데 지금은 급조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결국 금융위는 6%를 웃도는 가계부채 증가율도 용인하겠다면서 기존 목표를 수정했다.

지난 4월 진작에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밝힌 금융위가 총량을 연중 관리했더라면 부작용은 적었을 것(김영도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이라는 진단 역시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 위원장은 내년에도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총량 관리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내년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4%)를 감안하면 올해보다 더 강력한 총량 관리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쉬운 규제인 가계부채 총량제는 과거 개발 경제 시대 정부가 창구 지도를 하던 관치금융을 떠오르게 한다"며 "대출 증가로 부실 가능성이 큰 은행이 있다면 자본을 늘려 자연스럽게 대출을 줄이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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