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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소상공 지원금, 매출 증가 99만곳에 2조원 지급… 주먹구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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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원한 2~4차 재난금, 매출 190억 늘었는데 800만원

직원 5명 둔 식당주인엔 0원… 업종 변경 여부-매출액 감소 안따져

지원 절실한 사업체는 제외되기도… “매출 증감 등 명확한 기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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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시설을 운영하던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지난해 부동산업종으로 전환했다. 다행히 매출액은 1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A 씨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타격을 받지 않았는데도 올해 정부가 나눠주는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으로 800만 원을 받았다. 정부가 업종을 바꾸든 매출이 증가하든 따지지 않고 코로나19 위기 이전 업종을 기준으로 집합금지업종에 해당하면 재난지원금을 뿌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지급된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업체 4곳 중 1곳은 A 씨처럼 위기 전보다 매출이 늘어난 소상공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위기 전보다 매출액이 증가한 약 99만 명의 소상공인에게 2조 원이 넘는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 매출 1억 원 이상 증가한 9만여 곳도 지원금

19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획재정부, 국세청,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지급한 2∼4차 재난지원금(새희망·버팀목·버팀목플러스자금) 수령 사업체 중 2020년 매출이 전년보다 증가한 곳은 98만6567곳이었다. 이들이 수령한 지원금은 모두 2조6001억 원이다. 매출액이 1억 원 이상 증가한 사업체도 9만5606곳이다. 이들 사업체가 받아간 지원금은 2511억 원이다. 사업체 1곳당 평균 263만 원가량씩 지급된 셈이다.

이들 사업체는 작년에 코로나19 타격이 덜한 업종으로 변경하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 제약이 없는 비대면 영업을 강화해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 소재 한 화장품 도매업체는 지난해 매출이 65억4700만 원으로 전년(18억2800만 원)의 3.6배로 뛰었다. 하지만 올해 3차 재난지원금(버팀목자금) 300만 원을 받았다.

○ 소상공인 지원금 관련 민원 15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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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증가한 소상공인들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정부가 업종 변경 여부와 매출액 감소 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지원금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급 기준과 관리가 느슨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사업체는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오모 씨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직원을 9명에서 5명으로 줄여야 했지만 2, 3차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직원이 5명을 넘으면 지원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조경업체는 2020년 매출이 전년보다 354억5600만 원 감소했지만 지원 금액이 적은 업종이어서 4차 재난지원금(버팀목플러스자금)으로 100만 원만 받았다. 제각각인 지급 기준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불만도 많다. 중기부 등에 따르면 2∼4차 소상공인 지원금과 관련된 민원 건수만 15만4000건이다. 추 의원은 “현재 지급 중인 희망회복자금도 주먹구구식일 가능성이 크다”며 “매출 증감액을 확인하는 등 지급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 중기부 등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선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 3차 지원금 지급 때도 부처들이 자료 공유에 소극적이었다”고 했다. 추 의원실 관계자는 “중기부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필요한 업종별, 지역별, 매출액별 재난지원금 지급 세부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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