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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의 오마이갓] 보수적 개신교 교단에서 만화 이슬람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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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의 이슬람 전문가인 유해석 박사. 최근 청소년용 이슬람 해설 만화 '하이 카툰 이슬람'을 펴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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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은 꾸란(코란)을 들 때 허리보다 높게 든다.” “꾸란에는 모세가 136회, 아브라함이 69회, 노아가 40회 기록돼 있다.” “어디에서든지 이교도를 발견하면 그들을 붙잡으라, 포위하라, 죽여라. 그리고 모든 매복 장소에서 기다려라.”(꾸란 9:5)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만화로 이슬람을 해설한 ‘하이 카툰 이슬람’이란 책이 최근 출간됐습니다. 저는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개신교 교계 신문에서 읽고 구해봤는데요. 내심 놀랐습니다. 이 책을 낸 곳이 일반 출판사가 아니라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였거든요. 국내 개신교계에는 양대 장자(長子) 교단이 있습니다.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교단이지요. 그 중 예장합동은 보수적입니다. 단적으로 지금도 여성의 목회자 안수를 허락하지 않고 있는 교단입니다. 게다가 개신교계는 교단을 가릴 것 없이 기본적으로 이슬람에 대해 배타적입니다. 적대적 경계심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개신교 교단 중 보수적인 예장합동 교단이 청소년을 위한 이슬람 해설서를 냈다? 상당히 파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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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는 방식으로 청소년에게 이슬람을 객관적으로 해설하는 '하이 카툰 이슬람'.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합동) 교단에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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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보니 청소년이 읽기에 쉬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만화가 아니었으면 꽤 딱딱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이슬람에 대해 잘 몰랐던 저로서는 공부할 만한 책이었습니다. ‘이슬람도 구약(舊約)은 공유한다’ ‘이슬람의 알라는 하나님처럼 유일신이다’ ‘예수도 선지자 중의 한 명으로 예우한다’ 등등의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책은 객관적으로 이슬람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유해석(60) 박사입니다. 유 박사는 예장합동의 신학교인 총신대를 나와 이집트 선교사 생활을 하다 영국 웨일즈대 신학·이슬람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슬람 전문가입니다. 현재는 총신대 교양교직과 전임과 FIM선교회 대표를 맡고 있지요. 저서가 10종인데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엮은 ‘토마스 목사전’을 제외하곤 모두 이슬람 관련서입니다. ‘이슬람이 오고 있다’ ‘우리 곁에 다가온 이슬람’ ‘기독교는 이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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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석 박사는 지난 10년간 이슬람에 관한 책 9종을 펴냈다. 내년에도 2종이 출간 예정이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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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FIM선교회에서 유 박사를 만났습니다. 우선 청소년용 만화책을 낸 이유부터 들었지요. 유 박사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중고교생을 만나보니 ‘이슬람은 평등, 평화, 관용의 종교’라고 알고 있더군요. 학생들이 공부하는 역사, 세계사 교과서를 봤더니 학생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평등, 평화, 관용은 사실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요소이지요. 그렇지만 모든 종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이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이슬람을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예장합동의 이슬람대책위원회 연구위원도 맡고 있는 유 박사는 교단에 청소년용 책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해 ‘하이 카툰 이슬람’을 펴내게 됐다고 합니다. 크리스천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신자들도 이슬람에 대해 무지하거나 부정적 선입견만 가지고 있어서는 대응이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유 박사가 말하는 ‘이슬람의 양면성’은 무엇일까요? 청소년들이 느끼는 평등, 평화, 관용의 정신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유 박사는 이슬람은 꾸란 곳곳에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도 있다고 했습니다. 가령 이슬람에서는 성경(특히 구약)을 인정하는 것 같지만 기본적인 입장은 “구약은 유대인, 신약은 기독교인에 의해 왜곡됐다”고 본다고 합니다. 또 “예수가 무함마드의 출현을 예언했다”고 하지만 실제 신약에 그런 내용은 없지요. 앞에서 인용했지만 이교도에 대한 공격적·배타적 교리도 있다고 합니다. 또 기독교의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교리를 이슬람에서는 하나님, 마리아, 예수님으로 본다네요. 특히 예수님을 하나님과 마리아의 육체적 아들로 본답니다. ‘하이 카툰 이슬람’에는 이런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습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예장합동의 정신적 뿌리인 종교개혁가 장 칼뱅의 입장에 서있습니다. 유 박사는 “칼뱅은 ‘이슬람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하지만 무슬림(신자)에 대해서는 사랑으로 다가가라’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집트 선교사 경험과 영국에서 유학하면서 이슬람의 실체를 직접 목격했다고 합니다. 흔히 유럽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돈 벌어 고향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유럽에 정착해 주류 종교화했다”는 것입니다. 이슬람 교리에 따라 피임을 하지 않는 무슬림은 출산율도 높습니다. 인구가 늘면서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율법을 따르는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체 무슬림의 15% 정도로 추산되는 원리주의 무슬림들은 ‘성전(聖戰)’의 이름으로 테러를 자행하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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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석 박사가 청소년용으로 집필한 '하이 카툰 이슬람'의 한 장면. 이슬람에서 보는 예수님과 마리아에 대해 서술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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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박사는 흥미로운 자료도 제시합니다. 무슬림이 기독교로 개종한 숫자입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1960~2000년 사이 1000만명, 2000~2013년 800만명이 무슬림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종 이유 중 가장 많은 대답이 ‘기독교인과 선교사들의 헌신적 삶’이었답니다.

유 박사는 책에서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가들이 이슬람에 위협을 느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당시 부패한 로마 가톨릭에 비해 이슬람 성직자들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태도가 위협이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종교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각성, 즉 종교개혁이 일어난 배경 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역시 종교는 본질을 회복할 때 생명력과 강한 영향력을 갖는다는 뜻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책에서 유 박사는 무슬림을 대할 때 유의해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안내합니다. 꾸란이나 알라, 무함마드에 대해 함부로 폄하하지 말고, 돼지고기 등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생활 습관에 대해서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권합니다. 무엇보다 크리스천부터 성경과 예수님에 대해서 올바른 지식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하지요. 책을 다 읽고 유 박사의 설명을 듣고나니 ‘하이 카툰 이슬람’이 ‘지피지기(知彼知己)’ 차원에서 나왔다는 것을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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