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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세정책, 사전 예고와 순차적 관리로 연착륙해야 [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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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최근 금융사 및 청와대 게시판, 언론사를 뜨겁게 달궜던 전세자금대출 중단 논란이 금융당국의 전세대출 총량 규제 예외 적용으로 일단락됐다. 다만 당국은 전세대출이 재개되면 전세대출로 갑자기 수요가 몰릴 수 있는 만큼 투기 목적 차단 등을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세자금대출은 대표적인 실수요자 대출 상품이다.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받은 ‘전세안심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차주 구분을 시작한 2018년 10월 이후 30대 이하 무주택자의 대출은 총 22만3087건으로, 전체의 91.9%를 차지했고 대출 금액 기준으로도 30대 이하 무주택자의 비중이 90.9%(32조2525억원)로 대부분이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48조5732억원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6월 말 대비 95조7543억원, 181.2%가 늘었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전세자금대출 부담이 크게 늘어 2017년 29조1738억원이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88조234억원으로 59조원가량 급증했다. 증가 폭은 201%가 넘고 전체 전세자금대출 잔액 중 청년층 대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전세자금대출 중단 사태는 또 한번 청년층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은 서로 밀접하게 상관관계를 가진다. 매매가 상승은 임차 가치인 전세가격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과의 갭이 작아지면서 매매가를 밀어올린다. 둘 중 선행 지표가 무엇이냐는 ‘닭과 계란’의 논쟁처럼 답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혼재된 매매시장은 정부정책 등을 통해 투기적 수요를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전세시장은 실수요 시장이므로 가격 상승과 하락 요인이 대체로 단순하고 명확하다.

지난 20여년간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가격 추이를 보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은 다소 다른 요인에 의해 시차를 두고 움직였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서울아파트 전세가는 2003년, 2004년, 2008년 하락세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었던 2008년을 제외하면 2003년은 연간 7만8000여가구가 넘는 이례적인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 2004년도 5만2000가구 이상 입주 및 정부 규제로 인한 매매시장의 일시적 위축 등이 전세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08년과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하락세를 보이는데,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을 제외하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유동성 축소 등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꺾이면서 전세가격이 올라도 매매가가 장기 하락세를 지속했다.

자본이득을 기대하는 매매 수요는 정부정책 및 경제상황 등 내외부 요인에 의해 수요가 변동된다. 따라서 세금 및 대출 등 정부정책을 통해 ‘너지(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가 가능하다. 반면 전세수요는 결혼 등 분가, 이주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물량이 감소하는 등 수급에 의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물론 지난해와 같이 임대차법 개정으로 사회제도의 큰 변화가 있던 경우를 제외하면 비교적 매매가는 정책, 경기, 수급 등 보다 복합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인 반면 전세가격은 예측할 수 있는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 시장인 전세시장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더라도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구 유입이 늘거나 멸실로 일시적 수요가 증가하는 지역을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유형의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전세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실수요자들에게 민감한 정책일수록 사전 예고와 순차적 관리를 통한 연착륙이 필요하다.

안명숙 |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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