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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은희 작가의 ‘지리산’… ‘오겜’ 이어 흥행·수익 모두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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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서 23일 첫 방송

전지현·주지훈 주연 ‘K-드라마 어벤저스’ 입소문… 저작권 가진 토종 제작사 대박 기원

253억 투입 오징어 게임 1조원 가치

실제 제작사는 10∼15% 수익 불과

세계일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위 사진)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될 다음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23일 첫 방송을 앞둔 tvN ‘지리산’은 김은희 작가와 이응복 감독, 전지현·주지훈 주연이라는 국내외 ‘흥행 3박자’를 고루 갖추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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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BBC는 지난 16일 “오징어 게임에 중독됐다면 이제 다른 K-드라마도 보라”며 ‘사랑의 불시착’, ‘빈센조’, ‘상속자들’, ‘킹덤’, ‘오 나의 귀신님’ 등 친절히 한국 드라마 6편을 추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제 어느 작품이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작사들은 기왕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제작사가 IP(지식재산권)를 가진 드라마가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K-드라마 ‘어벤저스’ 모인 ‘지리산’, 오징어 게임 열풍 잇나

‘오징어 게임’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tvN에서 23일 처음 방송되는 ‘지리산’이다. 연초부터 방송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올해의 기대작’이라고 꼽을 정도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서 ‘하나의 장르’가 된 김은희 작가다.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 ‘싸인’, ‘시그널’로 대형 홈런을 친 데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을 통해 글로벌 감각까지 검증받았다. 해외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었던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스위트홈’ 등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과 합을 맞춘 작품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여기에 전지현과 주지훈이라는 글로벌 스타까지, 드라마 성공조건은 사실상 전부 갖춘 셈이다. 팬들은 드라마 시작 전부터 “K-드라마 어벤저스”라며 열광하고 있다.

드라마는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전지현)과 신입 강현조(주지훈)가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구조 활동이라는 드라마뿐 아니라 지리산의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김은희 작가는 “지리산은 오래된 역사가 있고 수많은 사연을 품고 있다. 그런 넓고 깊은 산인 만큼 오르는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들을 갖고 올 거라는 상상을 했다. 죽음을 생각하고 오는 사람, 살기 위해 오는 사람, 인생의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 어떤 기원을 갖고 오는 사람까지 여러 가지 사람들의 인생, 삶에 대해 그려보고 싶었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도 곰이 챙기고 싶은 제작사들

제작사들이 지리산의 흥행을 기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오징어 게임이 성공하면서 이보다 수익 구조가 더 좋은 모델의 성공을 바라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경우 전 세계 1억1100만명이 넘는 인구가 봤다. 블룸버그는 지난 16일 “넷플릭스 내부 문건을 입수, 분석한 결과 253억원이 든 오징어 게임의 가치가 1조원”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내 제작사가 챙긴 이윤은 이에 비하면 미미하다. 통상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경우 넷플릭스가 IP를 가져가고 제작사는 제작비의 10∼15% 수준의 정해진 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저작권을 가진 창작자가 계약을 통해 이 권리를 ‘양도’한 탓이다. 업계에서 “20여 년 전 지상파방송 하청하며 갑질당하던 제작사들이 이제는 넷플릭스에 털리는 꼴”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는 “달고나, 무궁화 게임의 영희 인형 등 굿즈 수입은 모두 넷플릭스 것”, “‘오징어 게임’ 출시로 인한 넷플릭스의 경제적 이익 추정치가 1166배로 1153배인 화천대유급” 등의 비판 목소리가 줄줄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리산’의 수익 구조는 오징어 게임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리산’ 제작사는 tvN에 국내 방영권, ‘아이치이’에 해외 판권을 판매하면서 5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제작비 300억원을 회수하고도 남는 돈이다. 여기에 드라마 성공 시 시즌 2 제작과 굿즈 제작 등 추가적인 수익이 예상된다. 제작사가 IP를 갖고 가면서 방송사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방송권을 파는 구조는 제작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델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런 ‘스튜디오형 모델’이 흔치 않은 이유는 하나다. 돈 때문이다. 선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거나, 기획 단계에서 투자를 잘 받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오징어 게임’의 국내 수익에 대한 불만족 역시 ‘결과론’적일 뿐, 제작 전에는 흥행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아서 제작이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국내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의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한다”는 비판에도 여전히 넷플릭스에 시나리오를 든 창작자들이 줄을 서는 이유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국내 드라마 제작비가 많이 상승해서 이제 대형 기획은 ‘지리산’, ‘오징어 게임’처럼 300억원을 넘는다”며 “이런 대형 기획을 소화할 수 있는 제작사는 국내에서 10개도 채 안 된다. IP를 양도하는 것도 결국 현실적인 이유다. 다만 ‘지리산’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부가적인 수익이 제작사로 돌아가고 해외 투자도 늘면서 ‘스튜디오형 모델’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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