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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실시간 수익률 그래프까지 조작…160억 가로챈 인터넷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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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남경찰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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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상자산)에 투자하면 대신 운영해서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투자금 16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국제 인터넷 사기단의 국내 조직이 적발됐다. 그들이 만든 누리집에서 투자자는 수익률 그래프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조작된 그래픽에 불과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9일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을 믿고 돈을 맡긴 투자자로부터 16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인터넷 사기단을 적발해 국내 인출총책 등 13명을 구속하고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19일 현재 확인된 피해자는 66명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직 총책은 국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드러난 피해액 160여억원도 회수하기 어려운 상태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기단은 지난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대신 운영해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문자에 응답한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투자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유도했다. 회원들은 자신의 투자금이 거래를 통해 불어나는 것을 투자사이트를 통해 실시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본 것은 ‘거래되는 것처럼 조작한 화면’이었을 뿐, 실제로 투자금은 전혀 거래되지 않았다.

사기단은 투자자들의 의심을 피하려고 법인 4개와 법인 명의 계좌도 만들어 운용했다. 법인은 모두 실재하지 않는 유령 법인이었다. 하지만 금융기관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법인 명의 계좌를 만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회원도 있었지만, 환불수수료·소득세·계좌개설금 등 명목으로 돈을 더 내도록 했다. 피해자 중 이들의 사기행각을 눈치채고 경찰에 신고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피해자는 투자금이 계속 불어나는 것으로 믿었다. 한 투자자는 2억5400여만원을 날렸다.

김용일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개인의 계좌 개설은 요건과 절차가 엄격하지만, 법인은 허술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 사기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인 계좌 개설 규정을 재검토하도록 금융위원회에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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