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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성남시 지침 강제성 모호… 이재명 삭제 묵인 땐 배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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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이재명 ‘초과이익 환수조항 거부’ 발언 분석

민간에 천문학적 수익 결과 초래

李 “나중에 조항 넣으면 지침 위반”

일각 “李 해명 자체가 말이 안돼”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8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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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공동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공공이 아닌 민간 사업자에게 천문학적인 수익을 안겨준 결정적 이유로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빠진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 새로운 논란의 불씨가 됐다. 국민의힘을 비롯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를 대장동 사업 최종 설계자로 의심하는 쪽에선 “이 후보가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애초 빠진 사실을 안 데다 이후 보완 필요성을 제기한 직원들의 건의도 묵살했다”며 배임 혐의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감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후보 측은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 그렇게 정리됐다는 것을 최종 보고받았을 뿐’이라는 취지로 배임 논란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팀 팀원이었던 한모 주무관(현 팀장)은 그해 5월 27일 사업협약서 검토 의견서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7시간 뒤 돌연 이 조항이 빠진 의견서를 당시 팀장이던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에게 보고했다. 당시는 화천대유를 중심으로 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전날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공모 자체가 청약이고 여기에 응모한 것이 법적으로 따지면 낙약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미 공모하고 응모한 상태에서 (본질적 내용을) 바꾸는 것이 징계사항”이라고 했다. 또 성남시가 애초 공모 당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않은 것은 미리 확정이익을 가져가겠다는 성남시 지침 때문이라며 나중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게 되면 지침 위반이 된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100% 환수했으면 정말로 좋았을 텐데 제 역량 부족으로 못한 점에 대해 국민들께는 다시 한번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적극적으로 삭제하지 않았다는 점 △성남시 지침상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둘 수 없었다는 데 방점을 찍은 해명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가 적극 관여하지 않았고 성남시 지침상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세계일보

2021년 9월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서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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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이 후보의 해명 자체가 이상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초과이익 환수조항 추가가 성남시 지침 위반이 된다는 것과 관련해 시 지침의 법적 강제성 여부도 모호한 상태에서 이를 근거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못한다는 건 납득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행정법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성남시 지침이 법규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후보가 성남도개공 내부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건의됐다가 돌연 삭제된 사실을 보고받고도 묵인했다면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받는 배임 혐의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고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는 “(이 후보가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배임 혐의 공범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당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추가하자는 건의를 이 후보에게 한 것이 아니라 후보는 해당 내용을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성남도개공 내부에서) 직원들이 서로 얘기해 (최종) 결정한 것을 후보는 보고 받은 것”이라고 배임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희진·이지안·최형창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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