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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감 완승? 지지율 딜레마 갇힌 이재명…"의혹 돌파, 기조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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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특별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김용판 의원의 경기도 국정감사 돈다발 사진자료'를 제시하시하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을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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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큰소리를 내고 흔들리는데도, 뛰어나온 것은 고작 쥐 한 마리뿐), 이제 쥐를 잡을 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가면을 제대로 찢겠다”며 벼르던 국민의힘의 공세를 ‘쥐 한 마리’에 빗대 보잘것 없었다고 평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 자신을 향해 ‘조폭연루설’을 주장했던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선 “의원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돈다발 사진이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허위라는 것이 드러났다. 한 나라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제1야당 국민의힘이 완벽한 허위 날조를 동원해 저를 음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도 전날 국정감사에 대해 “자세도 내용도 A였다”(박찬대), “국민의힘이 똥볼을 제대로 차 줬다”(박홍근), “이재명이 대통령감이라는 것을 홍보하고 장렬히 전사해준 국민의힘 의원들께 감사드린다”(김두관)는 등 긍정적인 관전평을 잇달아 내놓았다.



지지율 하락세는 여전…당·후보 ‘동반 하락’



하지만 ‘국감 완승’ 진단에도 여전히 민주당의 근심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일 이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에도 여론조사 추이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서다.

18일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가상 양자 대결’ 조사(15~16일)에서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유력 후보들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모두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37.1%)과 가상 대결에선 35.4%였고, 홍 의원(35.9%)과 대결에서도 34.6%에 불과했다.

민주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건 또 다른 부담이다. YTN·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12~15일)에서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2%포인트 상승한 41.2%로 나타나 창당 이래 최고치를 찍었지만, 민주당은 전주보다 1.9%포인트 떨어진 29.5%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특히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에서 63.3%에서 49.4%로, 한 주 만에 13.9%포인트 급락했다. (※자세한 사항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좀처럼 여론조사 지표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대장동 논쟁에서 ‘일점 돌파’를 시도한 게 역설적으로 후보 지지율을 갉아먹는 딜레마 상황에 갇혔다”(초선 의원)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가 직접 대장동 논란을 반박하는 게 외려 이슈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감 이후 행보가 관건…지지율 전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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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지지율에 대해 일단 이 지사 측은 “경선 이후 지지층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생긴 일시적 현상”(경선 캠프 관계자)이라는 입장이다. 당이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 지지율 역시 다시 회복하면서 뒤늦은 ‘컨벤션 효과’가 나타날 거란 설명이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국민들이 직접 국정감사를 지켜본 만큼 이후 조사에선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여전히 비관론이 우세하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이 후보가 국감을 통해 반격의 서문을 열긴 했지만, 국감에서의 해명만으로 국민들이 의구심을 거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도 “여태껏 반복해온 논리만 되풀이하는 식의 국감 대응으로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 특검을 수용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반박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주장을 일축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가 “흐흐흐” 하며 웃는 모습을 둘러싸고 답변 태도 논란이 벌어진 것도 또 다른 근심거리다. 이날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가 야당 의원을 12번 비웃는 모습을 보면서 사이코패스를 보는 듯한 섬뜩함을 느꼈다는 국민이 많다”(허은아 수석대변인), “이상한 웃음소리로 본질을 피했다”(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의 공세가 쏟아졌다.

야권의 의혹 제기를 성공적으로 돌파해도 또 다른 의혹 제기가 반복되는 교착상태에서 이 후보 측에선 향후 ‘기조 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후보 경선 캠프에 속했던 당 관계자는 “일단 국감을 통해 대장동 이슈를 방어하는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고 본다”며 “향후 공세에는 불로소득 환수 등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 후보 측 인사는 “이 후보가 적절한 시점에 지사직을 사퇴하면 민생·정책 행보가 본격화될 수 있다”며 “그때부턴 대장동이 아니라 정책과 미래를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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