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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윤석열 "호남도 전두환 잘했다 해"…망언 몇번째냐, 광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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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덧내고 있다…호남 지지자도 참지 않을 것"

"미친 소리로 밖에 볼 수 없다…모의재판 사형 구형 쇼였나"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19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개인택시조합을 방문해 간담회에 앞서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1.10.19/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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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광주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 후보는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며 전두환씨와 당시 신군부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호남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며 "이 분(전두환)은 군에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전 전 대통령처럼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세부 업무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시스템 관리를 하겠다는 뜻으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망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5·18단체는 윤 후보의 역사의식 부재에 대한 질타와 함께 당 차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가 역사의식이 부재한 발언을 한 게 벌써 몇번째냐"며 "5·18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상황에서 전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은 오월과 광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증거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광주시민과 호남인들의 마음 속 한과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 후보는 오히려 그 상처를 덧내고 있다"며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정신나간 소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당장 광주시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오월어머니집 김형미 사무총장도 "윤 후보의 발언은 모순적이다. 본인 말처럼 (일을 잘하는) 전문가에게 업무를 맡겨야 한다면 정치 신인인 윤 후보보다 대통령을 더 잘할 사람한테 대통령을 맡겨야 된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총장은 "전두환의 대통령으로서 시작은 쿠데타고 정권을 잡으려 무고한 국민들을 학살했다. 시작과 기본이 잘못됐는데 다른 걸 잘했다고 할 수 있겠냐"며 "아무리 표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하지만 '미친 소리'로 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 잘할 사람 많으니 나올 생각도 하지 말았음 좋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호남에서도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몇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다가 '해준 게 뭐가 있느냐'해서 돌아서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도) 이 발언에 대해서는 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에서도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은 "개가 헛소리를 하는 것", "개들이 짖는 소리"라며 신랄하게 질타했다.

그는 "당시 전두환을 찬양했던 일부 사람들이 할만한 발언을 호남 사람이 전부 그렇게 생각하는 냥 매도하는 꼴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부산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광주 와서는 나중에 또 딴 소리하지 않겠냐. 이제 더 이상 광주에서 환영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1

대권 도전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 묘역)에서 이한열 열사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2021.7.17/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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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도 논평을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호남 폄훼발언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당은 "불과 4개월의 짧은 시간 윤 후보의 망언과 말실수는 셀 수 없이 많았다"며 "그러나 호남이 전두환 정치를 옹호했다고 하는 부분은 도저히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망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두환은 80년 5월 군홧발로 짓밟고 광주를 수백명의 피로 물들이며 정권을 찬탈한 사람"이라며 "전두환 집권 기간 호남은 정치적·경제적 차별을 받으며 낙후의 길을 걸었고 경제적으로도 고립의 시간을 감내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엄혹한 전두환 통치 기간에 호남 사람들이 그를 칭찬하고 찬양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 매우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라며 "윤씨가 부산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하니 호남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망발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광주시당은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윤석열씨가 이번에는 호남인들의 정치적 시각을 심각하게 폄훼했다"며 "이런 사람이 제1야당의 유력한 대권후보라니 참 기가 차다. 윤씨는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들도 분노하고 있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50대 회사원 A씨는 "국가폭력으로 광주는 피해를 입었다. 광주가 피해자라는 것은 '내란음모 사건' 처벌로 분명히 인정받은 사실이 아니냐"며 "그런 부분을 두둔한 것은 윤 후보의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분명한 증거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를 지지했었다는 20대 대학생 B씨(광주 북구)는 "윤 후보가 대학시절 5·18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는 일화를 듣고 국민의힘에서 보기 드문 말이 잘 통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실망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5·18묘지에 와 헌법정신을 내세웠던 것은 단지 쇼였냐"며 "편협된 역사 의식을 갖고 대통령 출마를 결심한 윤 후보를 더이상 지지할 수 없다. 당장 오늘의 망언을 철회하고 광주시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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