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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인영 “北 백신 지원” 언급했지만… 국내 ‘부스터샷’ 물량도 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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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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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접어드는 데 따라 코로나19 백신 대북 지원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이 당장 북한에 백신을 줄 정도로 넉넉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돌파감염 속출로 국내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 확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당장 올해부터 얀센 백신 접종자에 대한 부스터샷 백신 물량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 현재 있는 화이자 631만회분...4분기 접종물량 671만회분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에 도입돼 남아있는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총 1750만7600회분으로 나타났다. 백신 종류별로는 모더나가 861만회분으로 가장 많고, 화이자(631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237만회분), 얀센(20만3300회분) 순이다.

문제는 현재 접종 중인 12~17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고령층 의료진 부스터샷으로 허용된 백신이 화이자 백신 단 한 종류라는 것이다. 12~17세는 277만명, 임신부는 13만6000여명, 2차 접종 후 6개월 지난 고령층, 의료진은 약 90만명으로 추산된다.

화이자 백신 접종 권고 횟수를 고려하면 이들을 위해서 671만회분의 백신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역산하면 현재 국내에 있는 화이자 물량에서 40만회분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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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얀센 백신 접종자 부스터샷도 복병이다. 앞서 전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 회의에서 얀센 백신의 효과가 시간이 흐를수록 급격히 낮아진다는 최근 연구를 언급한 후 “얀센 접종자에 대한 추가 접종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당국은 얀센 접종자의 경우 지난 6월부터 접종하기 시작해 12월쯤 부스터샷 시점이 도래한다며 그 전에 구체적 시행 계획을 공지하겠다고만 밝혔는데, 문 대통령이 계획 수립을 지시하면서 그 시행 시점이 올해 안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 얀센을 맞은 제대 군인 62만명을 분석한 결과 예방 효과가 백신을 접종한 3월 88%에서 5개월 지난 8월 3%까지 급락했다고 한다.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얀센 접종자에 접종 최소 두 달 후 부스터샷을 맞으라는 권고를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얀센 돌파감염자 발생률(0.216%, 10만 명당 216.1명)이 다른 백신보다 최소 3배 이상 높다.

◇ 얀센 부스터샷에 146만회분 더 필요

문제는 백신 수급이다. 국내 얀센 백신 접종자는 146만9239명으로, 이들에 대한 부스터샷도 화이자⋅모더나와 같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얀센 접종자 부스터샷까지 고려하면 올해 연말까지 약 818만회분의 백신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올해 도입 예정된 백신 물량을 고려하면 여유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연말까지 추가로 도입될 것이라고 밝힌 백신 물량은 약 1억1000만회분으로, 이 가운데 화이자 백신은 2460만회분(약 22%) 정도다. 얀센 백신의 경우 부스터샷으로 얀센 백신과 모더나 백신도 거론되는 만큼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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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얀센 접종자에 대한 부스터샷을 시행한다고 해도 그 숫자가 많지 않다”며 “4분기 예정된 대로 백신이 계속 도입된다면 국내 백신 수급이 특별히 부족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접종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처음보다 접종 속도도 떨어져서 백신이 급격히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다른 백신 접종자에 대한 부스터샷이 시행될 때의 상황이다. 현재 일반인 부스터샷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부스터샷을 시행한 이스라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부스터샷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델타 변이가 확산되던 지난 9월 이스라엘의 하루 확진자 숫자는 1만명 넘게 나왔으나, 부스터샷 접종이 본격화된 최근 1000명대로 크게 줄었다. 국내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접종자의 돌파감염자 발생률은 각각 0.068%(10만명당 68명), 0.043%(10만명당 43명)로 아예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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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전문가 “북한 백신 지원 문제, 내년 대선과 별개”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1778만명, 아스트라제네카는 1081만명, 모더나는 310만명이다. 이들에 대한 부스터샷을 시행한다고 하면 당장 3169만회분의 백신이 필요하다. 지금 현재 국내 도입 물량이 부족하지 않지만, 북한 인구(약 2600만명)만큼 백신을 지원한다고 생각하면 충분하다고 보긴 힘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대북관계 기조는 내년 대선과 별개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 백신 지원으로 국내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백신 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단 것이다.

김 교수는 “한반도 종전선언과 북한 백신 지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북한이 종전선언을 받아들인다면 백신 지원을 통해 화답을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국내에 코로나19가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반드시 백신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백신 없이 북한은 대외 활동이 아예 불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전날 국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북한 백신 지원을 처음 언급했던 민주당 이용선 의원실 관계자는 “북한 백신 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니, 논의를 시작해 보자는 뜻”이라며 “국내 집단 면역이 형성되고, 국내에 남아있는 백신이 충분할 때 북한에 지원하자는 취지다”라고 했다. 한편 북한은 이인영 장관이 ‘백신 지원 논의’를 밝힌 다음 날인 이날 오전 동해상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발사했다.

김명지 기자(mae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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